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시전철은 일본 지바현 쵸시에 위치한 작은 철도회사다. 쵸시역(사진)에서 도카와역까지 시골 마을을 지나는 6.4km 노선만 운행한다. 사진=쵸시전철 홈페이지
1922년 창업한 쵸시전철은 일본 지바현 쵸시에 위치한 작은 철도회사다. 총 직원수가 24명밖에 되지 않으며, 쵸시역에서 도카와역까지 변두리 마을만 지나는 6.4km 노선이 전부다. 첫 경영 위기는 1970년대 고도경제성장기에 들이닥쳤다. 자가용이 보급되면서 열차 이용객수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회사는 붕어빵을 팔아 철도사업의 적자를 메우기 시작했다.
버블 경제가 붕괴된 1990년대 후반에는 급속도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설상가상 공금 횡령 사건이 발생해 부도 직전까지 몰린다. 2006년 쵸시전철 홈페이지에는 “열차 수리 대금을 벌어야 합니다”라는 공지가 올라오고, 역무원들은 지역 명물인 ‘간장맛 센베이’를 구워 팔기에 이르렀다. 부도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작한 과자사업이었지만, 의외로 좋은 반향을 일으켰다. 어느덧 회사는 식품판매업에 등록했고, 열차를 몰기 위해 과자를 파는 회사가 됐다.
2006년 출시돼 의외로 좋은 반향을 일으킨 ‘간장맛 센베이’.
근래에는 인기 과자 ‘우마이봉’을 패러디한 ‘마즈이봉’을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마즈이는 일본어로 ‘맛없다’라는 뜻인데 ‘상황이 나쁘다’라는 의미도 있어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서 판매한다’는 중의적 표현을 담고 있다. 맛없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일부러 과자 겉면에 곰팡이 무늬를 새겼다고 한다. 물론 인체에는 무해하며 숯불 닭고기 맛이 난다.
식품판매업뿐 아니라, 쵸시전철은 살아남기 위한 여러 고육지책을 짜내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다케모토 가쓰노리가 사장직에 오르면서 가속화됐다. 원래 세무사였던 다케모토는 소위 말하는 ‘철도 덕후’다. 2012년 사장에 취임한 이래, 과감한 발상으로 경영난을 극복해왔다.
가령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관광객이 급감하자 고안한 것이 열차를 활용한 이색 행사다. 무더운 여름에는 ‘유령의 집 열차’,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연극 열차’. 열차 안에서 즐기는 ‘프로레슬링 행사’까지. 독특한 이벤트를 차례차례 선보이며 관광객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선로에 깔려 있던 돌을 통조림으로 가공한 ‘선로의 돌(돌에게 소원을 빌어보세요)’. 놀랍게도 품절 사태를 빚었다.
간혹 “‘철도회사인데 무슨 장난이냐’며 야유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다케모토 사장은 “어떻게든 철로와 열차를 지키고 싶다”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랜 꿈이었던 열차운전 자격증도 획득해 직접 운전대를 잡는 날들도 많다.
갖은 노력 끝에 쵸시전철은 2019년 비로소 “흑자 전환을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철도사업을 비롯해, 식품 매출까지 뚝 떨어지게 된 것이다. 쵸시전철 영업전략 담당자는 “승객 중 80%가량이 관광객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열차를 이용하는 관광객이 급감해 수입이 단돈 5000원뿐인 날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야말로 회사 경영은 빈사상태에 빠져 창업 이래 최대 위기다.
다케모토 사장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대로 가면 경영 파탄이 확실하다”고 호소한다. 그는 “팔릴 만한 것은 뭐든지 팔아 열차를 운행할 자금을 마련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쵸시전철 온라인숍에는 선로에 깔려 있던 돌을 통조림으로 가공한 ‘선로의 돌(돌에게 소원을 빌어보세요)’, 안 쓰는 철도 레일을 잘라낸 조각, 레일을 침목에 고정할 때 썼던 못으로 만든 병따개 등등 다양한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레일을 침목에 고정할 때 썼던 못으로 만든 병따개도 판매하고 있다.
얼핏 보면 장난스러운 면도 없진 않다. ‘돌멩이 통조림을 대체 누가 살까’ 싶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선로의 돌은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일본 매체 ‘제이캐스트’는 “경영 상황을 ‘자학 소재’로 역이용해 어필한 것이 네티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다케모토 사장이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면 ‘자학 개그’로 넘쳐난다. 처음부터 쵸시전철을 돈이 없는 회사라고 소개하며, 얼마나 빈궁한지에 대해 위트 있게 설명한다. 상황은 팍팍하고 어려운데 비통함 대신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포인트. 여기에 깨알 같은 자막도 재미를 더한다.
쵸시전철이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는 두 달 정도. 벌써 구독자가 4만에 육박했다. 댓글에는 “응원한다” “도움을 주고 싶어 ‘구독하기’라도 누른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은 모습에 감동했다” 등등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에서도 한 유저가 상품 라인업과 함께 “쵸시전철을 도와주자”라는 글을 올렸고, 이것이 3만 회 이상 리트윗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오기도 했다.
다케모토 사장이 직접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은 ‘자학 개그’로 넘쳐난다.
다만 온라인숍 매출이 늘었다고는 해도, 기존 매출이 워낙 큰 폭으로 떨어진 탓에 적자를 메우기란 힘든 상황이다. 이와 관련, 다케모토 사장은 “많은 분들이 상품을 구매해줘서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부업에 대한 도전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8월 말에는 직접 제작한 영화 ‘열차를 멈추지 마라’를 선보였다. “열차 변전시설 수리비용 2억 엔(약 22억 원)을 벌고자 기획한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한다. 다케모토 사장이 진두지휘했으며, 크라우드펀딩으로 5000만 원을 조달해 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본 줄거리는 “쵸시전철이 회생책으로 ‘유령의 집 열차’를 기획·운행하는데, 실제로 심령 현상이 일어난다”는 내용이다. B급도 아닌 ‘C급 영화’로 코미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쵸시전철이 직접 제작한 영화 ‘열차를 멈추지 마라’. B급도 아닌 ‘C급 영화’로 코미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진=쵸시전철 페이스북
코로나 시대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상영관이 한정적이다. 쵸시전철은 “마트 주차장을 드라이브인 극장으로 활용하고 카페나 호텔, 관광버스 차고지 등 상영이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든 상영하자”라는 방침을 세웠다. 다케모토 사장은 “쵸시전철이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초C급’이다. 너무 기대치를 높이지 말고 따뜻한 시선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쵸시전철의 위기 극복법을 다루는 언론 매체가 적지 않다. ‘빈곤함’ ‘궁상맞음’이 쵸시전철을 유명하게 만든 셈이다. 이에 대해 다케모토 사장은 “우리뿐 아니라 지방의 모든 철도회사들이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안정되면 꼭 로컬선(지역 철도)를 타고 ‘소소한 여행’을 즐겨 달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수차례의 위기를 아이디어를 통해 극복하고, 열차를 지켜온 쵸시전철. 과연 영화제목처럼 ‘열차를 계속 달리게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