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프로스포츠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신지애가 힘차게 퍼팅하는 모습. 연합뉴스 |
#1 본격적인 미국생활
신지애의 세계 1위 등극은 본격적인 미국생활 2개월 만에 찾아왔다. 물론 2008년 비회원으로 메이저 우승 등 3승을 달성하고(신인상), 2009년 올해의 선수상 경쟁에서 1타 차이로 로레나 오초아에게 뒤지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친 까닭에 준비된 세계 1위였지만 말이다.
신지애는 지난해 9월 <일요신문>(27일자 지령 906호)과의 인터뷰에서 애틀랜타 한인타운 인근의 둘루스에 집을 장만했다고 밝혔다. 지하층이 있는 지상 2층 단독주택으로 괜찮은 미국 중산층의 집이라고 할 수 있다.
신지애는 “다른 이유는 없고 분위기가 좋아서 제가 직접 골랐는데, 아쉽게 많이 머무르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LPGA 대회가 아시아, 캘리포니아 등 다른 곳에서 열렸고, 얼마 전 일본대회 등 휴식기에도 이동이 많았거든요. 3월 이사할 때, 그리고 나비스코챔피언십 직후, 그리고 이번까지 3번 집에 잠깐씩 들렀어요. 다 합쳐도 20일이 안 될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것은 세계 1위는 ‘쇠복’도 좋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집값 폭락이 절정이던 지난해 9월 경매로 나온 이 집을 43만 달러에 샀는데, 최근 같은 단지 내 집들이 60만 달러 선에서 거래된다고 한다.
현재 이 집에는 신지애의 어머니와 남동생 지훈(14)이 살고 있고, 아버지 신제섭 씨는 한국을 오가고 있다. 여덟 살 터울이 나는 남동생을 신지애는 특별히 예뻐하는데 미국 중학교에 진학해 제법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양영은 매니저에 따르면 신지애가 애틀랜타 집에 자주 가고 싶어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남동생을 보기 위해서다.
신지애는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한 공부 잘하는 여동생 지원(19)과도 사이가 워낙 좋아 지난해 한국에서 카페를 하나 열려고 했는데 일정이 바빠 2010년으로 연기하기도 했다(손님들이 다녀간 흔적이 남는 색다른 카페라고 하는데 구체적인 콘셉트는 공개할 수 없다며 나중에 직접 놀러오라고 했다).
신지애는 “골프 때문에 최근 2년 동안 20개국에 수십 개의 도시를 돌아다녔어요. 그래서 벌써 여권 신고란이 꽉 찼어요. 이제는 미국에도 집을 마련한 만큼 더 안정적으로 열심히 골프에 전념할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 신지애와 골프 스승인 아버지 신제섭 씨. |
신지애는 2010시즌부터 골프스승이자, 매니저이자, 정신적인 지주인 아버지 신제섭 씨와 투어를 함께 다니지 않는다. 홀로서기에 도전하는 것이다.
신지애는 “장단점이 있어요. 이럴 때 아빠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분명 있고, 또 솔직히 아빠 눈치 안 보는 것이 편할 때도 있죠. 어쨌든 영원히 아빠와 투어 생활을 함께할 수도 없는 일이니 잘 시도했다고 생각하고, 또 잘 적응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여자 혼자 골프백 등 무거운 짐을 들고 타주로, 외국으로 투어를 다니는 것은 어떨까? 일단 신지애는 지난해 미국 운전면허를 취득해 직접 차를 끌고 다닌다. 차에 짐을 싣고, 내리는 일은 캐디로부터 도움을 받고, 호텔 예약 및 미LPGA 사무국과의 연락 등은 타주에 있는 매니저가 미리 다 잡아준다. 나머지는 모두 혼자다.
