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논현역 뒤편에 위치한 에이프로스퀘어(옛 바로세움3차). 소유권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다시 펼쳐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에이프로스퀘어빌딩은 지하 5층~지상 15층에 연면적 2만 7220.37㎡ 규모의 중형급 빌딩이다. 강남역대로 뒷길의 중심상업지에 위치해 알짜배기 부지로 평가 받는다.
시행사 시선RDI 김대근 대표는 8월 12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약소업체인 시선RDI가 20년간 세운 강남 핵심 요지 부동산을 시공사인 두산중공업과 신탁사 한국자산신탁이 공모해 피도 눈물도 없이 강제로 빼앗았다”며 “결국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가 저지른 대형 권력형 강탈범죄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시선RDI의 김 대표는 2008년 서울 서초동의 부지를 매입해 바로세움3차 빌딩 개발 사업을 추진, 시공사와 신탁사로 두산중공업과 한국자산신탁을 각각 선정했다.
하지만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에 난항을 겪으면서 시행사는 재정적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김 대표는 이 과정에 두산중공업이 분양금지 공문을 보내거나 저가 분양을 강요하고, 건물을 매각하려 하자 작업을 방해하는 등 텅 빈 빌딩으로 방치하게 해 자금난에 빠지게 했다고 주장한다.
결국 빌딩 소유권은 두산중공업으로 이전됐고, 공매를 통해 군인공제회 산하 엠플러스자산운용에 매각됐다. 엠플러스자산운용은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 펀드를 설립해 자금을 모아 2013년 12월 한국자산신탁과 수의계약을 맺고 1680억 원에 건물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 펀드가 눈길을 끄는 것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 가족회사로 알려진 정강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정강은 50억 원을 출자해 펀드 수익권에 투자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에이프로스퀘어 매입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그 연결고리로 H 전 I 사 대표가 지목되고 있다. H 전 대표는 2013년 모 재벌그룹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불법적으로 개입하고, 계열사 하청사업을 따내는 과정에서 공금 횡령 및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고발됐다. 하지만 그는 회사 돈 101억 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만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이후 검찰은 이례적으로 항소를 포기, 형이 확정됐다.
그런데 정강이 펀드에 참여하기 한 달 전인 2013년 11월, 당시 변호사로 활동하던 우 전 수석은 H 전 대표 사건을 수임한 것으로 드러나 몰래 변론 논란이 제기됐다. 또한 이듬해 5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내정돼서는 담당 검사에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도 받았다.
H 전 대표는 앞서 2012년 5월 에이프로스퀘어 투자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H 전 대표가 보유한 컨설팅업체의 당시 회의 문서를 보면 에이프로스퀘어에 대해 “OO증권에 후순위대출 550억 원을 제안 중” “사업약정 체결시 매각차익에 대해 일정수준 향유할 수 있도록 이익공여에 대해 약정서로 명문화하는 방안을 변호사와 협의 중”이라고 적혀 있다.
또한 이 자리에서 H 전 대표는 “블라인딩된 상태에서 진행하라. OO증권의 입장 및 방향을 파악하고 구체적으로 추진할 것” “현실화됐을 경우 모든 운영을 우리가 직접 하는 방안으로 진행할 것” 등을 주문했다. 자신이 경영에 개입했던 그룹 계열 OO증권의 자금을 이용해 에이프로스퀘어에 투자, 이득을 취하려는 목적이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당시 OO증권 노동조합 측에서 H 전 대표의 경영 불법개입 문제에 대해 지적을 하고 나서면서 투자 사업은 결국 무산됐다.
정강의 에이프로스퀘어 투자 시점과 우 전 수석의 H 전 대표 변호 수임 시점이 맞물리면서, H 전 대표가 본인이 추진하다 손을 뗄 수밖에 없었던 투자 정보를 우 전 수석 측에 전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7년 3월 최순실 국정농단 등을 수사하기 위해 꾸려진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이 부분에 대해 수사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사팀은 우 전 수석 개인비리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일요신문DB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 수익증권은 2017년 3월 홍콩계 사모펀드 APC(아시아퍼시픽캐피탈)가 400억 원에 인수했다. 이어 에이프로스퀘어 빌딩도 2019년 3월 마스턴자산운용에 다시 매각됐다. 거래금액은 2040억 원에 달했다.
에이프로스퀘어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이 사건은 두산중공업 박지원 대표 및 우병우 전 수석, H 전 대표 등 권력층의 비리가 숨어있는 대형 게이트라고 할 수 있다”며 “향후 공수처가 활동을 시작한다면, 공수처 수사대상도 될 수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시선RDI 측의 수년째 이어지는 의혹 제기다. 이미 법원의 판단이 끝났다. 새로운 내용보다는 억지주장이 많다”며 “두산중공업도 시공사로 손해만 보고 결국 건물을 처분했다”고 해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