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병장 아내의 진정을 받아 사건을 재조사한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가설병이었던 황 병장이 총기를 다룰 일이 드물었고,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목숨을 끊을 동기가 없다는 점 등을 파고들어 결국 야간사격 과정에서 오발 사고로 황 병장이 사망했다는 진실을 밝혀냈다. 군이 이를 은폐·조작하려고 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기록이라곤 단 한 장 남은 매화장보고서 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큰 성과다.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9월 14일 오전 10시 포스트타워 14층에서 출범 2주년을 맞아 조사활동보고회를 열어 주요 사건 18건을 발표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위원회)는 9월 14일 오전 10시 포스트타워 14층에서 출범 2주년을 맞아 조사활동보고회를 열어 황 병장 사건 등 주요 사건 18건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그동안 군에서 발생한 의문사 1610건을 접수해 450건의 조사를 끝냈고, 450건 가운데 223건을 진상규명했다고 설명했다(9월 14일 오전 9시 기준). 위원회는 진상규명한 223건 가운데 186건을 전사 또는 순직으로 재심사할 것을 국방부, 경찰청, 법무부 등에 권고했다.
위원회가 발표한 주요 진상 규명 사건엔 50~60년대 군의 기록 실수나 사인 은폐에서 비롯된 억울한 군 사망, 군 초동 수사 과정에서 이뤄진 축소와 은폐로 사인이 뒤바뀐 군 사망, 구타 및 가혹행위와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인한 자해 사망과 군 복무에 따른 스트레스로 급성 정신질환이 발병해 자해한 군 사망 등이 포함됐다.
이인람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은 “한국전쟁 이후 군인 신분으로 6만여 명이 사망했고, 이 가운데 3만 9000여 명은 비순직 사망자다. 그에 비하면 우리 위원회에 접수된 사건을 많은 것이 아니”라며 “의문을 제기할 가족이 더 이상 생존해있지 않거나, 국가가 행했던 폭력으로 인한 상처로 인해 용기 낼 힘도 남아 있지 않거나 하는 등 여러 경우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정된 기간에, 진정이라는 절차만으로 많은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인람 위원장은 “국민이 군과 국가를 신뢰하는 사회를 구축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젊은이들과 유가족의 한을 풀어 드리고, 진정한 명예회복을 통해 눈물이 마를 수 있도록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위원회에 진정된 모든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최준필 기자
이어 이 위원장은 “의무 복무 중 사망한 군인에 대한 예우와 순직 처리가 뒤늦게 돼 이미 망인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경우, 형제자매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며 “국민이 군과 국가를 신뢰하는 사회를 구축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젊은이들과 유가족의 한을 풀어 드리고, 진정한 명예회복을 통해 눈물이 마를 수 있도록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위원회에 진정된 모든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18년 9월 14일 3년 임기로 출범해 진상규명 활동을 해왔다. 2006년부터 2009까지 활동한 군의문사진상규명회가 4년 동안 사건 600건을 접수 받았던 것과 비교해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2.5배에 달하는 1610건을 접수 받았다. 위원회는 또 2년 동안 223건을 진상규명함으로써 애초 예상을 훨씬 웃도는 성과를 냈다고 전했다.
위원회에 진정된 사건 진상규명을 마치기 위해선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 김민경 대외협력담당과장은 “2년 동안 1610건 가운데 450건의 조사를 끝마쳤다. 남은 사건이 1160건인데 사건 접수 마지막 날(9월 14일)이라 진정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조사관 한 명당 1년에 6건 정도 해결하는데 50명 정도의 조사관이 있다. 위원회 차원에서 1년에 300건 정도 진상규명할 수 있다”며 “진정된 사건을 다 끝마치려면 남은 기간에 최소 2년 정도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9월 14일까지 군 의문사 관련사건 진정을 접수 받는다. 남은 기간엔 접수 받은 사건의 진상 규명에 힘 쏟을 계획이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