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의 마침표에. 천일의 쉼표를 찍다,’ 앞표지(왼쪽), 전일고 이주완 학생
[전주=일요신문] “세상이 2016년 3월 28일에서 멈춰 버렸다”
고3 수험생이 청천벽력으로 들이닥친 백혈병으로 인해 3년 가까이 병마와 싸워 이기고 23살의 나이에 학교에 다시 돌아온 고교생의 ’투병기‘가 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8일 전주 전일고 3학년 이주환 학생이 펴낸 ‘생의 마침표에. 천일의 쉼표를 찍다,’(레드우드)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는 고3 수험생이 자신이 겪었던 1009일 간의 병상 기록과 애틋한 가족사랑을 담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등록금을 피와 시간으로 받는 그곳에서 나는 ‘희망행복학’을 전공하며, 백혈병 교수에게 고통을 희망으로 읽는 법과 아프면서 행복해지는 법도 배웠고 나만의 인생을 사는 법도,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도 배웠다. 그리고 그 배움 속에서 내가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존재인지도 깨달으며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건강했던 19살, 친구들과 신나게 어울리며 학생회장 선거에 당선된 후 고3을 맞은 그에게 갑작스러운 백혈병 진단은 삶의 방향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대학입시는 뇌리에서 사라졌고 오직 백혈병과의 싸움에 몰두해야 했다.
척수항암치료와 골수검사, 조혈모세포 이식 등 수많은 검사와 치료 과정에서의 마주했던 고통과 절망을 이겨내고 드디어 1009일간의 투병생활을 마감했다. 그리고 올해 23살의 나이에 다시 고3의으로 복귀하는데 성공한다.
이 책은 흔한 투병기와는 달리 이 책은 죽음의 벼랑 끝에서 1000일을 넘게 헤매며 또박또박 기록한 일기에서 간추린, 눈물샘을 자극하는 메시지들이다. 백혈병과 사투를 벌이는 시간 속에서 삶의 끈을 놓지 않게 했던 것들의 기록이다.
“나는 내 이야기를 통해 어느 백혈병 환자의 아픔을 이해한다는 것을 넘어, 각자의 아픔을 가진 이들이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며 보듬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더 이상 아픔이 아닌, 함께 이겨 낼 수 있다는 희망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본문 중에서)
“물론 이 책에서 나는 수도 없이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무엇이 희망이라고 알려 주려는 게 아니다, 아니 알려 줄 수도 없다. 그저 내가 전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자신만의 희망을 찾게 되는 신선한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가망 높은 바람이 있다면 나아가 그 희망을 통해 각자가 잊고 지내던 가장 소중한 것들을 상기시켜 주고 싶다” (작가의 말)
이주완 학생은 투병일기 초고를 출판사 30곳에 보내 대기업을 포함해 모두 4곳에서 응답을 받았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소개해줄 곳을 선택했다. 그는 올해 수능을 준비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하지만 온라인 수업을 통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