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경제혁신특위 1차회의에 참석한 김종인 비대위원장(오른쪽)과 윤희숙 의원.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서울과 부산시장 후보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천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9월 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후보자 공천과 관련해 시민참여를 확대하는 쪽으로 ‘경선’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가급적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인물이 적정하고, 충분히 당내에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 야권에서는 보궐선거에 나설 후보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야권 내 부산과 서울 시장으로 동시에 꼽히던 김세연 전 여의도연구원장은 돌연 내년 4월 보궐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부산 금정에서 3선을 지낸 김세연 전 원장은 4·15 총선을 앞두고 ‘당 쇄신론’을 내세우며 불출마해, 당대 대표적 소장파로 꼽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나 홍정욱 전 의원 등 외부의 유력 후보군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선을 긋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9월 1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연대에 대해 “2011년 민주당이 어물어물하다 외부인사(박원순 전 시장)에게 시장 후보를 빼앗겼다”며 “외부인사에 서울시장 후보를 빼앗기는 우둔한 짓은 절대 안 한다”고 강조했다.
홍정욱 전 의원에 대해서는 “젊기만 하다고 서울시장이 될 수 있다고 보진 않고, 인물만 잘났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서울시의 복잡한 기구를 운영해 시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지에 대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외부의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불편한 뉘앙스를 보였다. 특히 안 대표에 대해서는 질문이 거듭 나오자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인데 왜 안철수 씨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대표’ 직함도 붙이지 않은 날카로운 반응까지 보였다.
이들이 국민의힘 후보로 나설 의향이 있는지도 미지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8월 31일 당 최고위원 회의가 끝난 뒤 ‘최근 통합당 인사들과 자주 만난다는 말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예전부터 알던 사람끼리 오랜만에 만나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 게 전부”라며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설’을 일축했다.
홍정욱 전 의원은 자녀 문제에 이어 본인의 피소까지 불거지며 정계 복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홍정욱 의원의 장녀 홍 아무개 씨는 1급 마약으로 분류되는 환각제 LSD와 변종마약 액상 대마 카트리지 등을 투약·흡입하고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등으로 지난 7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이후 검찰과 홍 씨 측이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홍 씨에 대한 양형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홍정욱 딸 마약 밀반입 사건 상소 포기한 검사를 직무유기로 처벌해 주세요’라는 게시물이 올라와 9월 9일 현재 4만여 명의 청원 동의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홍정욱 전 의원은 8월 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당했다. 홍 전 의원이 서울 중구에 있는 코리아헤럴드 사옥을 2005년 3월 매각하면서 시세보다 싼 값에 팔아넘겨, 코리아헤럴드 측에 거액의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이다. 이어 홍 전 의원이 가족들을 코리아헤럴드와 계열사 직원으로 올린 뒤 임금을 허위로 지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의힘에서 현재 서울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서울시장에 나설 만한 중진은 4선의 권영세 박진 의원 등이 있다. 원외에는 나경원 이혜훈 전 의원 등도 존재한다. 하지만 김종인 위원장은 이들 중진 정치인들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이 당내 일부 초선에게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권유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초선 의원들은 앞서 김 위원장의 비대위와 각종 특별위원회 구성에서도 중책을 맡아왔다.
국민의힘에서 서울 지역구의 초선 의원은 5명이다. 이 중 윤희숙 김웅 의원 등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윤희숙 의원은 임대차 3법에 반대하는 본회의 5분 연설로 주목을 받았다. 김웅 의원은 ‘검사내전’으로 스타덤에 오르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반대 입장을 내왔다. 실제 초선인 박수영 의원은 9월 7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서울시장 선거 경우 우리 당의 초선이지만 윤희숙 의원이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 전문가다. 부산은 김미애 의원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하지만 서울 및 부산 시장 보궐선거 초선 의원 차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당내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위원장이 그동안 해오던 ‘중진 힘 빼기’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이 실제로 초선 의원들에 내년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을 타진 중이라고 들었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 이후 중진 의원들의 입지가 좁아진 것도 사실”이라며 “김종인 위원장도 내년 4월 보궐선거에서 승리해야만 이후 정치행보도 구상할 수 있다. 초선 의원들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워 승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만약 패배하게 된다면 그동안 물밑에 당내 갈등이 분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김종인 저격수’ 역할을 하는 장제원 의원은 9월 3일 자신의 SNS를 통해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안철수 대표와의 연대에 대해 일축했다. 홍정욱 전 의원에 대해서 ‘젊고 인물만 좋으면 되나’라고 했다”며 “‘쇄당 정치’를 통해 반문진영의 독보적 지위를 갖겠다는 ‘자기정치’가 아니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어 9월 8일에는 “김종인 위원장의 리더십은 변해야 한다. 감독이 아니라 선수를 돋보이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능력이 있고, 의향이 있다면 누구든 후보로 나설 수 있다고 본다”며 “김종인 위원장이 중진 의원들에게도 미리 나서지 못하도록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결국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위원장이 내년 보궐선거에서 초선 의원을 거론하는 것은 새로운 인물을 통해 인재풀을 넓히는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인적교체를 통해 국민들이 바라는 개혁성 혁신성을 안을 수 있는 적임자라면 선수 경력 상관없이 누구나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동시에 중진들에게는 구태의연한 인물을 내세울 생각도 없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중진 의원들이 또 나오면 보수와 진보 구도가 명확해진다. 이 경우 중도 표심이 보수에 오지 않아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초선 의원 차출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올 수 있지만, 실행 여부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실제 초선 의원이 후보로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 이미지는 좋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