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단속의 손길도 촘촘해졌다. 식약처는 행정예고를 하는 동시에 에토미데이트 불법 유통 및 사용 방지를 위한 대책도 내왔다. 또한 도매상과 의료기관에 대한 집중 점검, 온라인 모니터링 및 신속 차단, 불법유통 근절을 위한 홍보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수 휘성이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기 전 판매자로 추정되는 남성과 만나 약물을 거래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 검정 봉지 안에 에토미데이트가 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MBN 뉴스 화면 캡처
식약처가 에토미데이트 오남용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에 들어갈 무렵 연예인들의 에토미데이트 관련 뉴스도 줄을 이었다. 아무래도 식약처의 에토미데이트 오·남용우려의약품 지정 및 단속 강화의 불씨가 된 것은 올해 4월 휘성 사건이다. 가수 휘성은 나흘 사이 에토미데이트 26병을 구매했으며 상가 화장실 등에서 두 번이나 불법 투약한 상태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다만 에토미데이트는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불법 판매를 한 유통업자만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받았고 불법 구입한 휘성은 처벌받지 않았다.
식약처의 에토미데이트의 오·남용우려의약품 지정 소식이 들려온 직후인 6월 말에는 에토미데이트 불법 판매상을 수사하던 경찰이 아이돌 그룹 출신 연예인 A가 연관된 정황을 발견했다. 결국 A는 경찰서에서 소환조사를 받았는데 이 자리에서 A는 직접 구입하거나 투약하진 않았고 에토미데이트 구입을 알아보기만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식약처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의료기관들이 에토미데이트 처방을 주저하고 있다. 게다가 8월에는 각 지역 보건소가 개업의들에게 향정신성 약물 처방일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공문까지 보냈다(관련 기사 [18금연예통신] 정부 vs 의료계 싸움에 연예계 ‘약’ 터질 위기?). 연예계에선 과거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되기 전 병원에서 중독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하던 일부 연예인이 마약류 지정 이후에도 끊지 못하고 계속 불법 투약하다 적발됐던 사례를 기억하고 있다. 지금도 관리가 부실했던 에토미데이트를 병원 등에서 지속적으로 투약하는 연예인이 여럿 있을 수 있고 그들은 여전히 에토미데이트를 찾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식약처가 단속을 강화해 병원에서의 투약이 여의치 않은 데다 수사기관도 에토미데이트 불법 유통망을 수사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연예인은 해외직구나 직구대행 등을 통해서라도 에토미데이트를 구하려 한다는 얘기까지 들려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인터넷과 SNS 등에서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지정되기 전에 구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광고 문구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에토미데이트를 불법 유통하는 업자들이 사용하는 광고 문구인데 에토미데이트가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지정되기 전에 미리 구입하라는 뜻이다.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에서도 의사 처방전에 의해서만 판매함으로써 불법유통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에토미데이트를 불법 유통하는 이들이 구하기 어려워지기 전에 구입하라고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에토미데이트 성분 의약품을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지정하기 위해 관련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이와 동시에 단속도 강화했다. 사진 제공=서울 강남경찰서
실제 구글에서 ‘에토미데이트 직구’ 등의 검색어를 넣으면 ‘에토미데이트를 구해주겠다’며 자신의 SNS 계정이나 아이디를 올려놓은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해외직구를 대행해주겠다는 얘기부터 직구로 구한 에토미데이트를 판매한다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광고 글의 대부분은 사기로 알려졌다. 돈만 송금 받은 뒤 약물을 보내주지 않는 방식이다.
반면 해외직구로 가장한 국내 불법 유통업자들에게 에토미데이트를 구입하는 연예인들도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도매상이나 일부 약국 등을 통해 국내에서 확보한 에토미데이트를 단속이 덜한 해외직구로 구했다며 던지기 수법 등으로 판매하는 불법 유통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2019년 박유천 역시 돈을 입금하면 판매자가 제3의 장소에 마약을 숨겨두고 가져가도록 하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구입한 뒤 투약했다가 경찰에 적발된 바 있다.
그만큼 연예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 대형 연예기획사 홍보팀 관계자는 “모두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필로폰이나 대마초 등 마약류 사건과 프로포폴과 에토미데이트 등 수면마취제 사건은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라며 “환각이 아닌 휴식을 위해 수면마취제를 찾는 지친 연예인들도 많다. 그 얘긴 결국 마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의 연예인도 에토미데이트 사건에 연루될 위험성이 크다는 뜻”이라고 요즘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편 에토미데이트를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일반 진료에선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권고까지 나왔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이사장 조주영)는 8월 16일 ‘진정내시경에 있어 에토미데이트 사용에 대한 학회 입장’을 발표했다. 여기서 주로 지적된 부분은 근경련이다. 이런 근경련이 비슷한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에선 발생하지 않는다. 에토미데이트 사용자 가운데 많게는 약 10% 정도까지 근경련이 발생하는데 후두경련 발생은 물론 고용량 투여하거나 중추신경 억제제와 병용 투여하면 단시간에 호흡마비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불법으로 구매해 마음대로 투여할 경우 큰일이 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