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렛대학교 브리지학부(전 재활자립학부) 소속 A 교수와 B 교수는 제자에게 성희롱과 장애 비하 발언 등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관련기사 “걸어 다니는 복지카드” 나사렛대학교 교수 장애학생 비하 논란). 나사렛대학교 브리지학부는 발달 장애인들의 고등교육을 위해 세워진 국내 최초의 교육부 4년제 정식 인가 학과다.
피해 학생의 증언에 따르면 A 교수는 수년 동안 학생들을 ‘걸어 다니는 복지카드’라고 부르는 등 인권 침해적 발언을 일삼아 왔다. B 교수의 경우 수업시간에 30여 명의 학생들을 각각 ‘지적장애’, ‘자폐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의 병명으로 호명하기도 했다는 게 피해 학생들의 주장이다.
일부 학생들에 대한 성희롱 의혹도 제기됐다. B 교수가 특정 학생들을 자신의 연구실로 불러 면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해봤냐?” “하고 싶다면 연구실을 빌려 줄 테니 여기서 해라” 등의 부적절한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해 연말 당시 학과장이었던 류 아무개 교수에 의해 알려졌고 학교는 지난 3월 정식으로 사실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윤문기 나사렛학원 이사장이 학부모에게 보낸 편지. 사진=제보자 제공
조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피해 학생은 물론 나사렛대학교 학생회 등 일반 학생들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윤문기 나사렛학원 이사장은 8월 13일 피해 학부모들에게 사과 메일을 보내 “죄송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접수된 피해 내용과 처리과정이 늦어진 이유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은 물론 학생들이 한 인격체로서 상처 입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사실조사위원회와 인사위원회는 8월 18일 A 교수의 장애인 비하 및 심부름 강요와 관련해 개연성이 일정 정도 인정된다며 징계 요청을, B 교수의 성희롱 의혹에 대해서는 진술이 상반되고 사실 확인이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나사렛학원 이사회는 8월 27일 A 교수의 징계안 역시 조사 결과 내용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추가 조사를 의결했다. 결과적으로 두 교수에 대한 재조사 및 재심의가 결정된 것이다.
다만 당초 문제를 제기한 류 교수에 대해서는 직위해제 처분이 내려졌는데, 그 이유는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 류 교수는 2014년 당시 신 아무개 나사렛대학교 총장의 과거 성추행 사건을 SNS 등에서 ‘강간미수’로 표현했는데 이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150만 원의 벌금형을 확정 받은 까닭이다.
나사렛대학교 브리지학부 장애 비하 교수 처벌에 대한 청원은 9월 2일 기준 2만 건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피해 학생 측은 반발했다. 언론 보도 이후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 한 피해 학생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피해를 입는 후배들이 생길까봐 어렵게 용기를 냈는데 학교는 기다리라고만 했다. 2학기부터 피해 학생을 위한 강의를 별도로 마련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피해자가 누군지 보여주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와 교수님의 행동에 상처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 학생의 학부모는 “장애를 가진 아이가 스스로 무언가를 말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큰 용기를 내는 것이다. 딸 가진 입장에서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도 힘든데 부끄러운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도 용기를 냈다”며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라 다수다. 그런데도 학교 측은 ‘성희롱 당시의 녹취록 등 정확한 증거가 없다’며 모호하다고 한다. 모순적인 것은 학교에서 한 번도 아이들을 직접 불러서 조사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가해 교수들은 직접 불러 상황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어떤 것이 더 입장 전달이 잘 되었겠느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나사렛대학교는 9월 1일 서면을 통해 “이번 사건의 고발자와 피고발자, 피해자, 참고인 등의 주장이 매우 상반되고 모호한 점이 있어 재조사 중이며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라 재심의하기로 했다. 류 교수의 직위해제 처분은 벌금형과 교원품위 의무 위반사항에 대한 것으로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학기 수업은 두 교수의 강의를 개설하되 피해 학생을 위한 별도의 강의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가해자로 지목된 B 교수는 “특정 병명으로 학생들을 호명한 것에 대해서는 일부 학생들이 ‘자아’를 다루는 수업 내용을 오해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알려진 것과 같은 성희롱적인 발언은 전혀 없었다. 진실은 학교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발간한 ‘2019년도 전국 장애인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학대 피해 장애인의 상당수는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 장애)으로 전체 피해의 72%를 차지했다. 그러나 장애인 학대 의심사례 가운데 신고 의무자가 신고한 경우는 44.6%에 그쳤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