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사진=연합뉴스
#‘스타매니저’ 기회 잡은 키움가 차녀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는 2018년 10월 설정 이후 국내 주요 시중은행 판매 채널을 모두 뚫으며 불과 7개월 만에 1000억 원을 모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설정 1년이 조금 지난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3877억 원까지 설정액이 불어나며 키움운용 내 가장 잘나가는 펀드 중 하나가 됐다.
책임운용역인 김진이 이사는 1982년생으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둘째 딸이다. 미국 카네기멜런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컬럼비아대학에서는 조직심리학으로 석사학위도 받았다. 2010년 2월 키움증권으로 입사했다. 주식운용팀에서 근무하다 2014년 키움그룹이 우리자산운용을 사들여 키움운용으로 만들자 자리를 옮겼다. 2016년부터 채권운용본부 글로벌채권팀으로 옮겼고 2018년 이사대우, 2019년 이사로 승진한다. 입사 8년 만의 임원 승진은 다우키움 그룹 내에서 전례가 없다.
#펀드 문제 생기자 늑장대응, 왜?
김진이 이사는 2017년 11월부터 운용을 시작했고, 2018년 재간접펀드인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 운용을 맡는다. 이 펀드는 영국 H2O운용의 펀드를 담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8월 28일 H2O운용은 “프랑스 금융당국이 비유동성 사모채권을 다른 포트폴리오와 분리하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알려왔다. 같은 펀드에 투자한 브이아이자산운용도 함께 통지를 받았다.
통지 수령 후 브이아이운용은 곧바로 투자자에게 환매 중단을 알렸다. 하지만 키움운용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판매사에는 펀드 내 H2O 상품 비중이 낮고, 프랑스 당국이 지적한 비유동성 자산은 전체 펀드의 1.56%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큰 문제가 아니라며 안심시킨 것이다. 그러나 1% 남짓이던 문제 부문이 일주일 새 5배가 넘는 수치로 불어났다. H2O의 비유동성 자산 분리가 원활치 않아서다. 9월 7일 기준 문제 자산 비중은 6~8.8%로 높아졌다. 키움운용은 그제야 투자자들에게 환매 중단 사실을 알린다.
#다른 운용사는 기관용인데, 왜 키움만 일반용?
재간접펀드는 투자자들이 일일이 피투자펀드들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어렵다. 그만큼 피투자펀드를 선정하고 살피는 운용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키움과 같이 H2O 상품에 투자한 브이아이운용은 이 펀드를 일반 공모펀드가 아니란 기관판매용으로만 취급했다. 비록 유럽에서 공모로 팔리는 펀드이지만 헤지펀드와 닮은 상품의 구조와 특징이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결과다.
반면 키움은 일반 개인을 대상으로 한 공모펀드로 내놨고 은행 채널은 물론 증권사들을 통해 온라인에서도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용으로 수백억 원 규모로 펀드를 판매했다. 연금용 계좌는 안정성을 위해 차입을 일으키는 상품은 담을 수 없다. 재간접펀드는 차입여부에 대한 파악이 어려워 이 규제를 피할 수 있다.
H2O자산운용은 지난해부터 유럽 현지에서 운용방식을 두고 논란이 상당했다. 고수익을 위해 유동성이 낮으면서 위험이 높은 기업들의 채권을 담아 ‘펀드런’ 사태를 겪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채권과 외환에 투자했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초대형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키움운용은 오히려 H2O펀드 비중을 더 늘려 편입비중이 4월 18.91%에서 9월 초 27.7%까지 높아졌다. 다른 운용사들은 H2O의 비유동성 자산 우려가 계속되자 모두 비중을 축소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및 삼성자산운용은 현재 중단된 펀드를 담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키움운용 관계자는 “지난 8월 28일 H2O 펀드가 문제가 된 비유동성 자산과 관련해 알려온 즉시 판매사에 이를 통보했고 1주일 후에 비유동성 자산 부문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바로 환매를 중단한 것”이라며 “브이아이자산운용과 달리 공모펀드라는 점에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난도 펀드를 초짜 매니저에게?
키움운용은 이 펀드를 꽤 야심차게 내놓았다. 김진이 이사가 김익래 회장의 차녀임에도 책임운용역으로 내세웠다. 김 이사의 펀드운용 경력은 3년이 채 안 된다. 보통 신입 매니저는 소형펀드를 주로 맡는다. 이후 부책임 운용역을 거쳐 운용규모를 키워간다.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는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자산이 아닌 헤지펀드·부동산·원자재·통화 등 다양한 대체 자산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다. 하부 펀드로 여러 개 펀드를 담고 증시 상황에서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재간접펀드 운용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김 이사가 책임운용역을 맡은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운용 경력 6년이 넘는 한 매니저가 김 이사를 도와 부책임운용역 역할을 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키움운용 관계자는 “10여 년간 글로벌 채권펀드 시장에서 능력을 검증받았고 해당 펀드를 맡은 뒤 ‘0’에서 시작한 펀드를 현재의 모습까지 키우는 등 뛰어난 운용 성과를 보였다”면서 “배경을 거둬내고 본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열희 언론인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