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병원의 잘못된 초기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인천성모병원 관계자는 “해당 환자가 미열이 있긴 했지만 37.5℃를 넘지 않아서 코로나 검사를 하지 않았고 오한, 설사 등은 항암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 입원시켰다”고 해명했다.
인천성모병원에서 9월 3일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왔다. 그런데 8월 31일 병원을 찾았을 때부터 미열, 오한, 설사 등 의심 증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인천성모병원이 암 병동에 입실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연합뉴스
9월 3일 오후 3시 30분쯤 상급병원에선 처음으로 인천성모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 A 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8월 31일 입원했는데, 항암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가 입원 2~3일 전 몸 상태가 나빠져 병원을 찾았다. 환자가 내원 당시 미열이 있었고 오한, 설사 등 코로나 의심 증상을 보였지만 의료진은 코로나19 검사를 하지 않고 암 병동 6인실에 입원시켰다.
함께 병실을 썼던 환자 B 씨는 “A 씨가 들어오자마자 열이 있었다. 오한이 들고 너무 추워했다. 여름인데도 가을용 겉옷을 걸치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환자 C 씨는 “A 씨가 3박 4일 동안 열이 나고 힘들어했다. 간호사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열 체크를 계속했는데, 왜 코로나19 검사를 안 하는지 이상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A 씨가 폐렴 증세를 보이자 의료진은 입실한 지 4일 만인 9월 3일에서야 A 씨의 흉부 엑스레이를 찍었고,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자 검사를 받게 했다. A 씨 코로나19 확진으로 같은 층을 쓰던 환자 36명, 의료진과 간병인 60여 명 등 총 100여 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함께 병실을 썼던 암 환자들이 2주일간 자가 격리되면서 항암 치료 시기를 놓칠 처지에 놓였다. 인천성모병원은 이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B 씨는 “다음 주와 다다음 주에 항암치료가 예정돼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병원에선 아무런 말이 없다. 아무래도 미뤄야 할 것 같다. 항암은 시기가 중요한데 당연히 걱정”이라고 전했다.
환자 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C 씨의 아들은 “암 환자는 면역력이 약해져서 어떤 증상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안다면 병원이 더욱 철저히 검사를 해야 했다”며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도 그렇지만 암 환자가 자가 격리돼 돌봄을 받지 못하고 혼자 지내야 하는 것 자체도 엄청난 걱정이다. 병원에선 연락 한 통 없다”고 지적했다.
인천성모병원 관계자는 “(자가 격리된 환자 관련) 따로 조치를 논의한 건 없다”고 답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