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요신문배는 지난 5월 5일 온라인 바둑사이트 타이젬 대국실에서 예선 1회전을 시작했다. 세계 각국에서 521명(국내 411명, 해외 110명)이 참가했고, 약 한 달 동안 대회를 치러 각 부문 8강을 정했다. 5개 부문(최강부, 여학생부, 5~6학년, 3~4학년, 1~2학년부) 본선 진출자는 총 40명이다. 원래 서울 올댓마인드 경기장에 모여 대국할 예정이었지만, 8월 중순부터 정부 방역조치가 강화되어 개최 여부까지 다시 논의했었다.
한주영이 제9회 일요신문배 세계어린이 바둑대회 최강부에서 우승했다. 4강에서 대만 선수를 물리쳤고, 결승전에선 한 살 어린 원강하(11)를 꺾었다. 사진=박정훈 기자
대한바둑협회 정재우 과장은 “예선을 마치고 코로나 19가 더욱 확산하면서 내부적으로 논의를 많이 했다. 이번 일요신문배에선 ‘안전’과 ‘공정성’을 가장 중시했다. 결국 지역협회를 온라인으로 연결하고, 심판을 파견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번 일요신문배를 치른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열릴 시도 어린이 대회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대한바둑협회는 아시아바둑연맹과 전국협회에 협조 요청해 지역별로 온라인 대국실을 마련하고 공인 심판을 파견해 ‘온라인 지역분산방식’으로 열었다.
본선은 세계 두 곳(싱가포르, 대만)과 전국 8개 지역에서 비접촉 온라인 경기로 진행했다. 세부적으로 서울·인천 지역 학생은 올댓마인드 경기장을 2개 공간으로 분리했고, 경기(북부) 선수 3명이 차수권도장, 경기(남부) 선수 5명은 경기도협회, 충남 지역 선수 3명이 천안 키바도장, 충북과 세종시 선수 3명은 옥득진 도장, 전북 선수 2명은 전북협회, 광주 선수 3명이 광주협회, 경남·경북 선수 3명은 울산협회가 마련한 온라인 대회장에서 대국했다. 최강부 본선 8강에 오른 대만선수 1명과 싱가포르 선수 1명도 아시아바둑연맹 협조를 받아 전용 대국장에서 대회를 치렀다.
30일 오전 11시에 각 부문 8강전이 동시에 열렸고, 오후 3시부터 결승전을 치렀다. 1~2학년부는 김시황, 3~4학년부는 김원대, 5~6학년부는 김종훈, 여학생부는 이서현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본선은 세계 두 곳(싱가포르, 대만)과 전국 8개 지역에서 비접촉 온라인 경기로 진행됐다. 서울·인천 지역 경기는 올댓마인드 경기장을 2개 공간으로 분리해 치렀다. 사진=박정훈 기자
최강부 우승자는 한주영(12)이다. 4강에선 대만 선수를 물리쳤고, 결승전은 한 살 어린 원강하(11)를 꺾고 우승했다. 결승전을 치른 직후 한주영은 “초반은 나빴는데 후반에 상대가 실수해서 이길 수 있었다. 어렵게 역전한 결승전 대국이 가장 고비였다”라고 총평했다. 이어서 소감을 묻자 “기분이 좋아요. 온라인도 적응되니 오히려 부담이 덜 되었어요. 앞으로 박정환 사범님처럼 세계대회에서 성적을 잘 내는 프로기사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2009년생이다. 초등학교는 한 살 일찍 들어가 6학년에 재학 중이다. 작년 용인시장배 초등기성부 이후 두 번째 우승이다. 바둑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방과 후 교실에서 시작했다. 기재를 엿본 선생님이 아버지에게 전문도장에 다닐 것을 권유했고, 2018년부터 양천대일도장에서 수학했다. 본격적으로 바둑을 수련한 지 약 2년 반 만에 초등최강부 우승자로 우뚝 솟았다.
