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장관 측은 일단 “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방부와 국회 등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특히 그동안 공공연하게 이뤄져 온 청탁이 추미애 장관 논란으로 불거졌다는 의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각종 특혜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추미애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이었던 A 대령(예비역)은 신원식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의원 측에 “추 장관 아들이 카투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압력이 들어왔다”며 털어놨다.
신원식 의원실 측에서 공개한 녹취록 등에 따르면 A 대령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실, 국방부 국회 연락단 등으로부터 서 씨를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으로 선발해달라는 외압을 받았다”며 추미애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외압을 행사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A 대령은 이를 모두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경기 의정부) 미군 2사단에 와서 용산으로 보내달라는 걸 제가 규정대로 했고, 나중에 추가적으로 또 (다른 부대로) 보내달라고 하는 것을 막았다”고 말했다.
추미애 장관 측이 아들 군복무 관련 여러 차례 전화로 청탁을 한 정황들도 드러나고 있다. 특히 평창올림픽 통역병으로 뽑아달라는 부탁은 국회 등을 통해서 여러 차례 A 대령에게 전달됐는데, A 대령은 이에 2사단 지역대장들을 불러 “잘못 처리하면 큰일 난다. 하도 청탁을 많이 해서 제비뽑기로 선발한다”고 통보했다. 실제 서 씨는 추첨 결과 60여 명에 선발되지 못했는데, 그 후에도 통역병으로 보내달라는 얘기가 전달됐지만 이를 막았다는 게 A 대령 설명이다.
서 씨 부대에서 근무했던 장교들은 이미 “서 씨 병가를 연장해 달라는 전화를 추미애 보좌관으로부터 받았다”고 최근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외압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2017년 7월부터 다음해 9월까지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던 송영무 전 장관은 ‘통역병 청탁 의혹’에 대해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그런 사실이 있었지만 (밑에서) 차단했다는 이야기를 최근에서야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관련자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당시 추미애 대표실에서 아들의 군 복무 관련 청탁이 잇따랐다는 의혹은 거듭되고 있다. 자연스레 추미애 장관이 당시 여당 대표 지위를 이용해 선발에 관여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권에서조차 이를 뒷받침하는 발언이 나오는 상황이다.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였던 이철희 전 의원은 ‘이철희 의원과 식사를 하며 추미애 대표 아들의 통역병 선발 청탁이 들어왔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는 A 대령의 주장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A 대령은 반듯한 군인이라 없는 이야기를 지어낼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며 A 대령의 이야기에 힘을 실어줬다.
국방부에서는 말을 쉬쉬하면서도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자녀가 군에 복무하는 것을 걱정하는 많은 부모들의 마음이 그렇겠지만, 일부 국회의원들을 통해 특정인을 챙겨달라는 얘기가 많이 들어온다”며 “꼭 국회의원들 자녀 부탁이 아니라 지역 유력인사 자제의 보직 부탁 등이 대부분”이라고 털어놨다.
지난 임기 때 국방위에 있었던 국회의원 보좌진 역시 “지역구 유력 인사는 물론 같은 당 국회의원에게도 ‘자녀 보직을 행정병으로 바꿔 달라’거나 휴가 연장과 같은 내용의 청탁이 셀 수 없이 많이 들어온다”며 “‘한 번 부탁해 줄 수 있나’ 정도로 문의를 받으면 ‘아예 일괄적으로 받아주지 않기로 했다’며 거절했지만 다른 국회의원실에서는 안면을 고려해 군에 전달한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는 여야를 막론한 문제라는 게 일관된 설명이다. 앞선 군 관계자는 “대부분의 청탁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장군 승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들의 경우 국회에서 들어오는 청탁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특정 군인들의 ‘황제복무’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국회에 파견을 나가있는 군 관계자나,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와 있는 정치권 관계자들이 그런 청탁의 핵심 고리”라고 지적했다.
송영무 전 장관은 실제 청탁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인물로 여당 출신의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목하기도 했는데, A 대령 역시 “(추미애 장관뿐 아니라) 청탁이 너무 많이 들어와 모두 거절했다”고 말했다. 추미애 장관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비판이 군 안팎에서 나오는 대목이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 장성 인사가 국회와 청와대 입김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이뤄지는 각종 청탁들이 계속 존재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런 시스템 자체를 손보지 않으면 추미애 장관 이슈가 끝나도 부적절한 청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 청사. 사진=일요신문DB
이런 가운데 군 내에서는 ‘장포대’라는 단어가 다시금 화제가 됐다. 장포대는 ‘장성 진급을 포기한 대령’의 줄임말이다. 통상 세 번의 진급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이들이 해당되는데, 이는 네 번째 이상의 진급심사에서 별을 단다는 게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추미애 장관 아들 청탁 관련 구체적인 내용을 폭로하고 있는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이었던 A 대령(예비역) 역시 ‘장포대’였기 때문에 원칙대로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장포대’는 군내에서는 ‘무서울 게 없는 존재’로 설명된다. 장성 진급을 포기하면서 더 이상 ‘잘 보여야 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인데, 통상 한국군지원단장(한지단)은 ‘장포대’들이 가는 자리였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합참 출신의 군 관계자는 “한지단 단장은 장성 진급과 전혀 관계가 없는, 군 생활을 마무리하는 자리”라며 “만일 장성 진급을 눈앞에 둔 사람에게 청탁이 갔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방부 장성 인사가 국회와 청와대 입김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이뤄지는 각종 청탁들이 계속 존재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런 시스템 자체를 손보지 않으면 추미애 장관 이슈가 끝나도 부적절한 청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