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태선 (사)한국국악협회 광주광역시지회장이 지난 8월 23일 열린 곡성통일전국종합예술대전 홍보물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광주=일요신문] 지난 2010년부터 올해로 7회째 ‘통일전국종합예술대전’이란 문화예술행사를 통해 통일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 바로 40년 문화·예술 외길인생을 사는 (사)한국국악협회 광주광역시지회(이하 광주광역시 국악협회장) 함태선 회장이다.
함태선 회장을 일요신문이 만나 그가 생각하는 문화·예술을 통한 통일과 코로나19라는 이제까지 겪지 못한 새로운 환경에서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예술계가 대처하고 나아갈 바를 들었다.
함태선 회장은 지난 1979년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1983년 예술문화국제교류협회 입사를 하면서 본격적인 예술인의 길을 걸었다. 이후 국제예술문화회관 관장과 제주도국제자유도시 문화예술 자문위원, (사)대한전통문화예술원 원장을 역임하고, 지난 2010년 (사)대한전통문화예술협회 회장을 맡으면서 현재까지‘통일전국종합예술대전’을 이끌고 있다.
함태선 회장이 우리의 전통 음악인 국악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87년 목포출신 윤진철 판소리 명창으로부터 판소리를 배우면서다. 그는 자신이 배운 판소리를 가르치기 위해 전남 곡성에 대안학교를 설립 학생들에게 우리의 국악을 가르쳤고, 자신도 판소리고법과 진도북춤 등 지속해서 우리의 전통음악을 배우고 익혀 일본 공연을 통해 우리의 전통문화를 일본에 알리는 데 노력했다.
함태선 회장이 이끄는 ‘통일전국종합에술대전’에는 전통, 현대, 북한 이란 세 장르가 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이 바로‘북한예술’이다. “그는 왜 예술을 통한 통일을 생각했을까?” 함태선 회장이 생각하는 통일예술을 들어본다.
▲ 전국에서 많은 통일 행사가 있다. 그런데 ‘통일전국종합예술대전’이란 전국적인 행사를 통해 통일을 말하고 있다. 왜 문화·예술과 통일을 접목했나?
“우리에게 분단이란 역사는 너무 많은 고통을 줬지만,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종식하기 위해 정치권 특히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통일의 첫 시작을 문화·예술을 시발점으로 생각하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나 정치권이 아닌 우리 문화·예술인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 내가 ‘통일전국종합예술대전’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나는 통일을 위해“남과 북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바로 남과 북이 분단되기 전부터 함께 했던 우리의 전통문화라는 것을 알았다. 남과 북은 한민족으로 같은 조상과 같은 전통문화를 보고 배우고 자랐다. 그러나 그런 세대가 세월이 흐르면서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우리의 전통문화를 토대로 남과 북의 문화·예술이 통일의 밑거름이 되어야 하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통일전국종합예술대전’을 시작하게 됐다”
▲ 현재 우리 예술계 중 음악 부분은 특이하게 국악협회와 음악협회로 나누어져 있다. 국악과 음악이 다른 것인가? 왜 이런 현상이 있는가?
“우리 민족에게 음악의 뿌리는 국악이다. 현대 음악이 들어오기 훨씬 전인 삼국시대부터 우리 조상들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춤을 추고 우리 악기를 연주하는 등 음악을 즐겼다. 대표적인 것이 현악기로는 중국에서 전해진 칠현금을 개조해서 만든 거문고를 비롯한 가야금과 아쟁, 해금 타악기는 북을 시작으로 건고, 교방고, 노고, 뇌고, 꽹과리, 징, 방향, 박이 있고, 입으로 불어 공기 울림을 통해 소리를 내는 나각, 나팔, 대금, 소금. 당적 등 수많은 악기가 있다”
“이처럼 우리 전통음악과 악기는 서양악기 못지않게 아니 오히려 더 많은 종류의 악기가 있는 등 우리는 음악이 발달한 민족이다. 그런데도 현대에 와서 국악협회와 음악협회로 나누어진 것은 잘못이다. 나에게 바람이 있다면 우리 음악계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다. 미술계도 동양화와 서양화가 있지만 나누어지지 않고 그저 하나인 미술협회가 존재한다”
▲ 지난 8월 23일 곡성레저문화센터 동악아트홀에서‘곡성통일전국종합예술대전’을 치렀다. 코로나19라는 이제까지 겪지 못한 특이한 상황에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행사를 치를 수 있었나?
“그렇다. 우리는 지금 이제까지 전혀 겪지 못한 상황에 처해있고, 그것은 예술계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우리가 행사를 치르려고 하자 곡성군민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서 이번 행사를 반대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비대면 경연이었다”
“비대면 경연은 대회에 참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이 연주하는 동영상을 찍어 5~7분 정도 분량으로 제출했고, 이것을 다시 우리 심사위원들이 심사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이 모이지 않은 상태서 입상자를 가렸다. 그러나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나이가 든 참가자들은 스스로 연주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제출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해마다 300명 이상 참가했지만, 이번에는 20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 이번 행사 장르가 전통과 현대 그리고 북한이란 세 장르가 있다.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북한예술이다. 왜 북한예술을 한 장르로 포함해서 행사를 진행하게 되었는가? 또한 이런 것이 예술을 통한 통일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이냐?
“현재 우리나라에는 북한에서 월남한 사람들로 구성된 예술단체들이 있다. 그중 몇 개를 말하면 한라백두예술단과 평양민속예술단 등이 있고, 내가 알기로 25여 개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국내서 예술인으로 활동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러한 이유는 예술계란 입상 경력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 온 사람들은 그런 기회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북한예술인들에게 국내대회 입상 기회를 주고, 그들이 이를 토대로 국내서 예술 활동을 하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 더 나아가서 그들과 우리 남한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항상 반목할 수밖에 없는 이념과 정치가 아닌 문화·예술로 하나가 돼서 통일을 이루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므로 북한예술 분야를 한 장르로 포함해 ‘통일전국종합예술대전’ 행사를 치르고 있다”
▲ 어느 민간단체나 가장 어려움 부분이 예산이다. 특히 문화·예술계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어느 분야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다. 특히 통일이란 주제로 문화행사를 치르고 있는 데 예산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없는가?
“그렇다. 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어려움이 대다수 예술인의 수입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돈이 아닌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 더욱 그렇다. 더구나 문화·예술이란 당장 효과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지원하는 기업도 거의 없다. 따라서 실제 모든 행사는 관공서가 같이 해야만 가능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비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이 우리에게는 주요 수입원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지방자치단체를 이끄는 수장들이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나는 그래서 정치를 꿈꾸는 사람들이 정치 입문에 앞서 문화·예술을 배우고 익혀 새로운 시각으로 문화·예술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로 문화·예술 정치아카데미를 개설해서 새로운 정치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기를 희망한다. 그렇다고 우리 예술인들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분야별 예술단체를 이끄는 회장들께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 우리 스스로 예산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솔선수범해서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효근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