양천대일바둑도장 김민욱 실장은 “도장 내에서 누구보다 성실하다. 꾸준하게 노력한다. 또 즐겁게 공부한다. 공부하는 자세가 가장 좋은 학생이다”라고 극찬하며 “평소엔 도장 프로그램에 따라 사활시험을 치르고 최신 기보를 연구한다. 자신이 둔 기보를 AI 분석하는 건 요즘 필수다. 이렇게 똑같이 공부해도 실력이 차오르는 속도가 놀라운 친구다. 도장에 있는 또래들보다 바둑을 늦게 시작했지만, 이젠 거의 따라잡았다. 한바연 최강부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기에 이번 대회도 우승을 예감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원강하(왼쪽)와 한주영의 최강부 결승전 대국 장면. 2m 이상 거리를 둔 온라인 대국으로 치러졌다. 사진=박정훈 기자
시상식은 서울·인천 지역 수상자를 대상으로 먼저 진행했다. 지역 참가자와 수상자에겐 별도로 상패 등을 전달할 계획이다. 30일 오후 서울 올댓마인드 바둑경기장에서 시상을 마친 일요신문 김원양 대표는 “일요신문배는 처음엔 국내 대회로 시작했다. 바둑은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종목이다. 우리 어린이들이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종목이다. 세계 어린이들과 겨루며 우의를 다질 수 있도록 작년부터 대회규모를 키웠다. 올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바둑을 배우는 학생과 지도자, 바둑계 종사자들을 믿고 온라인 개최를 결정했다. 다행히 우리는 지난 1회 대회 때 온라인과 오프라인 대회를 병행한 경험이 있었다. 온라인 대국이 불편한 점과 약간의 잡음도 있었지만 결국 성황리에 잘 치러졌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바둑계는 조훈현-이창호-이세돌-박정환 등으로 이어지는 거룩한 계보가 있다. 일요신문배를 통해 이 계보를 이을 인재가 나왔으면 좋겠다. 더불어 우리 대회에 참가하는 어린이들은 ‘바둑만 잘 두는 어린이’가 아니라 ‘바둑도 잘 두는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 바둑 하나에만 너무 매몰되어선 안 된다. 바둑을 통해 배운 사고력을 활용해 자신이 가진 여러 재능을 키우고 발전시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승부처 돋보기] 깜찍한 노림수가 통했다 제9회 일요신문배 최강부 결승 2020.08.30 ●한주영 ○원강하 265수 흑불계승 실전진행1 #실전진행1 ‘바둑 격언도 바뀐다’ 좌상귀는 평범한 삼삼정석 진행이다. 백 세모로 두면 흑도 A로 받아주는 수가 일반적이다. 대신 발 빠르게 좌하귀 화점에 날일자로 걸쳤다. 백2로 붙이면 B자리로 젖히는 게 바둑초보 시절 처음 배우는 정석 1호다. 최근 바둑격언은 ‘붙이면 젖혀라’에서 ‘붙이면 호구자리 급소로 밀어라’로 바뀌었다. 이렇게 밀고 들어가는 수법은 AI를 연구한 프로기사들이 먼저 사용했다. 가장 최근은 박정환-양딩신이 대결한 갑조리그 주장전에서도 나왔다. 백이 실전처럼 귀쪽을 막지 않고 흑5 자리에 이으면 흑은 백4 자리로 쭉 밀고 들어가 알뜰하게 실리를 챙긴다. 실전진행2 #실전진행2 ‘깜찍한 꼼수’ 백2가 깜찍한 노림수였다. 흑3으로 이어줘서 꼼수가 통했다. 백이 축을 몰며 중앙 석 점(흑 네모 표시)을 잡자 바둑이 한순간에 역전되었다. 사실 흑3 대신 백4 자리로 쭉 뻗어 두었으면 흑이 여전히 유리했다. 이런 진행은 AI(카타고) 흑승률이 90%를 찍었다. 준우승한 원강하는 한주영보다 한 살 어리다. 2016년 이세돌-알파고 3국을 보고 흥미를 느껴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다. 7세 무렵부터 약 4년을 공부해 어린이 최강부 결승에 오를 실력을 만들었다. 바둑 곳곳에 재기가 넘친다. 국후 “졌지만, 대단한 바둑이었다”라고 위로해주었지만, 초롱초롱한 두 눈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실전진행3 #실전진행3 ‘시야가 더 넓었다’ 국후 한주영은 “흑15로 찝었을 때 역전했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원강하가 백8로 호구에 집어넣는 수도 부분적으론 깜찍한 묘수였다. 하지만 바둑판 전체를 보는 시야는 한주영이 더 넓었다. 하변 백은 더 가볍게 볼 자리였다. 백18, 20도 쓸데없는 손찌검이었다. 이후 백이 C자리 단수를 쳤는데 이 수 때문에 우변 백 대마가 약해지면서 거꾸로 중앙에서 흑이 주도권을 잡았다. C 대신 D 정도로 우변 백집을 넓혔다면 아직 갈 길이 먼 바둑이었다. |
[입상자 명단] 최강부 우승 한주영(운양초 6) 준우승 원강하(KIBA바둑학원 4) 3위 WESLEY HSIAO(대만) 3위 손은호(동탄목동초 5) 여학생부 우승 이서영(은빛초 5) 준우승 이현(청명초 5) 3위 박송현(주엽초 6) 3위 신다빈(유창혁바둑도장 5) 5~6학년부 우승 김종훈(대전어은초 5) 준우승 권도영(천안불무초 5) 3위 김다찬(남산초 5) 3위 안성호(주약초 6) 3~4학년부 우승 김원대(행당초 3) 준우승 김하윤(광주방림초 3) 3위 오경민(천안서초 3) 3위 김도윤(서울홍연초 4) 1~2학년부 우승 김시황(세종반곡초 2) 준우승 김동현(군포신기초 2) 3위 고승범(삼일초 2) 3위 김윤(천안한들초 2) |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