현역 배구 선수 3명이 빅보스맨의 수상레저 시설에 방문한 모습.
빅보스맨은 불법 개인렌트 업을 하기 위해 명의가 필요했다. 빅보스맨은 명의를 대여한 뒤 출고된 차 리스비는 대납해주고 차는 렌트로 돌려 번 수익금을 나눠서 입금해주겠다고 말했다. 혹은 두 대를 뽑으면 한 대는 수익을 내고 한 대는 공짜로 차를 타라고 권했다. 처음 몇 달은 정상적으로 수익금이 지급됐다. 피해자에 따라 다르지만 약 6개월~1년이 지나자 수익금 입금이 차일피일 미뤄지거나 중단됐다. 리스비도 더 이상 대납해 주지 않았다.
보통 불법 개인렌트 사기 수법은 타인 명의로 차량을 출고할 때 일반적인 시세보다 훨씬 많은 대출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5000만 원대 차량이면 최대 1억 원 정도 대출을 받는다. 그 차액을 챙기는 걸 ‘앞방’이라고 한다. 몇 달 뒤 다른 사람에게 대포차로 넘기면서 돈을 챙긴다. 대포차로 넘기면서 받는 돈을 ‘뒷방’이라고 한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자신 앞으로 1억 원의 빚이 생겼는데 차는 구경도 못해 보고 어디 갔는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빅보스맨의 지인은 “그는 명의를 빌려줄 사람을 소개해주면 소개비 명목으로 300만 원에서 500만 원씩을 입금해줬다”고 말했다. 빅보스맨과 배구계가 연결된 건 또 다른 모집책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빅보스맨 모집책 역할을 했던 A 씨가 자신의 지인이었던 국가대표 출신 남자 배구선수 조 아무개 씨의 형을 연결시켜주면서다. 조 씨의 형은 2018년부터 빅보스맨을 통해 개인렌트를 해보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권했고 최근까지 본격적으로 홍보를 했다고 알려졌다.
조 씨의 형에게 소개를 받은 한 피해자 B 씨는 “조 씨 형과는 친구 사이다. 2018년 6월 조 씨의 형이 접근해 정말 좋은 기회라면서 몇 번씩 권했다. 차량으로 대출 나오는 금액의 1%를 매달 수익금으로 주겠다고 했다”면서 “내 명의로 빅보스맨이 벤츠 두 대를 뽑았고 그 금액이 1억 5000만 원이었다. 매달 150만 원씩 받을 수 있다고 했다. 9개월 동안 할부금 대납과 수익금이 들어왔지만 이후 소식이 끊겼다. 현재 약 9000만 원 정도 손해 본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B 씨도 선수 출신으로 현재 은퇴한 상태다.
또 다른 피해자 C 씨는 “조 씨 형은 배구선수단에서 코치로 일하며 구단 관계자들을 많이 안다. 다만 조 씨 형이 선수들과는 친분이 많지 않았는데 대신 동생이 ‘형이 요즘 소개해주는 사업이 매우 잘된다. 한 번 해봐라’라고 권해 참여한 선수도 꽤 된다고 알다. 실제로 한 선수는 조 씨 말 때문에 투자했다가 1억 원을 날렸다고 토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빅보스맨 회사의 전직 직원은 “빅보스맨은 자신에게 투자할 선수들이나 코치들을 자신의 빠지(수상레저 선착장)에 초대해 모터보트나 수상레저를 즐기게 해줬다. 또한 유흥주점에서 술을 대접하는 등의 방식으로 현혹시켰다”고 했다. B 씨도 “조 씨 형이 ‘수백억 원을 보유하고 있고 가평에 수상레저 시설도 갖고 있는 빅보스맨이 겨우 너의 1억 5000만 원을 사기 치겠느냐’고 말해 넘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빅보스맨이 출고한 차 키 사진 중 일부. 차 키 명의자 중에서 배구계 관계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현재 배구계에서 빅보스맨에게 명의를 빌려주거나 투자를 한 사람은 2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코치, 지도자, 구단 관계자, 구단 스태프 등 배구업계 전반에 걸쳐 다양한 사람이 연결돼 있었다.
한 배구 지도자는 “빅보스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호소하자 그에게 ‘지도자 생활 끝나고 싶냐’며 오히려 협박당했다. ‘불법 개인렌트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인데 당신도 불법을 저지른 것 아니냐’면서 이 일을 세간에 알리겠다며 조용히 있으라고 했다”며 “실제로 많은 선수나 코치들이 각자 1억 원 전후로 피해를 봤음에도 알려질까 무서워 입을 다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지도자는 “선수들이나 코치들은 운동만 했던 사람들이라 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 단지 명의만 빌려주면 되는 줄 알았고 불법인 줄 몰랐다. 구단이나 학교에서 제명하거나 선수나 지도자 생활까지 못하게 하는 건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배구 업계 관계자들 가운데 일부는 빅보스맨을 고소했지만 이름이 알려진 선수들이나 코치는 고소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고 한다. 또 피해자 일부는 빅보스맨을 소개해준 조 씨의 형을 고소하기도 했다. 조 씨의 친형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나를 고소한 사람도 있다는 건 안다”면서도 “잘 모르겠다. 할 말이 없다”라며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 배구계 피해자 가운데에는 빅보스맨에게 명의를 빌려준 뒤 대포차로 넘어간 차를 찾은 사람도 있고 찾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그나마 차를 찾은 사람은 차를 팔아 일부라도 건질 수 있지만, 차를 못 찾으면 대출금 전액을 직접 상환해야 한다. 배구계 피해자들은 ‘정말 죽고 싶은 생각밖에 안 난다’고 입을 모았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배구계 피해자들의 경우 단순 투자인 줄 알고 명의를 빌려줬다면 기소유예 정도로 큰 처벌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불법을 저질렀다지만 어쨌든 이들도 피해자이고 대부분 초범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엄한 처벌은 받는 경우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