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박주현 겸임교수(왼쪽) ‘언론과학연구’ 표지
[전주=일요신문] 조국사태 보도와 관련 보수언론들의 가차 저널리즘을 규명한 연구논문이 발표돼 언론계는 물론 정가의 주목을 끌고 있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박주현 겸임교수가 ‘언론과학연구 제20권 2호(2020.6)’에 게재한 연구논문 <‘조국 사태’ 보도에 있어서 언론의 이념성과 가차 저널리즘(Gotcha Journalism)과의 관계 연구>가 바로 그것이다.
가차 저널리즘(gotcha journalism)이란 gotcha와 journalism을 결합한 학술 용어로 언론이 자신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정치인이나 유명인사의 사소한 말실수 등을 앞뒤 맥락과 관계없이 흥미 위주로 집중 보도하는 저널리즘의 형태로 ‘꼬투리 잡기’ 또는 ‘악마의 편집’으로 지칭된다.
박 교수는 2019년 8월 9일~12월 31일까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등의 기사 1,706건을 신문의 이념 성향에 따라 기사량과 유형, 보도 태도, 기사출처 등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가를 놓고 보수와 진보 등 두 부류로 나눠 교차 분석했다.
시기별로는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이전(2019.8.9.~9.28)과 법무부장관 이명 이후(9.9~10.13), 법무부장관 사퇴 이후(10.14~11.13), 조국 전 장관 및 가족 법정 공방(11.14~12.31) 등 4개 시기 구분했다.
보도 건수는 조선일보가 1,706건 가운데 696건 40.8%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경향신문 447건(26.2%), 동아일보 304건(17.8%), 한겨레 259건(15.2%) 등의 순이었다. 보수신문이 1,000건으로 58.7%나 돼 보수신문들이 진보신문들보다 조국 사태에 더 많은 관심과 집중을 보인 것으로 풀이됐다.
시기별로는 조국 장관 임명 이후에 778건으로 45.6%가 몰렸다. 이어 장관 사퇴 이후 410건(24.0%), 장관 임명 이전 263건(15.4%), 법정 공방 시기 255건(14.9%) 등의 순이다.
이념적 성향에 따른 신문별 조국 사태 관련 기사의 성격을 분석한 결과 보수신문들은 부정적인 성격(71.2%)이 가장 높은 반면 중립은 27.7%였고 긍정은 1.1%에 불과해 부정기사를 집중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신문은 부정 54.1%, 중립 39.0%, 긍정 6.9% 등으로 조사됐다.
제목 스타일을 사실보도와 인용보도, 판단보도 등 3가지로 분석한 결과 보수신문은 인용보도49.5% 비중이 가장 높은 가운데 판단보도가 43.7%로 그 뒤를 이었으며 사실보도는 6.8%로 매우 낮았다.
진보신문은 판단보도 55.7%, 인용보도 32.6%, 사실보도 11.8% 등으로 보수신문이 진보신문에 비해 사실 보도와 판단보도 비중이 낮은 반면 인용보도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취재원을 분석한 결과 보수신문들은 검사/검찰 관계자가 30.4%로 가장 많았으며 진보신문 25.8%에 비해 4.6%p 높게 나타나 큰 차이를 보였다. 언론사들은 확인 또는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의혹’, ‘논란’ 등의 제목과 함께 부정적인 내용들로 반복적인 보도 행태를 보였는데 주로 검사/검찰 관계자 또는 국회의원/국회 관계자 출처의 기사가 주를 이뤘다.
사설에서 조국 사태와 관련해 당사자 또는 가족, 친지 등 주변인들의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나 실수, 해프닝, 사생활 등을 꼬투리 잡아 반복적·부정적으로 보도하거나 의도적으로 차별하는 지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보수신문의 가차 저널리즘의 행태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사설의 제목과 내용을 긍정, 중립, 부정 등으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조선일보는 가장 많은 41건의 사설을 내보냈으며 이 중 1건을 제외한 대부분 사설에서 부정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분석대상 기간 내내 사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당사자를 동시에 부정, 반대하며 비판하는 사설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제목에서도 ‘바보’, ‘구역질’, ‘빼먹기’, ‘난장’, ‘정치 연예인’, ‘정권 행동대’ 등의 표현으로 흠집내기 또는 꼬투리잡기 식의 행태를 나타냈다.
동아일보도 대상 기간 중 내보낸 14건 가운데 중립적인 2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분열’, ‘갈등’, ‘궤변’, ‘억지’ 등의 표현을 사용해 부정적인 태도가 강했다. 한겨레는 13건의 사설 가운데 5건이 부정적이었고 나머지는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보수신문들과 대조를 이뤘다.
단독보도라는 제목으로도 가차 저널리즘적인 행태를 드러냈다. 단독보도를 통해 가장 많이 제기된 주제는 조국 자녀와 관련된 의혹이었으며 4개 신문사 104건의 단독보도 가운데 82건이 자녀들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들 자년 관련 단독보도들은 당시 조국 장관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 또는 고위공직자가 되는데 어떤 자질과 연관되는지 의문스러운 기사들이 많았다.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들은 조국 후보자 어떻게 관여했는지 등은 언급되지 않고 단순한 주장 몇 가지를 나열해 의혹을 제기하는 방식이었다.
조선일보는 조국 딸의 사적인 영역에 가까운 사실을 단독보도라며 의혹을 부풀리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빠른 91년생 조국 딸, 의전원 지원한 주민번호 바꿔 생년월일 7개월 늦춰’에서 ‘조국 딸의 주민등록번호 상 생년월일이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조국 전 장관 사퇴 이후 당사자에 대한 밀착 취재가 이뤄지면서 이른바 ‘조국 스토킹’, ‘조국 수호대’ 등이 등장할 정도로 언론의 과도한 사생활 취재와 보도가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조국이 외출 때마다 운전해준 남자 정체는? 문 대통령 전 수행비서’라고 보도하며 문제를 제기했다가 얼마 후에 ‘문 대통령 캠프 출신’으로 수정했다.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종편에서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조 전 장관을 부정적인 내용으로 반복보도해 가차 저널리즘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여줬다.
이번 연구 결과 신문의 이념성과 가차 저널리즘은 조국 사태에서도 상호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사제목은 기사의 작성 의도와는 무관하게 편집부 또는 데스크 등 게이트 키핑 과정에서 새롭게 가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목에서 부정적인 태도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가차 저널리즘적 보도의 전형이며 보수신문에서 확연하게 나타났다.
사설은 조선일보가 가장 부정적인 견지의 논조를 보였고 단독기사에서는 동아일보가 가장 많이 보도했으며 이 같은 보도를 종편인 TV조선과 채널A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보도해 흠집 내기와 꼬투리 잡기식 가차 저널리즘의 보도 행태를 드러냈다.
박주현 박사는 “보수성향의 신문들이 부정적인 보도태도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종편을 통한 반복적인 보도로 조국 사태에서 가차 저널리즘 보도행태를 여실히 드러냈다”며 “신문사의 이념적인 성향이 가차 저널리즘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게 해준다”고 연구결과를 정리했다.
또 “조국 사태의 부정적인 보도의 출처는 주로 검사/검찰 관계자에 의존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기존 가차 저널리즘 연구에 밝혀졌던 내부 요인 외에도 종편 방송과 취재원 등 외부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고 주장했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