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외식업체들이 앞다투어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정작 환경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민상회가 판매하는 친환경 포장용기들.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국내 배달 1위 업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9월 9일부터 22일까지 2주일간 식자재 쇼핑몰 ‘배민상회’에서 판매하던 ‘친환경 포장용기’ 일부 품목을 20%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환경보호에 보탬이 되자는 취지에서다. 배달의민족 외에도 최근 다양한 기업들이 음식 또는 음료의 포장 플라스틱 용기로 생분해가 되는 플라스틱을 사용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일반적인 플라스틱 용기들은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나 PS(폴리스티렌) 등으로 만들지만 친환경 플라스틱은 PLA(폴리락티드산) 등의 재질로 만들어진다. 이처럼 옥수수 전분이나 사탕수수, 코코넛 등 식물성 주재료로 만든 친환경 플라스틱은 특정 습도와 온도, 미생물 등의 환경 조건이 갖춰지면 땅속에서 자연적으로 썩어 분해된다. 땅에 묻힌 채 500년이 지나야 겨우 썩기 시작하는 플라스틱과 비교해 친환경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문제는 이들이 생분해되기 위한 환경 조건이 다소 까다롭다는 것이다. 친환경 플라스틱은 pH(수소이온농도)와 온도, 수분 함량, 산소 농도, 미생물,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등 조건이 갖춰진 곳에서 생분해 능력이 올라간다. 이를 다룬 국방기술품질원의 논문 ‘생분해성 플라스틱 PLA 퇴비화를 통한 생분해능 검토’는 “토양매립에 의한 평가는 토양 조건의 다양성으로 인해 분해성 평가 재현성이 부족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친환경 플라스틱의 생분해 조건이 까다로운 가운데 심지어 국내 매립지에서는 여기에 최적화된 곳을 찾기조차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국내에서 미생물과 pH 등 조건을 맞춘 처리장은 폐수처리장밖에 없다”며 “대부분의 매립지는 생분해 플라스틱을 분해하기 위한 조건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마다 순도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매립 이후 균일한 생분해 효과를 제대로 보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옥수수 전분과 같이 식물 유래 재료로만 친환경 플라스틱을 제조한다면 매립 이후 생분해가 용이하지만, 일부 제품에는 화학 물질도 들어가 생분해가 더뎌진다는 것이다.
익명의 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다당류인 셀룰로오스(탄수화물의 한 종류)가 단량체인 글루코즈(포도당)로 완벽하게 분해되면 다행이지만, 이처럼 완전하게 분해되지 않는 이상 땅속에 미세플라스틱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며 “모든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많은 제품들이 내열성을 갖기 위해 화학 물질을 첨가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 100% 생분해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역시 친환경 플라스틱 사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의 한 관계자는 “100% 분해되는 재료로 만들어진 친환경 플라스틱은 단가가 높고, 강도도 약하며, 유통기한이 짧고 보관도 힘들다는 단점 때문에 합성수지류를 섞어서 분해되는 것과 분해가 안 되는 것이 혼합된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면서 “차라리 일반 플라스틱 형태로 합성수지로만 만들어졌다면 이를 분리수거로 선별해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데, 현 친환경 플라스틱은 재활용도 못하고 매립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천연 재료와 화학 물질이 혼합된 친환경 플라스틱의 이용과 매립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위한 시스템이 우선적으로 구축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환경부 산하 한 시험연구소의 연구원은 “국내 매립장 조건이 친환경 플라스틱 생분해에 최적화돼 있지 않지만, 나중에는 결국 다 분해되기는 한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라며 “이를 위해 친환경 플라스틱을 매립용 쓰레기로 분리하고 처리하는 시스템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친환경 플라스틱을 먼저 도입한 해외에서는 친환경 플라스틱 생분해를 위한 분리 배출 과정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U(유럽연합)의 지원을 받는 비영리단체 ‘All things bio’는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해 “(친환경 플라스틱이) 어떤 환경에서도 제품이 분해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특정 퇴비화 조건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역시 ‘재활용 및 퇴비화’ 법령에 따라 재활용품과 퇴비화 가능한 쓰레기, 매립 쓰레기 등을 분리 배출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