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CJ올리브영의 상장계획을 밝히며 일각에서 끊이지 않던 매각설을 불식했다. 재계에서는 올리브영 프리IPO 계획 발표를 경영승계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사진=일요신문DB
#갑작스런 상장 계획 발표 배경은?
올리브영의 상장 계획 발표는 최근 뚜레쥬르 매각이 가시화되면서 재점화한 CJ그룹 계열사 매각설과 선을 긋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올리브영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유통업계에 ‘언택트’ 바람이 불면서 매각설에 휩싸였다. 한 M&A(인수합병) 전문가는 올리브영 매각설에 대해 “오프라인 매장 위주의 올리브영이 아직까지는 높은 영업이익을 보이며 캐시카우로 꼽히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유통업계는 온라인 사업부문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업계에서도 상장보다 몸값이 높은 현 타이밍에 매각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창근 올리브영 대표는 지난 9월 2일 사내 소통 플랫폼 ‘올리브라운지’를 통해 “한 단계 도약을 위해 2022년 상장을 목표로 프리IPO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 상장을 준비하는 한편, 상장 전에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올리브영은 사업 전략의 변화도 준비하고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미래성장 기반 강화에 주력하며 H&B 옴니채널(Omni Channel) 1위 사업자로의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전했다. 옴니채널은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유통채널을 뜻한다. 실제 올리브영은 최근 즉시 배송 서비스 ‘오늘드림’과 ‘쓰리포 배송’, ‘미드나잇 배송’ 등으로 옴니채널 강화를 꾀하고 있다. 오늘드림의 경우 물류센터가 아닌 구매자 주소지 인근 매장에서 포장‧배송해 배송 시간을 단축시켰다. 언택트 시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온라인 배송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또 구창근 대표는 올리브라운지에 올린 같은 글을 통해 “이번 IPO 과정에서 최대주주 CJ의 경영권 지분에는 변화가 없다”며 “일부 개인주주 지분은 경영권과 무관하게 매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리브영 매각설을 불식하는 한편, 오너일가의 지분 매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분석이다. CJ는 올리브영 지분 55.0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개인주주 명단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17.97%)과 장녀 이경후 CJENM 상무(6.91%), 이 회장의 동생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10.03%)와 그의 자녀 이소혜‧이호준(각 4.58%)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결국 올리브영은 온라인 부문을 강화해 성장세를 유지하고, 그룹 차원에서는 올리브영을 당장 매각하는 대신 육성해 추후 경영 승계의 발판으로 활용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1월 CJ올리브네트웍스와 올리브영 분할 과정 당시 CJ그룹은 올리브영 지분가치를 약 6629억 원으로 산정했지만, 시장은 올리브영 기업가치를 1조 원 가까이 추정한 바 있다. 올리브영의 상장 계획을 통해 CJ그룹 3세인 이선호 부장과 이경후 상무는 프리IPO 과정에서 보유 중인 올리브영 지분을 매각하거나 올리브영 상장 이후 지주사 CJ 지분과 맞교환하는 등의 여러 선택지를 갖게 됐다.
# 3세 승계 위한 올리브영 활용법, 상장이 마지막 퍼즐
CJ그룹은 2014년부터 올리브영을 활용해 3세 승계 작업을 준비해왔다. 앞서 올리브영을 둘러싼 합병과 분할이 반복되는 과정에서도 사업적 목적 없이 단순히 승계를 위해 합병하거나 합병 비율을 왜곡했다는 비판과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올리브영 지분 18%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 분석하는 CJ올리브영 몸값이 1조 원에 달하는 만큼, 이 부장은 올리브영 프리IPO 과정에서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할 경우 1500억 원가량의 실탄을 확보하게 된다. 사진=박정훈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14년 12월 1일 아들 이선호 부장에게 SI(시스템통합)계열사 CJ시스템즈 지분 15.91%를 증여했다. 또 그 다음 날인 12월 2일 CJ시스템즈와 올리브영을 합병해 CJ올리브네트웍스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양사 간 합병 시너지가 없다는 이유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회피 및 상속을 위한 합병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결과적으로 이 부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1.3%를 보유한 주요 주주가 됐다.
