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이 추석 극장가 제왕의 자리에서 내려온 뒤에는 한국 대작 영화들이 흥행 1위 자리를 다퉈왔다. 올해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이 급감한 데다 한국 영화 기대작 ‘승리호’까지 개봉을 연기했다. 주요 영화의 개봉 일정조차 안개 속인 올해 추석 극장가에선 디즈니 영화 ‘뮬란’이 최대 기대작으로 분류된다. 이미 해외 스트리밍 시장에서 흥행 파워를 입증한 ‘뮬란’이지만 각종 논란도 많다.
9월 4일 미국 등에서 ‘뮬란’이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온라인 개봉한 뒤 디즈니 플러스 앱 다운로드 건수가 68%나 증가했다. 사진=‘뮬란’ 홍보 스틸 컷
코로나19로 인해 암울한 극장가는 아직 추석 시즌 개봉 영화 라인업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최대 화제작으로 여름 개봉 예정이던 ‘승리호’는 추석 시즌(9월 23일)으로 개봉을 연기했었지만 최근 재확산으로 다시 개봉을 연기했다. ‘승리호’가 빠진 9월 23일에는 장혁 주연의 ‘검객’과 신민아 이유영 주연의 ‘디바’가 개봉될 예정이다. 성동일 김희원 하지원 주연의 ‘담보’도 당초 9월 10일에서 30일로 개봉일을 미뤘다.
역시 최대 기대작은 ‘뮬란’이다. 국내에선 9월 19일 개봉 예정이지만 해외에선 이미 공개됐다. 다만 극장 개봉은 아니고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의 OTT(Over The Top)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선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9월 7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센서 타워의 잠정 집계치를 인용해 그 전 주말 동안 디즈니 플러스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건수가 89만 회를 기록하며 68%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앱을 통한 소비자 지출도 1200만 달러로 193% 급증했다. 디즈니 주가도 8월 4일 이후 가장 큰 장중 상승치를 기록했다.
이는 9월 4일 미국에서 ‘뮬란’이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온라인 개봉한 효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보다 저렴한 월 7달러 요금제의 디즈니 플러스지만 ‘뮬란’을 보려면 추가 이용료 30달러를 더 지불해야 한다.
디즈니 플러스는 올해 7월 지난 ‘해밀턴’을 추가 이용료 없이 온라인 개봉했었다. 당시에도 디즈니 플러스의 앱 다운로드 건수가 전주 주말 대비 79%나 증가한 바 있다. 이번 ‘뮬란’은 30달러의 이용료를 지불해야 했음에도 68%나 다운로드 건수를 증가시켰다. 유료 서비스인 까닭에 소비자 지출도 급증했다.
‘뮬란’의 해외 스트리밍 시장에서의 호성적으로 신작 영화가 반드시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더라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리고 9월 17일, 그 ‘뮬란’이 한국에서는 극장을 통해 개봉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화 하는 프로젝트가 유독 한국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고 있다. 디즈니는 지난해 ‘알라딘’이 한국 극장가에서 누적 관객 1272만 명이라는 폭발적인 흥행 성적을 기록한 터라 ‘뮬란’ 개봉에도 기대치가 높다.
게다가 추석 극장가에 한국 대작 영화들이 개봉하지 않는다는 부분도 호재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승리호’까지 개봉을 연기했다. 다만 한국 역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 자체가 급감했다는 부분은 악재다. 전 세계에서 1억 5000만 달러(약 1782억 원)의 흥행 수익을 거두며 코로나19로 경직된 세계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테넷’은 국내에서도 8월 26일 이후 14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지만(9월 8일 기준) 누적 관객수는 112만여 명에 불과하다. 평소 14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라면 벌써 500만 관객을 넘어 1000만 관객을 바라봤을 수 있다.
유역비가 자신의 SNS에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며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는 내용의 글을 공유한 뒤 홍콩을 중심으로 보이콧 운동이 거세다. 사진은 유역비의 영화 ‘뮬란’의 월드프리미어 당시 모습. 사진=‘뮬란’ 홍보 스틸 컷
또한 개봉을 앞두고 ‘뮬란’을 둘러싼 악재도 거듭되고 있다. 우선 홍콩을 중심으로 한 보이콧 열풍이 거세다. 홍콩에서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 ‘뮬란’의 여주인공인 유역비는 자신의 SNS에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며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는 내용의 글을 공유했다.
영화 ‘뮬란’에 대한 보이콧 운동은 이미 그 즈음부터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계속됐다.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 조슈아 웡 등도 최근 트위터를 통해 ‘뮬란’ 보이콧을 촉구했다. 이런 움직임은 홍콩에서 시작돼 태국을 거쳐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도 올해 7월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앞에서 ‘뮬란’ 보이콧 선언 기자회견을 가졌고 8월 31일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에 ‘뮬란’ 상영 중단을 촉구하는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서구권에서는 ‘뮬란’의 일부 장면이 인권 유린으로 비난 받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일부 지역에서 촬영된 것을 두고 비난 여론이 뜨겁다. 영국 공영방송 BBC 등이 이 문제를 심도 깊게 다뤘다. BBC는 영화 ‘뮬란’의 엔딩 크레딧에 ‘투루판시의 정보국’과 ‘CPC 신장 위구르 자치구위원회 홍보부서’ 등 신장 정부의 여러 기관에 감사를 표한 부분이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그곳에 약 100만 명(대부분 무슬림 위구르인)이 강제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BBC는 “중국 정부는 이를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지만 수용자 생존자들을 통해 유출된 문서와 증언이 그 증거”라고 밝혔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