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정부가 일선 병원을 상대로 향정신성 약물 처방일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 불똥이 연예계로 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졌다. 일요신문 확인 결과 실제로 최근 각 지역 보건소는 일선 병원으로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
요즘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서 ‘향정신성 약물 주의보’가 돌고 있다. 주사기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아무래도 연예기획사에서 일하다 보면 병원과도 가깝게 지낸다. 성형외과 피부과는 물론이고 소속 연예인이 어디가 아파 병원에 가면 그 부분도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친한 의사들로부터 정부가 갑자기 향정신성 약물 처방일수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나서 곤란하다는 얘길 자주 들었다. 의사들은 의료계 집단휴진 등으로 정부가 의사들을 탄압하고 길들이려 한다고 불평을 하고 있는데 그로 인해 우리(연예계)가 더 긴장하고 있다. 자칫 유명 연예인 가운데 평소 병원에서 향정신성 약물을 과다하게 처방받은 사례가 나올 경우 이슈는 그리로 다 몰려갈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 싸움에 연예인 등 터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의 하소연이다. 최근 연예계에서 이런 얘기가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사회적인 논란과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연예인이 그 증폭제 역할을 한 경우가 많아 연예계에선 피해의식이 상당하다. 과연 요즘 연예계에서 돌고 있는 이런 얘기는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그냥 가짜뉴스에 가까운 풍문일까, 아니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일까.
일요신문이 여러 명의 개업 의사들에게 확인한 결과 그들은 8월 초중순 지역 보건소로부터 향정신성 약물 처방일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실제로 받았다고 했다. 연예계에서 도는 이야기가 단순한 괴담이 아닌 실제로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점이 어느 정도 확인됐다.
사실 새롭거나 특이한 내용은 아니다. 졸피뎀, 식욕억제제 등 향정신성 약물은 3개월 이상 장기 처방 시 혈액검사 등을 통해 환자 상태를 추적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향정신성 약물 처방일수에 대해 현장 관리도 기존부터 있던 규정이다. 이와 관련해 현장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인데 이런 경우도 처음은 아니다. 2018년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졸피뎀 등 향정신성 약물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 총파업 불똥이 연예계로 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사진=박정훈 기자
그렇지만 이번은 현장 분위기가 다르다고 한다. 한 개업의는 “정부에서 향정신성 약물 처방일수에 대한 관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기존에도 존재하던 규정이긴 하다”면서도 “다만 보건소에서 개업의들에게 이런 공문을 보낸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으름장을 놓는 분위기인데 의사들 사이에선 의료계 집단휴진에 따른 탄압이 아니냐는 불만 섞인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의사들은 향정신성 약물을 3개월 이상 장기 처방할 경우 혈액검사 등을 통해 환자 상태를 추적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권고사항일 뿐 의사 재량에 맡겨져 있다. 만약 이 부분까지 문제 삼으면 곤란해지는 병원이 꽤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도 있다. 이처럼 의료계에선 공문까지 보내며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 반해 연예계는 ‘후폭풍’에 민감한 분위기다. 자칫 향정신성 약물 오남용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연예인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친분이 두터운 병원과의 유대관계를 통해 향정신성 약물을 투약하고 있는 연예인은 생각보다 많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의 질환을 앓고 있는 연예인이 적지 않고 불면증으로 힘겨워하는 이들도 많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는 ‘연예인 병’이라 불릴 정도인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대중에게서 격리된 외로움을 동시에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연예인에겐 일종의 직업병이다.
이런 까닭에 합법적으로 병원 진료를 받고 투약을 하는 연예인들이 많다. 다만 증상이 심해 권고 수준을 초과한 장기 투약이나 과다 투약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향정신성 약물 처방일수 관리를 강화해 그런 실태가 드러날 경우 관련 연예인은 마치 마약사범이라도 된 듯 여론의 지탄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요즘 분위기에 대해 한 대형 연예기획사 홍보 책임자는 “물론 조금 과하게 투약이 이뤄진 경우도 있겠지만 불법적인 방식이 아닌 의사와 상의하며 투약 양과 기간을 조금 늘린 것까지 문제가 되면 곤란하다”며 “그런데 그런 사례로 적발되면 대중은 왜 그렇게 자주, 또 많이 투약하게 된 것인지, 연예인의 절박한 상황을 감안하기보단 마치 마약을 한 것처럼 바라볼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며 현재의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