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200과 함께 양대 메인차트로 꼽히는 빌보드 핫100은 빌보드 매거진이 매주 발행하는 미국의 대중음악 순위로, 사실상 ‘지금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곡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는 표준이 된다. 6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빌보드 핫100은 어떤 차트이며, 여기에서 1위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빌보드 핫100 62년 역사상 가장 많은 1위 곡을 보유한 가수는 비틀스다. 모두 20곡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21세기 비틀스’로 불리는 BTS는 과연 어떤 성과를 남길까. 사진=AP/연합뉴스
1894년 뉴욕에서 창간된 음악잡지인 빌보드가 매주 발표하는 대중음악 차트는 현재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싱글 차트인 핫100과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이다. 이 가운데 핫100은 1958년 8월 4일 처음 발행되기 시작한 후로 현재까지 미국 대중음악 시장의 판도를 가늠하는 표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요컨대 미국에서 가장 확실한 싱글 차트로 여겨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빌보드의 역사가 곧 대중음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빌보드 차트는 그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여러 차례 기준이 바뀌어 왔다. 가령 과거에 사용됐던 주크박스 플레이 횟수나 LP 판매량 등은 지금은 더 이상 집계에 사용되지 않고 있다. 지금의 핫100이 처음 정식으로 도입된 것은 지난 1958년 8월 4일이었다. 당시 1위는 리키 넬슨의 ‘Poor Little Fool’이 차지했다. 핫100의 순위를 집계하는 데 사용되는 자료는 크게 네 가지다. 미국 내 라디오 플레이 횟수, 온라인 스트리밍 횟수, 디지털 음원 판매량, 유튜브 조회수 등이다. 이에 비해 빌보드200은 앨범 판매량과 스트리밍 횟수로만 집계한다.
대중음악 시장의 변화에 따라 음반 판매량 대신 새롭게 도입된 디지털 음원 판매량의 경우에는 2005년부터, 그리고 유튜브 조회수의 경우에는 2013년부터 도입됐다. 때문에 지난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7주간 2위에 머물다가 끝내 1위를 하지 못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당시 유튜브 조회수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꼽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당시 강남스타일은 유튜브 최단기간 최다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특히 유튜브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바 있었다.
라디오 플레이 횟수의 경우에는 미국 내 1000여 개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하루 24시간, 일주일 동안 방송되는 횟수를 집계한다. 이때 집계되는 곡은 어덜트 컨템포러리부터 R&B, 힙합, 컨트리, 록, 가스펠, 라틴가요 등 다수의 장르가 포함된다.
아리아나 그란데(왼쪽)는 ‘핫샷 데뷔’만 네 차례를 기록했으며 마돈나는 톱10에 무려 38곡을 올렸다. 사진=AP/연합뉴스·로이터/뉴스1
또한 디지털 음원 판매량은 닐슨 사운드스캔이 조사하는 데이터로, 아이튠즈, 뮤직매치, 랩소디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에서의 유료 다운로드 횟수를 집계한다. 스트리밍 횟수의 경우에는 빌보드, 닐슨 사운드스캔, 전국 레코딩 머천다이저 협회의 협업으로 진행되며,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유튜브 등 미국 음원 채널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노래를 집계한다.
2020년 9월 5일 기준으로 지금까지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른 곡은 총 1109곡이며, 이 가운데 발매와 동시에 1위에 오르는 ‘핫샷 데뷔’를 한 곡은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포함해 단 43곡에 불과했다. 최초의 ‘핫샷 데뷔’는 마이클 잭슨의 1995년 히트곡인 ‘You Are Not Alone’이었다. ‘핫샷 데뷔’ 최다 기록 보유자는 아리아나 그란데로, 지금까지 총 네 차례를 기록했다. 또한 저스틴 비버, 머라이어 캐리, 드레이크는 각각 3회씩 데뷔와 동시에 1위를 한 바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빌보드 역사상 최초로 핫100과 빌보드200 차트에서 동시에 ‘핫샷 데뷔’를 한 유일한 가수다. 2020년 8월 8일, 핫100에서 리드 싱글인 ‘Cardigan’이 1위로 데뷔했을 당시 빌보드200에서 8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Folklore’ 역시 1위에 오르는 진기한 기록을 세웠다.
빌보드 핫100 62년 역사상 가장 많은 1위 곡을 보유한 가수는 비틀스다. 비틀스가 핫100 정상에 올려놓은 곡은 모두 20곡으로, 심지어 1964년 4월 4일자에서는 무려 핫100 순위 1위부터 5위까지를 모두 싹쓸이하기도 했었다.
비틀스에 이어 핫100 정상에 가장 이름을 많이 올린 가수는 19곡을 기록한 머라이어 캐리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18곡의 넘버원 히트송을 보유한 엘비스 프레슬리가 있으며, 마이클 잭슨과 리한나는 각각 14회씩 정상을 차지했다. 이 밖에도 마돈나와 슈프림스는 12곡을, 휘트니 휴스턴은 11곡을, 재닛 잭슨과 스티버 원더는 각각 10곡을 차트 1위에 올린 바 있다.
지금까지 핫100에 가장 많이 진입한 가수는 드레이크다. 모두 225곡을 100위 안에 올렸다. 사진=UPI/연합뉴스
지금까지 핫100에 가장 많이 진입한 가수는 드레이크다. 모두 225곡을 100위 안에 올렸으며, 이는 총 71곡을 올린 비틀스보다 약 세 배 더 많은 수치다. 드레이크가 깬 비틀스의 기록은 또 있다. 지난 2018년 7월 14일 드레이크는 7곡을 동시에 10위권 내에 진입시키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웠다. 종전의 기록은 1964년 비틀스가 세웠던 5곡이었다.
계속해서 수많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빌보드의 사나이’ 드레이크는 이 밖에도 1위 데뷔곡을 자신의 또 다른 데뷔곡으로 대체한 유일무이한 가수로도 기록되어 있다. 2018년 4월 21일, 11주 동안 1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자신의 곡 ‘God‘s Plan’을 대신해서 ‘Nice For What’을 정상에 올리면서 대기록을 세웠다.
그런가 하면 핫100 1위 최장 기록은 릴 나스 엑스가 보유하고 있다. 2019년에 발매된 ‘Old Town Road’는 무려 19주 동안 1위 자리를 지켰다. 그 뒤로는 머라이어 캐리의 ‘One Sweet Day’와 루리스 폰시와 대디 양키의 ‘Despacito’가 각각 16주씩 1위를 한 바 있다.
톱10에 가장 이름을 많이 올린 가수는 마돈나다. 모두 38곡으로 톱10에 올랐으며, 이 밖에 엘비스 프레슬리는 36곡을, 그리고 비틀스는 34곡을 톱 10에 진입시켰다.
핫100 정상에 오르는 것도 물론 힘들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일은 사실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곡들이 일주일 만에 다시 내려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앞으로 BTS가 얼마나 오래 정상을 지킬지, 그리고 다음 신곡 역시 다시 1위에 오를 수 있을지에 쏠려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