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00. 아모레퍼시픽 건물. 사진=박정훈 기자
#아모레퍼시픽 가맹점 차별 논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 1808억 원, 36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67%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이커머스 부문 매출은 국내와 해외에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0%, 30% 성장했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과 디지털 전략 강화로 이커머스 매출 비중이 상승하고 있다”며 “2020년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이커머스 비중은 30%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디지털 체질 개선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쿠팡, 11번가, 네이버, 무신사 등 온라인 플랫폼과 손을 잡고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니스프리와 헤라가 각각 온라인전용 브랜드, 카카오 선물하기 전용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 6월에는 온라인전용 브랜드 ‘이너프 프로젝트’를 쿠팡에서 단독 론칭하기도 했다.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입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초 아모레퍼시픽은 마몽드, 한율 등과 함께 대표 브랜드인 라네즈와 자회사 에뛰드까지 올리브영에 입점시켰다.
소비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은 높아졌지만 그 사이 가맹비를 내고 영업을 하는 가맹점은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와 가맹점의 경쟁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예컨대 가맹점은 정해진 기간에 제품을 할인해서 판매할 수 있지만 헬스앤뷰티 스토어는 할인율이나 기간을 스스로 정해 판매한다. 가맹점주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최근에는 이커머스 업계와 가맹점 사이에 공급가 차별 논란도 불거졌다. 같은 제품의 가격이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면서 가맹점주의 반발을 샀다. 공급가 문제는 제조사와 가맹점이 가장 첨예하게 갈등을 빚는 부문이다.
김익수 전국아리따움가맹점주협의회(전아협) 회장은 “가맹점주들이 본사 경영 전략에 발맞춰 브랜드를 키워왔음에도 경쟁상대인 이커머스와 헬스앤뷰티 매장에만 공을 들이고 있다”며 “현행법상 위반은 아닐지라도 대기업으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모레퍼시픽은 가맹점주들과 대화를 피하지만 말고 정상적인 논의를 거쳐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와 가맹점에 공급되는 제품의 가격이 큰 차이가 없다”며 “브랜드마다 정기적으로 가맹점주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가맹점주와 본사의 입장이 서로 다르다 보니 대화하지 않는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회 찾는 가맹점주…하지만 갑은 따로 있다?
가맹점주는 최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권에 손을 내밀고 있다. 지난 7월 전아협 대표들이 정무위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면담을 진행했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했다. 이 개정안은 가맹점주 단체교섭권 도입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개정된다면 가맹점주는 온·오프라인 공급가 형평성을 보장하라고 본사에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또 내년 상반기 입법을 목표로 한 플랫폼공정화법은 플랫폼의 갑질을 금지하고 ‘을’인 입점업체의 거래지위를 높일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건물 전경. 사진=일요신문DB
제조를 담당하는 본사와 판매를 담당하는 가맹점의 갈등의 이면에는 ‘슈퍼갑’으로 성장한 이커머스의 영향력이 있다. 네이버, 쿠팡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의 위상이 한층 올라가 제조사 입장에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 같은 영향력은 공급가 산정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이커머스 업계 1위 업체인 쿠팡의 힘이 협력사에 부당하게 작용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배달의민족, 위메프, LG생활건강이 쿠팡의 갑질을 신고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쿠팡이 부당한 수준의 납품가격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특정 제품을 쿠팡에만 제공해 달라거나 다른 거래처와의 공급 가격 공개 요구, 협력업체에 할인비용 떠넘기기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본사가 할인 등을 통해 가맹점 공급가를 낮춰준다고 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이커머스 업체 자체 할인 쿠폰과 카드 할인 등으로 인해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커머스 플랫폼이 지위를 이용해 입점 업체에 부당한 압력을 주지 못하도록 법안이 빠르게 발의되고 통과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