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부겸, 박주민, 이낙연 후보(왼쪽부터)가 8월 18일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진행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방송토론회 전 공정경쟁을 다짐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제공
여권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김 전 의원은 차기 대선판이 열릴 때까지 암중모색할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의원의 차기 대선 행보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김 전 의원은 8·29 전대 초반 ‘이낙연 견제론’을 띄우는 데 성공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측면 지원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연대설에 군불을 지피면서 ‘반낙(반이낙연) 본색’을 어김없이 드러냈다.
그런데도 득표율은 21.37%에 그쳤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60.77%)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박 의원(17.85%)과는 3.52%포인트(p) 차였다. 특히 권리당원(김부겸 14.76% vs 박주민 21.51%)과 국민여론조사(김부겸 13.85% vs 박주민 22.14%)에서는 3위에 그쳤다. 대의원 투표에서만 29.29%를 기록, 박 의원(13.51%)을 눌렀다.
내부에선 최종 득표율이 30%를 밑돌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마지노선인 20%를 넘겼지만, 상당히 고전했다”고 말했다. 2017년 대선 당시 김부겸 캠프에 합류했던 한 보좌관은 “대중적 지지가 왜 낮은 건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김 전 의원의 영남권 대의원 득표율이 30%에 달한다는 점이다. ‘영남 표 분열’이 여당 대선 승리 방정식의 핵심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부겸 역할론’은 어느 정도 유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민주당 수도권 한 의원은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이후에나 정치적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의원은 최하위에 그쳤지만, ‘2등보다 나은 3등’이란 평가를 받는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다. 당권 레이스 중반에 뛰어든 박 의원은 친문(친문재인)계의 지지를 꾸준히 받았다. 수도권 초·재선 등 개혁 성향 의원들 중심으로 “박주민계를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여의도의 관심사는 박 의원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여부다. 그는 전당대회 기간 “전당대회에 올인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지만, 당 안팎에선 ‘박주민 출마설’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 내부도 박 의원 출마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 기간에도 서울시 고위직 공무원들이 박 의원 득표율에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주민 딜레마’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박 의원이 얻은 10%대 후반 득표율 중 상당수는 친문계의 조직표다. 더구나 박 의원은 2년 전 8명의 최고위원 후보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2년간 ‘플러스알파(+α)’를 만들어내지 못한 셈이다. 이에 따라 박 의원은 ‘자기 계파’ 형성 등의 과제를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