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통과 전이지만 일부 차량 내비게이션에는 이미 공공의대 부지가 검색되자 물밑에서 법 통과 전에 이미 공공의대를 사실상 추진하고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사진=제보
2019년 3월 20일 남원시는 “의료원 주변 6만 4600㎡를 공공의대 설립 부지로 확정하고 3월 15일 개발행위허가제한구역으로 지정 및 고시했다. 시유지인 롤러 스케이트장(이전 추진 중) 부지를 뺀 4만 2000㎡의 사유지를 97억여 원에 사들여 본격적인 공공의대 설립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5월 25일에는 “공공의대 설립 준비를 위해 5월 기준 전체부지 면적의 44%인 2만 8944㎡에 대한 토지 보상을 완료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던 남원시의 공공의대 설립은 최근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 등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뒤늦게 화제를 모았다. 의료계는 남원시의 보도자료를 꺼내 몇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우선 의료계는 남원시의 부지 매입 가격이 비싸다고 주장했다. 2020년 5월 공시지가알리미에 공시된 가격을 기준으로 측정한 결과 공공의대로 편입될 개인 소유 토지 공시지가는 약 15억 7000만 원이다. 2019년 남원시 보도 자료 기준 개인 소유 토지 구입에 사용될 예산 약 96억 원은 공시지가에 비해 약 6.11배에 달하는 셈이다.
또 전체 개인 토지 면적의 절반 이상이 여권의 특정 정치인이 속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중의 대표자 소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중은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없는 단체이며 인터넷 족보페이지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선 남원시가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주장이 불거졌다.
2019년 3월 남원시는 지정 및 고시한 공공의대 설립 예정 부지는 개인 소유 부지 3만 8464㎡(약 1만 1655평)와 남원시 소유 부지 2만 5258㎡(약 7653평), 정부 소유 부지 1070㎡(약 324평)로 이뤄졌다.
남원시는 “전체부지 면적의 44%인 2만 8944㎡에 대해 토지 보상을 완료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토지 보상을 완료했다고 밝힌 2만 8944㎡은 남원시 소유 부지 2만 5258㎡와 남원시가 5억 2000만 원 정도를 들여 매수한 개인 소유 부지 3686㎡(약 1116평)의 합이었다. ‘공공의대 예정 부지의 44%에 대한 토지 보상 완료’라는 보도자료 내용은 다소 부풀려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남원시는 총선 때 지역 정치인의 무분별한 공약 탓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게 입장이었다. 남원시 관계자는 “보도자료에 오류가 있었다. 토지 보상을 완료한 44% 가운데 39%가 시유지였고 실제 매입한 건 5억 2000만 원 정도 들여 협의 매수한 5% 정도의 3필지가 다였다”고 했다.
이어 “총선 때 국회의원 후보자가 서로 ‘지금 부지가 50% 확보돼 있다’고 말하고 다닌 게 있어서 남원시 홍보실과 자료를 주고받다가 그렇게 보도자료가 나가게 된 것”이라며 “남원시 소유 토지를 포함해서 말한 건데 개인 소유 토지 보상이 완료된 것처럼 보도자료가 나가 여론이 안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토지보상비가 공시지가 6.11배로 예산이 책정된 게 과하다는 일각의 주장은 개인 소유 토지 구입에 사용될 예산 약 96억 원을 토지보상비로만 본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공익사업 시 보상에는 토지보상 외에도 건축물 등의 보상, 수목보상, 분묘보상, 영업손실보상 등 여러 종류의 보상비가 책정돼 있다.
남원시 관계자는 “일단 공시지가로만 보상하지 않는다. 보상에 관한 기본법인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상 정부나 지자체가 사업을 할 때 토지 소유자 추천, 매수 예정자 추천, 광역지자체 추천 등 감정평가업체 3곳에서 가격을 산출해 평균 가격을 토지 소유자에게 제시한다”고 했다.
이어 “공시지가만 제시하는 건 맞지 않다. 개인 소유 부지에는 고물상과 식당, 중고차 매매상 3곳 등이 위치했다. 고물상 같은 경우 시설이 비싼 게 많고 권리금이 있는 곳도 있다. 거기에 영농보상비, 영업보상비, 분묘보상비, 거주자 이전비, 이사비 등을 다 산정해서 총 감정평가 가격이 약 80억 원대가 나왔다. 매년 국토교통부에서 지역마다 분할해서 고시한다. 남원시는 익산국토관리청에서 담당하는데 기타 보상비 등을 산출해서 공공의대 예정 부지 면적에 대해 나온 게 지난해 기준 80억 원대였다. 올해 90억 원 정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정 문중 특혜설에 대해서도 남원시 관계자는 “그 문중은 사종중이다. 대종중이 아니라 이런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이름이 거론되는) 정치인과 상관없다”고 했다. 종중은 대종중과 소종중, 지파종중, 사종중 등으로 나뉘어 있다. 보통 알려진 건 대종중이다.
한편, 20대 국회 때 폐기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을 김성주 민주당 의원이 7월 1일 다시 발의하며 공공의대를 둘러싼 논란이 시작됐다. 법 통과 전에 이미 남원시가 예정 토지 일부를 구입하며 “남원시와 민주당 사이에 이미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차량 내비게이션에는 이미 남원시 공공의대 예정 부지가 ‘국립공공의료대학(2022년 3월 예정)’이라고 표기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에 대해 남원시 관계자는 “법 통과 전이어도 사업 심의에서 의결되면 시는 목적 사업을 위해 협의 보상 정도까지는 할 수 있다. 감정 평가를 거쳐 동의하는 사람에게 땅을 샀던 것”이라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