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제한(락다운),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조치를 취한 가운데 사람들의 이동량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구글과 애플 등 IT 기업들은 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이용자의 위치 및 이동 데이터를 수집해 사람들의 동선 변화에 주목하고 있는데 이는 각 국가의 정책 결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애플 모빌리티 트렌드 리포트가 분석한 수도권 이동량 변화. 사진=애플 모빌리티 트렌트 리포트
구글은 각 지역별 이동 보고서를 통해 사람들의 이동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항목별로 정리해 데이터화하고 있다. 공원 등 공공시설, 소매점 및 유흥시설, 마트 및 약국, 대중교통 환승역, 직장 밀집 지역, 자택 등 6곳의 방문자 수 혹은 체류시간의 변동 추이를 제공하는데 이때의 기준값은 1월 3일~2월 6일 5주간의 평균값이다. 즉, 제공되는 데이터를 그래프화하면 코로나19 확산 초기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는 것이다.
애플 역시 2013년 1월 13일부터 세계 각국의 도시 이동량을 분석하고 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일시적으로 이동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 지도 이용자들의 움직임과 동선을 분석한 것인데 데이터는 차량 이동과 도보 이동으로 나뉘어 제공되며 기준값은 2020년 1월 13일이다.
일요신문이 구글과 애플이 제공하는 유동인구 데이터 가운데 대한민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초기와 비교해 9월 국내 ‘대중교통’, ‘소매점 및 여가시설’ 등의 이용은 줄어든 반면 마트와 공공시설 이용과 집에서 머문 시간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의 모빌리티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도시 내 이동량이 현저히 줄었다. 수도권 이동량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2월 중순부터 차량 이동과 도보 이동이 20% 이상 감소하기 시작해 9월 12일 기준으로 차량 이동은 41%, 도보 이동은 58%까지 줄어들었다. 서울 역시 2월 중순부터 이동량이 크게 줄어 9월 12일 기준 차량 이동은 기준값보다 64%, 도보 이동은 72% 감소했다. 5월과 7월 이동량이 순간적으로 증가했지만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구글 모빌리티가 분석한 국내 이동량 현황. 사진=영국비영리단체 ‘our world in data’ 홈페이지
대중교통 이용량의 변화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에 따라 더욱 두드러졌다. 구글 모빌리티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었던 3월 초 대중교통 유동인구는 기준값보다 27%까지 감소했다. 이후 5월~7월 확진자가 줄어들자 대중교통 유동인구도 점차 늘어나는 패턴을 보였다. 회복세를 보이던 그래프는 8월 중순부터 다시 하락했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광복절 집회 이후 발생한 집단감염의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9월 8일 기준 대중교통 이용객은 기준값 대비 29.57% 감소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책 시행의 효과가 데이터로 확인된 셈이다.
식당, 카페, 영화관 등 소매점 및 유흥시설 방문객 변화 추이는 대중교통 그래프와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소매점 및 유흥시설 방문객 그래프는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었던 3월 초에 기준값 대비 31.57% 감소했다가 4월 말 이후 소폭 상승세를 보이나 중앙선을 넘지 못하고 8월 중순 다시 하락하는 모양새다. 9월 8일 기준 소매점 및 유흥시설 방문객은 기준값보다 20.29% 감소했는데 이는 국민들의 경제적 활동 감소로 풀이된다.
구글 모빌리티가 분석한 국내 공원 및 공공시설 이동량 현황. 사진=영국비영리단체 ‘our world in data’ 홈페이지
그렇다고 마냥 ‘집콕’만 한 것은 아니다. 국립공원, 광장 등 야외 공공시설 방문객은 오히려 늘어났다. 구글 분석에 따르면 공원 방문자 수는 2월과 3월 하락세를 보이다가 5월과 8월에 다시 상승한다. 특히 5월 5일 정점을 찍고 급락하는데 이는 어린이날로 야외활동이 증가한 이후 5월 6일 이태원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후 6월~9월까지 공공시설 방문객 그래프는 간헐적인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지만 확산 초기 보였던 기준선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 즉, 확산 초기에는 외부 활동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였다면 최근에는 공원 산책 등의 외출이 오히려 증가한 셈이다.
다만 주거지 체류시간은 9월 8일 기준값보다 7.86%가량 증가해 집에 머문 시간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지 체류시간 그래프는 다른 항목에 비해 추이 변화가 가장 미미했는데,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국내의 경우 1월 중순 이미 대구 등 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해 2월 초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한 기업이 있어 중앙값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직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에 따라 실제 데이터 그래프가 움직였으므로 정부 정책의 효과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코로나19가 빨리 발병한 탓에 기준선(1월3일~2월6일의 평균값)에서의 증감이 다른 나라보다 다소 잔잔해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동량 감소로 실제 소상공인들이 입는 경제적 타격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도 휴대전화 이동정보를 통해 국민들의 이동량 변동을 파악하고 있다. 9월 14일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의 브리핑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조치 이후 4주째인 9월 6일부터 10일까지의 수도권 휴대전화 이동량은 거리두기 시행 직전 기간(8월 9일~13일)에 비해 14.9% 감소했다. 전국 이동량 역시 거리 두기 시행 직전 기간 대비 20.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번 조사는 SK텔레콤 이용자 가운데 실제 거주지가 아닌 다른 지역을 방문해 30분 이상 체류한 경우를 이동 건수로 집계한 것이어서 일반화하기엔 한계가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