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정부가 2차 긴급재난지원금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3월 11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해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현 질병관리청장)과 직원들을 격려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맞춤형’ 목적 뚜렷해진 2차 재난지원금
정부는 지난 10일 올해 네 번째로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안과 함께 총 12조 4000억 원 규모가 투입되는 긴급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4차 추가경정을 통해 마련한 7조 8000억 원으로 피해가 집중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고용 취약계층 및 저소득층을 집중 지원하고 행정부 자체 재원으로 4조 6000억 원을 투입해 방역과 경기 회복 지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4차 추경을 통한 지원을 ‘맞춤형 긴급재난지원 패키지’로, 행정부 자체 재원을 통한 지원을 ‘방역 및 경기보강 패키지’로 구분했다.
정부가 이번에 4차 추경과 함께 내놓은 종합대책은 엄밀히 ‘2차 재난지원금’이라 보기 어렵다. 정부는 지난 4월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원포인트로 2차 추경을 편성했지만, 이번 대책은 1차‧3차 추경 편성을 통해 기존 정책을 추가‧확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서도 대책과 관련 ‘재난지원금’이라는 명칭은 언급되지 않는다. 다만 정치권 등에서 그간 논의된 내용에 따라 분류할 경우, 2차 재난지원금은 ‘맞춤형 긴급재난지원 패키지’에 속한다.
해당 패키지는 △소상공인‧중소기업 긴급 피해 지원 △긴급 고용안정 △저소득층 긴급 생계 지원 △긴급 돌봄 지원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소상공인·중소기업 긴급 피해 지원에는 4차 추경예산의 절반에 이르는 3조 8000억 원이 투입돼 377만 명이 혜택을 보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3조 8000억 원 가운데 3조 2000억 원을 투입, 새희망자금을 신설해 291만 명에게 최대 200만 원을 현금 지원할 계획이다.
1차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되면서 소비진작 및 경기부양 목적을 겸했지만, 특정 업종과 계층에 대해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2차 재난지원금은 경제정책보다는 복지정책에 가깝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지난 10일 제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4차 추경안은) 피해가 가장 큰 업종과 계층에 집중해 최대한 두텁게 지원하는 피해 맞춤형 재난지원 성격의 추경”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선별기준 형평성 어떻게 맞출까
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는 긴급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거듭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재원의 한계를 설명하고 ‘피해 맞춤형’을 강조했다. 2차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원키로 한 결정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쪽의 반발은 물론, 정확한 대상자 선별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이에 정부는 업종 등에 따른 분류를 통해 소득 증명 없이 국세청 자료를 기반으로 대상을 가려 추석 전 신속히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선별된 카테고리 내에서는 가능한 사전 심사 없이 최소한의 요건 확인만을 통해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 9일부터 ‘간이지급절차’를 도입해 일반영업장 폐쇄 등에 대해 손실보상금 10만 원을 절차 없이 지급키로 했다.
하지만 이 방안에도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매출이 없어 소득을 비교할 자료가 없는 프리랜서나 올해 창업한 분들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나 매출 감소를 증명하기 어렵고, 재래시장 등에서 영업하는 소상공인들 또한 소득 증빙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편 지급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대책 발표 하루 전인 지난 9일 민생경제연구소와 한국중소자영업자총연합회 등 7개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2차 재난지원금 보편지원 등을 포함한 ‘코로나19로 인한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5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이들은 “2차 긴급재난지원은 1차에 비해 전체 예산이 줄어 일정 소득선 이하의 계층만 지원받을 우려가 있다”며 “우선 보편 지급하고 소득 상위계층에 대해 추후 세금을 통해 선별적으로 환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사진)는 긴급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거듭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재원의 한계를 설명하고 ‘피해 맞춤형’을 강조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맞춤형 찬반 중심에 선 ‘갑툭튀’ 통신비 지원
정부가 추경예산 7조 8000억 원 가운데 총 2조 2000억 원을 투입키로 한 긴급돌봄 지원에는 아동 돌봄 지원과 전 국민 이동통신요금 지원이 포함됐다. 이 중 통신비 지급을 두고 예기치 못한 논란이 나온다. 만 13세 이상 전 국민 4640만 명을 대상으로 이동통신요금을 2만 원씩 지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당장 통신비 지원의 실효성과 함께 투입 금액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 지원에 비해 많다는 점을 두고 지적이 나온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을 살펴보면 기존 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 방안은 없다”며 “선별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할 때 저소득층 지원을 내세웠지만, 정작 저소득층 지원에 투입되는 재원은 5%에 불과한 4000억 원으로 통신비 지원에 투입되는 재원(9000억 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저소득층 맞춤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이 통신비 지원 등 특정 정책으로 가야 하느냐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본다. 서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면서도 “다만 최소한의 보편 지원에 통신비 2만 원 지원이 최선의 수단이냐 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