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은 복귀 첫 대회에서 결승 진출 이전까지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결승전, GS칼텍스에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다. 사진=박정훈 기자
실제로 흥국생명은 조별 리그부터 순위 결정전, 준결승까지 4경기 연속 무실 세트 승리의 압도적인 질주를 펼쳤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결승전에서 무너지며 흥국생명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흥국생명은 강소휘, 안혜진 등을 앞세운 GS칼텍스의 날카로운 서브에 경기 내내 리시브가 흔들렸다. 김연경은 결승전에서 13점을 올렸지만, 공격 성공률은 28.57%에 그쳤다. 이다영은 김연경과 이재영에게 의존하는 패턴으로 경기를 단순화시켰다.
배구 팬들은 흥국생명을 철저히 분석하고 준비해서 나온 GS칼텍스에 큰 박수를, 경기 내내 답답한 흐름을 끊지 못하고 GS칼텍스에 끌려 다닌 흥국생명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연경은 컵대회에서 MVP가 아닌 MIP(기량발전상)을 수상했고 MVP는 강소휘의 몫이었다.
대회 MVP를 수상한 강소휘는 ‘우승’ 김연경과의 비교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강소휘는 유튜브 채널 ‘썸타임즈-이영미의 셀픽쇼’ 인터뷰에서 “컵 대회 MVP를 받았다고 해서 내가 연경 언니보다 실력이 뛰어난 건 절대 아니다”면서 “대회는 팀 대 팀으로 이뤄지는 것이지 선수 대 선수로 평가받는 게 아니지 않나. 자꾸 연경 언니랑 비교하는 부분이 나한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관련영상 여자배구 차세대 에이스 ‘강소휘’를 만나다 1편).
강소휘가 차세대 에이스로 부상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선수가 고백했듯이 김연경을 뛰어넘을 정도의 실력에는 못 미친다. 강소휘는 “배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분이라면 그런 말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랜 시간동안 해외에서 활약하며 국내 배구 팬들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느껴보지 못했을 김연경으로선 이번 컵대회 이후 형성된 여론에 적잖은 상처를 받았을 듯하다. 하지만 배구는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혼자만의 힘으로 상대를 이길 수 없다. 코트에 나서는 선수들과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고, 그 호흡이 잘 이뤄져야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 김연경도 그 점을 새삼 절감했을 터.
‘배구여제’는 외로울 수밖에 없다. 잘하면 본전, 못하면 ‘독박’이기 때문. 그래도 자신을 롤모델로 하는 후배들의 성장을 진심으로 반가워하며 한국 여자 배구의 발전을 위해 그는 분명 다시 날아오를 것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