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반 시게루가 디자인한 ‘투명 화장실’.
유리는 특수 공정을 거친 변색 유리다. 전류가 통하면 투명해지고, 전류가 끊기면 흐려지는 것. 밤이 되면 내부 조명이 켜지면서 화장실 전체가 등불처럼 빛난다. 덕분에 화장실이 공원 내 가로등 역할도 겸하게 된다.
화장실을 디자인한 것은 도쿄 출신 건축가 반 시게루다. 2014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공중화장실, 특히 공원에 있는 화장실에 들어갈 때 2가지의 우려가 있었다”고 말한다. 하나는 내부가 청결한지, 또 하나는 다른 사람이 있는지다. 투명화장실이라면 이러한 걱정을 덜 수 있다.
해당 시설물은 일본재단이 펼치는 ‘도쿄 화장실 프로젝트(THE TOKYO TOILET)’의 일환이다. 재단 측은 “공원 내 화장실은 방범상의 이유로 여성들이 기피했던 곳”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누구나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반 시게루 외에도 안도 다다오, 구마 겐고 등 유명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투명 화장실을 포함해 내년 여름까지 ‘가고 싶은 화장실’ 17곳을 선보이는 게 목표다.
참신한 디자인으로 투명 화장실이 화제를 몰고 있는 가운데, 트위터 등에서는 “혹시 정전이 되면 문을 닫아도 내부가 보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전류가 흘러야 유리가 투명해진다. 정전이 돼도 내부가 비칠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