이후 이재현 회장 보유 지분을 추가 증여받은 이선호 부장은 2016년 9월 CJ올리브네트웍스와 CJ파워캐스트(당시 이 부장 보유 지분 24%), 재산커뮤니케이션즈 3사 합병을 통해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5.84%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CJ올리브네트웍스는 합병 3년 만인 2019년 11월 또 다시 IT시스템 구축 및 운영 사업(IT사업부문)을 영위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와 올리브영 사업부문인 CJ올리브영으로 인적분할되고,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다. 이 과정을 거쳐 이 부장은 올리브영 지분 17.97%와 지주사 CJ 지분 2.8%를 보유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CJ올리브네트웍스 분할 및 합병 과정에서 존속회사(IT사업부문)와 올리브영 간 분할 비율이 0.45:0.55로, CJ 자사주와 CJ올리브네트웍스의 교환비율이 1:0.54로 산정된 것을 두고 편법적 승계 시도라는 비판이 일었다. 오너 3세가 보유한 지분 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익성 및 장기 성장성이 낮은 CJ올리브네트웍스(IT사업부문)를 고평가해 CJ 자사주와 교환했다는 지적이다. 공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CJ올리브네트웍스의 IT사업부문과 기타부문을 합한 매출액은 7037억 원(영업이익 93억 원), 올리브영 사업부문 매출액은 1조 6594억 원(영업이익 757억 원)이다. 반면 2018년 CJ의 매출액은 29조 5234억 원(영업이익 1조 3324억 원)이다.
이 같은 잡음에도 불구하고 CJ그룹의 승계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몸값이 1조 원에 달하는 올리브영 지분 18%를 보유한 이선호 부장은 올리브영 프리IPO 과정에서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할 경우 세금을 제외해도 1500억 원가량의 실탄을 확보하게 된다. 이 부장은 이를 활용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거나, 상장 이후 가치가 오른 올리브영 지분을 CJ 지분과 교환하는 방법으로 지주사 지분을 끌어올릴 수 있다.
더불어 CJ그룹은 앞서 지난해 그룹 내 벤처캐피털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타임와이즈) 지분 교통정리를 통해 이선호 부장에게 승계 재원을 마련해줬다. 이 부장은 타임와이즈 모회사 씨앤아이레저산업의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타임와이즈가 CJ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출자를 받으며 사업을 확장 중인 만큼, 모회사인 씨앤아이레저산업의 기업가치와 이 부장의 씨앤아이레저산업 지분가치 또한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2000년 설립 당시 영업손실 20억 원을 기록했던 타임와이즈는 2010년 영업이익 2억 원, 2019년 영업이익 13억 원을 기록 중이다(관련기사 한화 니콜라 대박 학습효과? CJ 타임와이즈 적극적 투자행보의 비밀).
타임와이즈의 모태는 2000년 CJ제일제당이 21세기 비전을 발표하며 설립한 창업투자회사 드림디스커버리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CJ는 2011년 금산법 규제에 따라 보유 중이던 지분 90%를 씨앤아이레저산업에 넘겼다. 이후 2016년 12월 씨앤아이레저산업과 이재현 회장은 각각 보유 중이던 타임와이즈 지분 41%, 10%를 이재환 전 CJ파워캐스트 대표에게 넘겼고,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지난해 12월 이재환 전 대표 보유 지분 전량을 다시 넘겨받으며 타임와이즈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CJ그룹이 올리브영 상장을 전후로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선호 부장의 CJ 지분은 현재 2.75%에 불과하지만, 신형우선주 21.8%가 오는 2029년 3월 보통주로 전환되면 5.1%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올리브영과 씨앤아이레저산업 지분을 활용해 추가로 CJ 지분율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올리브영 관계자는 “투자 유치 및 지분 매각은 구주매출, 일부 신주발행 등의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면서도 “(매각)지분 규모나 상대방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CJ그룹 관계자는 “타임와이즈 지분은 회사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던 것이 아닌 만큼 해당 지분에 대한 오너일가의 거래에 대해 언급할 것이 없다”며 “승계 작업과 관련해서도 그룹 차원에서 특별히 밝힐 만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