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는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 재산등록 공개목록과 부동산등기부 등에 따르면 김홍걸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거주지인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를 포함해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가 생전 머물던 서울 동교동 사저, 서울 일원동 래미안개포루체하임 아파트 등 투기지역에 3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주택 재산만 76억여 원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는 다주택 고위 공직자들에게 ‘1가구 1주택’을 권고했다. 민주당도 지난 1월 총선 공천 과정에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는 당선 2년 이내 실거주 주택 1채를 제외한 주택을 매각한다는 ‘부동산 매각 서약서’를 제출했다.
김홍걸 의원 역시 다주택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를 받았고, 최근 일원동 래미안개포루체하임을 처분해 2주택자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래미안개포루체하임은 김 의원 부인이 2016년 6월 9억 7900만 원에 분양받았다. 2018년 11월 준공돼 현재 시세는 18억 2500만 원 수준으로, 호가는 20억 원이 넘는다.
그런데 처분 방식이 논란이 됐다. 매각이 아니라 20대인 김홍걸 의원 차남에게 증여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등기부에 따르면 김 의원 부인은 7월 14일 아파트를 아들에게 증여해 소유권을 이전했다. 이 시점은 취득세율을 대폭 인상하는 안을 담은 7·10 부동산대책 발표 나흘 뒤였다. 김 의원 측이 취득세 절세를 위해 급히 차남에 아파트를 증여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김 의원 측은 “둘째 아들 건강이 좋지 않다. 아르바이트로 월평균 100만 원 정도 벌고 있지만,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부모 입장에서 증여하기로 판단한 것으로 안다. 6억 원이 넘는 증여세도 정상적으로 냈다”면서도 “증여세를 어떻게 확보했는지는 개인적인 내용이라 잘 모른다. 문제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6억 원가량으로 추정되는 증여세를 어떻게 감당했는지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증여세는 받는 사람인 수증자, 즉 김 의원 차남이 내야 한다. 21대 국회의원 재산등록 공개목록에 따르면 5월 30일 기준 김 의원 차남 예금은 2550만 원이다. 그는 지난 7월 이전받은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 부부가 보유한 다른 주택 역시 마찬가지다. 동교동 사저의 경우 지난 2월 김 의원이 상속세로 추정되는 납세 담보로 채권최고액 18억여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놓은 바 있다.
다만, 5월 30일 기준 김 의원 배우자 예금이 12억여 원이었다. 이를 활용해 증여세 문제를 해결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인이 차남에게 증여한 서울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개포루체하임 부동산등기부(열람용).
김 의원이 증여 이후 전세 세입자를 변경하는 과정에서도 뒷말이 나왔다. 기존 세입자는 전세 만기가 6개월 남았는데 계약을 종료했다. 이어 새 세입자와 8월 12일 전세 계약을 체결했는데, 전세금은 기존 6억 5000만 원에서 4억 원을 올린 10억 5000만 원이었다. 상승률이 61.5%에 달했다.
특히 전세금을 올리고 8일 뒤 김 의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물론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전월세 상한제(5% 초과 인상 불가)는 같은 세입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위법은 아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정책이나 법 취지와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전세금을 인상한 것이 앞서 의문으로 제기된 증여세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 관계자는 “기존 세입자가 나가게 되면서 공인중개사에 다시 전세를 내놨다. 공인중개사에 가격 등 계약을 맡겼다”며 “시세대로 하다 보니까 그렇게 인상이 진행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인중개사 및 부동산 정보 사이트 등에 따르면 김 의원이 증여한 것과 비슷한 면적의 집 전세가가 11억 원에 올라와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시세대로 전세계약을 한 것을 비판할 수는 없다”면서도 “부동산 개혁을 추진하는 여권 정치인인 만큼 너무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은 안 보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