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경위가 불법 대포차 유통업자 김재원 씨로부터 쏘나타를 건네 받는 정황이 포착됐다.
그런데 일요신문 확인 결과 A 경위에게 승용차를 공여한 인물은 유튜버 ‘빅보스맨’이란 이름으로 활동했던 김재원 씨(구속)였다. 김 씨는 불법 개인 렌트업, 대포차 유통 외에도 사설 FX 마진거래 업체를 운영했다. 또한 사설 대여계좌를 통한 해외선물 투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등 여러 불법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게다가 김 씨는 과거에도 경찰에게 뇌물을 줬다가 두 번이나 문제가 됐었다.
김 씨와 경찰의 유착은 이미 과거 언론에서 보도된 바 있다. 우선 하나는 ‘레인지로버 경찰 사건’으로 불리는 사건이다. 이 아무개 경위는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대포물건 전담수사팀으로 근무 중이었다. 2014년 10월 이 경위 수사망에 김 씨의 불법 개인 렌트 및 대포차 유통 혐의가 포착된다. 2015년 6월 김 씨는 수사 중인 사건을 원만히 처리해주고 향후 편의를 봐 주는 대가로 이 경위에게 수입 고급차 레인지로버를 사실상 공짜로 렌트해줬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중고를 감안해도 1억 1660만 원 상당이었고 월 렌트비는 약 370만 원에 달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레인지로버 렌트비는 김 씨가 부담하기로 했다. 다만 이 경위는 3년 뒤 소유권 이전시 필요한 인수가인 찻값의 약 20% 가운데 절반(1100만 원)만 미리 지급하기로 했다. 이 경위는 1100만 원만 내고 3년 동안 타다가 차량 명의까지 이전받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2015년 10월 15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레인지로버 무료 대여 혐의가 포착됐고 이 경위에 대한 내사가 시작된다. 당시 김 씨 지인은 “김 씨와 불법적인 일을 하던 직원이 김 씨와 의견이 갈리자 김 씨의 불법적인 일을 경찰에 제보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마침 특수수사과 내사 직전인 2015년 10월 13일 이 경위는 타고 있던 레인지로버 차량을 김 씨에게 반납한다.
이 경위는 재판에서 “주말이나 휴일에만 빌려 타는 계약을 했다. 평일에는 다시 렌트업자인 김 씨에게 돌려줘 영업을 하게 했다. 그래서 월 임대료가 저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렌트 수요가 몰리는 주말에 타고 렌트 수요가 별로 없는 평일에 돌려줘서 영업에 쓰도록 했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김 씨 동업자가 ‘이 경위가 타던 레인지로버는 빌려간 기간 동안 4번 정도밖에 영업에 쓰지 못했고, 빌려간 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아예 없는 차로 생각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또한 김 씨 동업자인 윤 아무개 씨도 경찰조사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김 씨가 또 다른 경찰인 임 아무개 경사와 전화하면서 ‘이 경위도 차를 달라고 한다. 임 경사와 나는 오래되고 많이 도와줘서 차를 준 거다. 그런데 이 경위는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차를 달라고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또한 김 씨가 당시 주변 지인들에게 ‘이 경위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다’ ‘잘못 걸렸으면 큰일 날 뻔했다. 이 경위가 대포차 전담반이어서 잘 보여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한다.
또한 이 경위는 레인지로버 이전에 타고 다니던 모닝 차량을 생활비 등을 이유로 정리했다. 모닝을 정리해서 생활비 등에 보탠 점을 볼 때 풍족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경찰 월급을 감안할 때 렌트비가 과도하게 비싸다는 점도 지적됐다. 결국 이 경위는 징역 10개월, 김 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160시간 사회봉사를 선고받게 된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최근 경찰 비위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 엄중 조치 하겠다”라고 밝혔다. 경찰청 전경. 사진=일요신문DB
김 씨 진술은 경찰 조사, 검찰 조사, 재판에서까지 오락가락한다. 김 씨는 진술이 계속 바뀌는 이유로 ‘과거 임 경사 사건에서 구속됐던 게 생각나 두려웠다’고 밝히기도 한다. 이처럼 김 씨는 레인지로버 경찰 사건 이전에도 임 경사 사건에도 연루됐었다. 임 경사 사건은 ‘보이스피싱 잡다가 한 패된 경찰관’으로 대대적으로 보도된 바 있다.
이 사건은 김 씨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보이스피싱 전담 경찰 임 경사와 친분을 쌓으면서 시작됐다. 보이스피싱을 전담하던 임 경사는 수사를 하면서 보이스피싱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보이스피싱은 초기 자본금 2000만~3000만 원으로 매월 1억 원의 수익도 거둘 수 있는 고수익 업종이었다.
2015년 3월 임 경사는 보이스피싱 조직 관리 및 교육 담당 간부급 조직원 이 아무개 씨와 은밀한 계약을 하게 된다. 임 경사는 이 씨에게 자본금 일부를 투자금 명목으로 댈 테니 이 씨가 보이스피싱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을 나눠달라는 제안을 했다. 이 씨는 임 경사가 보이스피싱 범죄 관련 경찰이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도와줄 것을 기대하고 이 계약을 수락했다.
2015년 김재원 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카페 인근에서 임 경사, 이 씨와 만났다. 김 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임 경사의 투자금을 대납해주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결국 김 씨는 임 경사가 보이스피싱 사업에 투자해 향후 투자 수익을 제공받을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에 직무와 관련한 뇌물을 공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재판까지 갔던 이 사건에서 김 씨는 1심에서 구속됐지만 2심에서는 무죄로 풀려난다.
재판부는 “임 경사가 보이스피싱 수익금 일부를 분배받기로 하고 렌터카 업자로부터 투자를 약속받은 점은 인정되지만, 범행을 위한 준비가 사업체 구성에 이르지 못한 채 종료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출범하지는 못했다는 게 결정적이었다. 이어 재판부는 “2000만 원을 투자받은 것에 적용된 뇌물수수 혐의는 범행이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씨는 임 경사와의 사이에서도 차를 이용한 정황이 포착된다. 이 경위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김 씨는 임 경사에게도 차를 보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씨는 향후 형사사건이 문제될 경우 편의를 봐주고 사건이 잘 처리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아우디 A6 승용차를 매입하여 제공했다.
김 씨는 이미 두 차례의 과거 사건에서 한 번은 경찰과 유착으로 처벌된 바 있고, 임 경사 사건은 처벌까지 이르진 않았지만 실제로 돈을 건네기는 했다. 김 씨의 이 같은 전력 때문에 쏘나타 경찰 의혹도 비슷한 사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9월 7일 김창룡 경찰청장은 서면으로 대체한 경찰청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자동차 불법 대여업자로부터 사건청탁 대가로 차량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관에 대해 감찰조사 중에 있다”며 “제기된 의혹들을 철저하게 조사해 비위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징계조치는 물론 형사처벌 등 엄중 조치하겠다”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