참고로 신지애는 지난 4월 처음으로 ‘미국 애마’를 산 것을 공개했다. 당초 안전 등을 고려해 BMW를 사려고 했으나, 직접 차를 본 후 마음이 바뀌어 아우디와 신형 쏘나타 2대를 샀다. 특히 쏘나타는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는 말을 듣고 찾아봤는데 디자인과 성능 등을 보고 마음에 쏙 들어 충동구매를 했다고 한다. 신지애 정도면 후원(공짜)이나 엄청난 할인 혜택을 받을 법도 한데 야속하게도 한국 딜러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해 유명인사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원래 운전하는 것을 좋아해요. 최소한 차 안은 저 혼자만의 공간이잖아요. 다른 사람 시선도 없고, 어떤 표정을 지어도 상관 없고…. 가끔 슬쩍 속도를 높여 스피드로 스트레스도 해소해요.”
고등학생 때부터 최고의 골프선수로 항상 남의 이목을 받아왔고, 이제는 세계 최고의 선수로 더욱 그렇게 됐다. 골프모자만 쓰고 있으면 한국사람뿐 아니라 외국사람도 많이들 알아본다. 그러니 ‘차 안이 편하다’는 것은 제법 세계랭킹 1위에 어울리는 멘트로 들렸다.
양영은 매니저는 신지애의 장점에 대해 “2009년부터 매니저를 맡았는데 정말 놀랐어요. 힘들고, 짜증 날 때도 많은데 신 프로는 정말이지 항상 웃어요. 골프가 안 되고, 또 유명인사로 주위에서 각종 요구가 많아 황당한 일도 많을 텐데 얼굴 한 번 찌푸린 적이 없어요. 옆에 있는 저도 화가 날 정도인데요. 신 프로는 내색을 안 하고 항상 웃는 거죠. 그러니 한국사람이든 외국인이든 다 좋아할 수밖에 없죠”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신지애의 부친 신제섭 씨는 딸과 떨어지자 더 바쁘다. 골프도 즐기고, FQ(신지애의 별명인 파이널퀸의 약자)라는 상호로 각종 신지애 관련 프로모션도 준비하고 있다. 또 개인적으로는 연구목사로 오랫동안 게을리 했던 신앙연구 등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3월 <파이널퀸 신지애 골프로 비상하다>(민음인)라는 단행본을 내기도 했다.
#3 ‘세계 1위 수성’ 시작
신지애는 책을 많이 읽고, 말도 참 조리 있게 잘한다. 이제 웬만한 영어 인터뷰는 통역 없이도 다 해낼 정도로 능숙해졌다. 이런 신지애인 까닭에 ‘멘트’도 아주 점잖고, 세련됐다. 세계 1위에 오른 소감도 공식적으로 “세계랭킹 1위가 된다는 것은 그 수많은 훌륭한 골프선수들의 이름 앞에 ‘신지애’라는 이름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 것인지 알고 있기에 더욱 실감이 나지 않는다”였다.
부친 신제섭 씨나 매니저 등 주변에 따르면 펄쩍 뛸 듯이 좋은 것이 분명한데 결코 그렇게 요란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속으로 기뻐하고, 또 거기에 그치지 않고 다음을 준비하는 게 신지애 타입이다.
신지애는 지난 6일 밤 자신의 싸이월드에 아주 짤막한 글을 남겼다. “세계 NO.1 이라…꿈은 아니겠지?” 어쩌면 공식 멘트보다 이것이 신지애의 진짜 속내를 잘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로레나 오초아가 은퇴했고 또 말이 세계 1위지, 올 시즌 3승을 거둔 로레나 오초아나 수잔 페테르손 등 2위 그룹과의 차이가 얼마 안돼요. 1위를 지키려면 정말 더 열심히 해야 해요. 올 시즌 메이저 우승도 필요하고요….”
신지애는 이미 세계 1위 사수에 나섰다. 올 시즌 아직 LPGA는 우승이 없기에, 직설적으로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절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인 미야자토 아이(일본)의 3승에 크게 자극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오초아에게 아쉽게 ‘올해의 선수’를 내줘 눈물을 흘렸는데(본인 표현으로 세 방울) 올해도 이를 놓칠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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