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장훈 기자 docu@ilyo.co.kr |
# 해설위원들의 가상 전략
축구의 강대국 아르헨티나가 버티고 있는 B조. 아르헨티나와의 대결에서 이길 확률이 희박한 점을 감안할 때 한국 축구팀은 그리스와 나이지리아의 경기에서 1패를 기록하지 않아야 16강 진출도 가능해진다.
월드컵이 목전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허정무 감독은 B조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생존전략을 구상하고 있을까. 아직까지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상황에서 방송 3사 해설위원에게 본인이 국가대표 사령탑이라면 어떤 포메이션과 전략을 쓸 것인지 물어봤다.
포메이션에 대한 질문에선 모두 “이런 상황에선 ‘4·3·2·1’로 가야 한다”며 수비라인에 초점을 둔 안정적인 전략을 꼽았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아르헨티나와 같이 빠른 축구를 하는 팀에 맞서기 위해선 4·4·2 전략은 다소 부담이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최강의 베스트11에서는 수비수에 있어 이견 차를 보였다. 이용수 해설위원과 박문성 해설위원은 수비라인 4명으로 이영표(33·알힐랄)-곽태휘(29·교토상가)-오범석(26·울산현대)을 공통으로 꼽는 대신에 나머지 한 자리에 대해서 이용수 해설위원은 이정수를, 박문성 해설위원은 붙박이 주전선수인 조용형(27·제주유나이티드)을 꼽았다. 서형욱 해설위원은 이영표-이정수(30·가시마앤틀러스)-조용형-차두리(30·프라이부르크)를 최상의 멤버로 점찍어두고 있었다. 박문성 해설위원 역시 “부상이 회복된다면 수비수의 한 자리는 차두리가 될 것이다”며 “그리스 전에서는 중앙수비수로 곽태휘가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만 빠른 공격수들이 많은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이정수가 더 낫다”라고 설명했다. 즉 상대팀에 따라 선수기용을 달리 둔다는 내용이다.
미드필더에 있어서는 박문성, 이용수 해설위원은 박지성(29·맨체스터유나이티드)-기성용(21·셀틱)-이청용(22·볼튼원더러스)의 출전을 예상했지만 서형욱 해설위원은 김정우-기성용-박지성을 꼽았다. 골키퍼 선택에 대해서 박문성 해설위원과 서형욱 해설위원은 “이운재(37·수원삼성)가 들어가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데 한 표를 던진 반면 이용수 해설위원은 “이운재 대신 젊은 피인 정성룡을 선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전방 공격수에는 박주영(25·AS 모나코)이 이상적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감독으로서 베스트 11을 이끌고 월드컵 무대에 올랐을 때 가장 큰 난제는 ‘낯선 환경과의 싸움’을 꼽았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아프리카는 여행조차 가본 일이 없다고 낯설어 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서형욱, 이용수 해설위원도 “고지대인 요하네스버그에서 산소량이 급격히 줄어들면 호흡이 가빠진다. 그런 곳에서 강팀 아르헨티나와 경기를 하게 된다”며 상상 이상의 힘든 경기가 될 것을 예고했다.
