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올스타전에서는 시구자로 현역에서 물러난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올스타전에는 당대 가장 인기 있던 여배우 트리오(이경진-정애리-정윤희)가 1~3차전에 차례로 나섰다. 당시를 기억하는 한 원로 야구인은 “그때만 해도 야구선수들이 연예인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야구장에 나타난 최고 여배우들 모습에 선수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고 농담했다. 배우 김혜수(2008년)와 장나라(2002년), 고두심(1985년 1차전)도 올스타전 시구를 경험한 몇 안 되는 여성 연예인이다.
매년 장소를 바꿔 가며 열리는 올스타전 특성상 개최지 특성에 맞는 시구자들이 선정되기도 했다. 사직구장에서 열린 1993년 올스타전에는 부산 출신으로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챔피언에 오른 탁구 스타 현정화가 시구를 맡았다. 그보다 3년 앞선 1990년에는 현정화의 라이벌이자 한국 탁구 선수 안재형과 결혼한 전 중국 탁구 국가대표 자오즈민이 나서기도 했다.
역시 부산에서 개최된 2007년엔 롯데 출신 역대 미스터 올스타인 김용희-허규옥-김민호-김응국-박정태가 동시에 시구하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나란히 시구한 다섯 레전드의 공을 받기 위해 그해 올스타전에 출전한 후배 포수들도 시포자로 총출동했다. 또 2009년 광주 올스타전에선 타이거즈 레전드 김봉연, 2010년 대구 올스타전에선 삼성 레전드 김시진, 2012년 대전 올스타전에선 김영덕 전 빙그레 감독이 각각 기념비적인 시구를 했다.
한 영웅의 ‘마지막’을 알린 시구도 적지 않다. 은퇴식 없이 선수 생활을 마감했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2014년 올스타전에서 은퇴식을 치르면서 직접 시구를 했고, ‘국민 타자’ 이승엽은 은퇴 시즌인 2017년 올스타 베스트 멤버로 출전해 두 아들이 시구와 시타를 각각 맡고 스스로 시포가 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2015년엔 역대 감독 최다승을 남긴 김응용 전 한화 감독이 사령탑 은퇴식과 함께 포수로 앉은 선동열 감독의 미트를 향해 힘찬 시구를 끝냈다.
프로야구 팬에게 마지막으로 시구의 추억을 남긴 인물들도 있다.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철통 보안과 007 작전 끝에 2003년 올스타전 시구자로 깜짝 등장해 놀라움을 안겼다. ‘구도’ 부산 출신답게 프로선수 못지않은 투구 폼으로 박수를 받았다. 한국 야구의 레전드 투수였던 고 최동원도 2004년 사직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기념 시구를 했다. 롯데를 빛낸 ‘안경 에이스’의 등장에 부산 팬들의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