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청 전경. 사진=남양주시 제공
[일요신문] 남양주시를 둘러싼 잡음이 멈출 줄을 모른다. 경기도와의 특별조정교부금 다툼이 끝나기도 전에 이번엔 복지재단이 말썽이다.
남양주시는 지난달 5일 재단법인 남양주시 복지재단 설립을 위한 발기인 총회를 개최하고 이달 중 출범식을 가질 계획이었다. 정약용 선생의 애민정신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가 체감할 수 있는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이사장 선임이 문제가 됐다. 초대 이사장으로 박기춘 전 의원이 내정되자 단번에 반대 의견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남양주 을)은 8월 30일 “박기춘 전 의원은 수년 전 부정한 금품수수로 유죄를 선고받고 큰 물의를 일으킨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주택 관련 사업체를 차려놓고 각종 부동산 관련 이권 사업에 기웃거린다는 시중의 우려를 듣고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고사해야 할 일임에도 오히려 시청 공무원을 통해 자리를 청탁했다는 제보도 있었습니다. 경고합니다. 복지사업은 복지관계자에게 맡겨야 합니다. 복지기금의 모금을 둘러싼 잡음과 물의가 예상되는 전력을 가진 정치권 출신 인사에게 맡길 일이 아닙니다”라며 이사장 선임을 재고하라고 권고했다.
그러자 박기춘 전 의원은 9월 1일 “재단 이사장을 맡지 않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정계 은퇴 선언과 함께 공직을 떠났음에도 지역구 국회의원께서 제보를 빙자해 인격살인에 가까운 모욕적 언사로 저를 난도질했다. 정치적 경쟁자가 아님에도 왜 그리 가혹한지 묻고 싶다. 고향을 위해 봉사도 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까”라고 되물으며 서운함을 표시했다.
박기춘 전 의원이 물러난 후에도 남양주 시민들은 재단 설립 자체를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다. 시민들은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남양주시 복지재단 설립 신청을 반려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인들은 “박기춘 전 의원이 이사장을 맡지 않는다고 문제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코로나19로 어려운데 거액의 혈세를 목적과 기능이 불분명한 단체를 위해 써서는 안 된다. 재단 이사진에 복지 전문가가 없다는 것도 복지재단 설립의 목적과 기능을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남양주시 복지정책과는 지난 8일 본지에 “자원 발굴과 조사,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며 규정상 반드시 복지 전문가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시는 박기춘 내정자의 사임에 따라 다시 재단 이사장을 선임하고 설립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시의 설립 의지가 확고해 차후 시민들과 갈등을 빚게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여기에 남양주시는 1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도 경기도와 법적 다툼을 진행 중이다. 지난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남양주시가 지역화폐가 아닌 현금을 지급하자 경기도는 특별조정교부금 지급 대상에서 남양주시를 제외했다. 만약 지역화폐를 지급했다면 남양주시가 받았을 특조금은 70억 원에 달한다.
특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남양주시는 경기도의 ‘2020년 특별조정교부금 운영기준’ 어디에도 지역화폐 지급을 요건으로 삼지 않았고, 현금 지급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재난긴급지원사업 취지에 어긋나지 않았다며 특조금 지급 거부 취소 등을 청구 취지로 하는 권한쟁의 심판을 7월 28일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그러자 경기도 김홍국 대변인은 “재난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은 도의회가 제정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조례에 명시된 조항이다. 도청과 도의회의 결정과 달리 자기 마음대로 일을 벌여놓고 비슷한 효과가 나왔으니 지원해달라는 것은 책임회피이며 생떼 쓰는 것이라고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비판하기에 이른다.
이후 특조금과 관련한 공식적인 발언은 없었지만 양측은 냉전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까지 경기도는 특조금 지급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고 남양주시도 권한쟁의 심판 철회 없이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