이번 국가대표팀이 어느 때보다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무기는 무엇일까. 방송 3사 해설위원은 ‘배짱’을 들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이청용 선수를 만났을 때 ‘메시와 한번 붙어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웃더라”며 “올해 대표팀 선수들은 월드컵을 마음껏 즐겨주겠다”는 모습으로 그들이 보여줄 대담한 승부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위치한 월드컵 경기장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경찰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이곳에서 6월 17일 아르헨티나와 조별예선 경기를 치른다. EPA/연합뉴스 |
한국 월드컵 도전사에서 심판의 오심 논란은 약방의 감초처럼 따라다녔다. 2002년 4강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던 2006년 월드컵 역시 석연치 않은 오심이 뒤따랐다.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한국은 토고전 2-1, 프랑스전 1-1 무승부로 마지막 남은 스위스 전을 승리로 이끌면 16강 진출 신화를 다시 한 번 재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위스와의 경기 후반 32분, 한국 선수의 스로인을 가로챈 스위스는 공격수 알렉산더 프라이에게 침투패스를 찔러 넣었고 선심은 오프사이드 깃발을 들었으나 프라이는 곧장 텅 빈 한국 골문에 공을 밀어 넣었다. 골은 주심의 판단으로 인정됐다. 공이 한국 선수의 발끝에 맞고 프라이한테 연결됐다는 것. 판정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결국 16강 진출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당시 이영표는 “축구에 만일이란 게 존재하지 않지만, 프라이의 골이 오프사이드로 선언됐다면 충분히 동점골과 역전골이 터져 나왔을 것이다”며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헌데 이번 월드컵에는 역대 최악의 오심 판정이라 불리는 ‘신의 손 사건’의 주역인 마틴 한손 주심이 포함돼 긴장을 일으키고 있다. 신의 손 사건은 유럽지역예선 플레이오프에서 티에리 앙리가 손으로 공을 컨트롤하고 동료선수의 골을 도와 세계적으로 논란이 일었던 사건이다. FIFA에서 이번 월드컵의 심판진의 명단을 공개하자 외신들은 “축구계에서 마틴 한손 주심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라 경기 때 이 심판을 만나는 팀들은 신경을 바짝 곤두 세워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 경기장 밖 무슨 일이
남아공월드컵 B조에서 살아남아 16강에 진출하는 것도 과제지만 경기장 밖 치안 역시 뜨거운 화두다. 개최국인 남아공의 범죄율이 세계 3위이다 보니 경기장 주변 치안을 둘러싸고 괴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번 남아공 월드컵은 티켓이 남아 돌아 역대 최초로 슈퍼마켓에서 티켓을 판매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니 조단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원장은 직접 세계 언론과 접촉하며 ‘치안에 대한 완벽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알기 위해 남아공에서 3년 이상 거주한 한인을 서면으로 인터뷰했을 때는 정반대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IT 업체에 근무하는 한 회사원은 “요하네스버그 경기장 인근의 다운타운에는 고층빌딩이 있지만 이주한 백인들이 쓰던 곳으로 현재는 모두 텅 빈 빌딩이다. 이곳에 빈민가의 흑인들이 모여들며 슬럼화되고 있다”며 “기차역에서 100m 떨어진 빌딩으로 걸어가는 동안 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15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해가 떨어진 후에는 걸어 다니거나 차를 멈춰 세우는 것조차 자살 행위다. 교통 수단은 사실상 택시뿐인데 이 경우도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흑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월드컵 특수를 누리고자 관광객들의 유료 교통수단으로 쓸 봉고차를 마련했지만 정부에서 월드컵 교통대책의 일환으로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 등 주요도시에 급행버스체계(BRT)를 도입하자 대량 폭동이 일어나고 있다. 또 치안문제가 거론되자 남아공 정부는 경기장 인근의 상점들을 대상으로 폐업조치를 내려 택시기사들과 상점 주인들이 가담해 폭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거주하는 한 한인은 “경기장 부근에서 불을 지르거나 총기로 버스(BRT) 안의 승객을 난사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정부에서 현지 언론을 통제하고 있어 이러한 갈등이 알려지는 것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유럽국가에서는 자비를 들여 남아공에 자국 관광객과 대표팀을 위해 안전요원들을 파견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남아공월드컵 이색풍경
관광객 노린 ‘레드 투어’ 활활
그는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월드컵 기간 동안 축구팬들은 흥겨운 축제 분위기에 광분해 기꺼이 도박이나 성적인 흥밋거리에 여분의 비용을 지불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택시기사들은 500달러 정도의 왕복 비용을 받고 에이즈의 위험에서 안전한 호스트바나 매춘업소를 소개하는 섹스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