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은 오는 12월 만기출소한 뒤 자신의 집이 있던 경기도 안산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MBC ‘실화탐사대’에서 공개한 조두순의 얼굴. 사진=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캡처
조두순은 오는 12월 만기출소한 뒤 자신의 집이 있던 경기도 안산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조두순은 최근 “죄를 뉘우치고 있고 출소하면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조두순은 2008년 초등학생 강간상해 혐의로 체포돼 징역 12년형을 선고 받았고 현재 포항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조두순이 출소 이후 안산에서 살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은 지난 7월이다. 당시 조두순은 안산보호관찰소 심리상담사들과 면담을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고 법무부가 밝혔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당시 면담에서 조두순은 “내 범행이 사회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잘 알고 있고 비난을 달게 받겠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사를 갈 수 없고 아내가 살고 있는 안산으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또한 피해자에게 사죄한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전해진다.
조두순의 범행이 안산시 단원구에서 발생했으며 그가 체포될 당시 살던 곳도 안산시 단원구다. 또한 그의 아내가 여전히 안산에 살고 있어 조두순이 출소해 안산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제기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본인이 직접 출소 이후 행선지를 안산이라 밝혔다. 미국에선 이런 경우를 대비해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한국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문제는 피해자 역시 안산시에 살고 있는데 조두순이 출소해서 살게 될 집과 피해자의 집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점이다. ‘나영‘이라는 가명으로 알려진 피해자는 조두순에게 교회 화장실로 납치된 뒤 성폭행 당했다. 이로 인해 나영이는 신체가 훼손되고 일부 장기의 80%가 파열되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나영이의 근황은 2017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고 이후 대학생이 된 정도만 알려졌다. 문제는 몸과 마음의 상처와 걱정이 모두 사라질 순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제 곧 조두순이 돌아온다. 2018년 11월 나영이의 주치의였던 신의진 연세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서 “평범한 대학생으로 잘 지내고 있다”고 나영이의 근황을 전하며 “조두순이 출옥 후 자신을 알아보고 해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으로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조두순은 2008년 경찰 조사 당시 “제가 15년, 20년 살고 나와 70세가 되더라도 안에서 운동 열심히 하고 나오겠으니 그때 봅시다”라며 수사관을 협박하기도 했다.
방송을 통해 조두순의 사진이 공개됐지만 모두 흑백이고 화질도 뚜렷하지 않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컬러 복원한 조두순 얼굴’이라는 제목의 이미지 파일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공익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보고 기억하라고 만든 자료”라고 밝혔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위)와 MBC ‘실화탐사대’(아래)에서 공개한 사진을 네티즌들이 세심하게 컬러로 복원했다. 사진=온라은 커뮤니티
조두순이 크게 화제가 됐던 것은 2017년이다. 조두순의 출소가 3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조두순 출소반대’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 60만 명 넘는 시민들의 동의를 받아낸 것이다.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했지만 별다른 해법은 없었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무기징역 등 처벌 강화를 위한 재심 청구는 불가능하다”며 “조두순은 전자발찌라는 위치추적 장치를 7년간 부착하고 5년간 신상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답변만 할 수밖에 없었다. 조두순 등 흉악범의 만기 출소 이후를 대비해 한때 법무부가 형기를 마친 범죄자를 시설에 추가 수용하는 ‘보호수용제도’를 도입하려 했지만 이중처벌 논란으로 법제화되지 못했다.
따라서 조두순의 12월 만기 출소와 그 이후 안산, 그것도 피해자 나영이 집 인근에서 지내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이제 와 재판에서 검찰이 조두순의 만취 주장을 반박하지 않은 점, 법원이 주취감경을 적용해 징역 12년형을 선고한 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점 등을 얘기해 봐야 늦었다. 더구나 당시 검찰이 피해자가 8세임에도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 가능한 ‘성폭력법상 13세 미만 아동강간죄’가 아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만 가능한 ‘형법상 강간치상(상해)’으로 기소했던 잘못된 법적용을 지적하는 것 역시 뒤늦은 일일 뿐이다.
안산으로 돌아오는 걸 막을 수 없다면 더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그만큼 법무부가 바빠졌다. 법무부는 출소 후 일대일 전자감독을 지정하고 전자발찌를 이용해 조두순의 동선을 집중적으로 살피는 관제요원들을 지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조두순 주거지 CCTV를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와 연결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보호관찰관의 불시 행동 관찰, 주 4회 이상 직접 대면 방식의 생활 상황 확인 등도 계획 중이다. 안산보호관찰소도 감독 인력도 기존 1개 팀(2명)에서 2개 팀(4명)으로 증원했다.
법무부는 ‘일정량 이상 음주 금지’ ‘아동보호시설 접근 금지’ ‘외출 제한 명령’ 등 특별 준수사항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신청해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또한 관할 경찰서와의 대응 협의체를 구성했으며 안산보호관찰소도 출소 후 왜곡된 성의식 개선을 위한 전문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