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올해부턴 방망이도 다른 걸로 바꿨습니다. 지난 시즌 한국에서 제작한 방망이 덕분에 좋은 성적도 올렸고, 메이저리그 경기를 뛰며 국산 방망이를 사용하는 데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스프링캠프 동안 우연히 ‘마루치’란 방망이로 타격 연습을 하다 너무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스프링캠프에서 19경기 출장하는 동안 타율 0.393, 홈런 3개, 16타점 등 엄청난 타격감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방망이 덕분이었죠. 성적이 좋다 보니까 줄곧 그 방망이를 애용했고, 결국엔 그 방망이와 동고동락하게 됐습니다.
타자들에게 방망이는 ‘무기’나 다름없습니다. 마음껏 휘두를 수 있게끔 자기 손에 맞아야 하고 저랑 한몸이 된 듯 느낌이 좋아야 합니다. ‘마루치’는 2008년에 줄곧 사용했던 방망이인데 의외로 저와 호흡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우리 팀은 물론 다른 팀 선수들도 이 방망이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시즌 중 성적이 안 좋으면 언제든지 다른 방망이로 교체할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제가 한국 방망이 제작 회사로부터 스폰을 받은 줄 아는데 그렇지 않아요. 방망이를 비롯해 장비는 구단에서 모두 구입해줍니다.
요즘 일본에 진출한 (김)태균이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제가 홈런 치는 것도 기분 좋지만 태균이가 일본에서 펄펄 날고 있다는 소식도 참 흐뭇하게 하네요. 태균이는 외국에서 선수 생활하는 데 아주 좋은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낙천적인 성격인 데다 매사에 긍정적이에요. 힘든 일은 쉽게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도 부럽고요.
태균이를 보면 닮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물론 저도 그렇고 태균이도 시즌 중에 한두 번의 슬럼프가 있겠죠. 저보단 태균이가 훨씬 잘 극복해 나갈 것 같습니다. 전 성격도 예민하고 걱정도 많고 쉽게 상처받고 흔들리는 편이거든요. 태균이가 홈런도 많이 치고 좋은 성적 내서 일본에서 최고의 거포로 자리매김하길 바랍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제가, 일본에선 태균이가 그리고 한국에선 (이)대호랑 (정)근우가 모두 잘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얼마 전 대호, 근우랑 통화했는데 대호는 손목이 좀 안 좋다고 하고, 근우는 팀의 연승 행진에 마냥 신나 있더라고요.
이제 시즌 초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절 포함해서 제 동기들이 모두 좋은 성적 올릴 수 있도록 파이팅 한 번 해볼까요? 이름 거론 못한 제 동기들까지 모두 파이팅입니다!^^
클리블랜드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