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특히 “보고는 받지 않겠다”면서도 “문제가 될 행동을 한 적은 없다”는 추미애 장관의 사과문에 대해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 8개월 만에 이뤄진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김덕곤 부장검사)는 9월 15일 오전, 국방부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이 찾은 곳은 국방부 감사관실과 민원실, 국방전산정보원 등이다. 수사관들은 이곳에서 추미애 장관 아들 서 아무개 씨(27)의 군 복무 시절 특혜 휴가 관련 자료를 확보하려 했다. 또 오전에는, 충남 계룡대에 있는 육군본부 직할부대인 정보체계관리단에도 들이닥쳤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 씨의 특혜 휴가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김덕곤 부장검사)는 9월 15일 오전, 국방부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이 찾은 곳은 국방부 감사관실과 민원실, 국방전산정보원 등이다. 사진=연합뉴스
서 씨가 소속됐던 한국군지원단을 육군본부 인사사령부에서 관리하기 때문인데, 검찰은 “구체적인 압수 대상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추 장관 측 아들 휴가 연장 민원과 관련한 서버 내 자료 및 기록 확보가 이번 압수수색의 주목적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결국 관건인 ‘정당한 민원이냐, 위법한 청탁이냐’를 입증하기 위함인데,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확인하는 즉시 국방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무적인 성과도 얻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부부 가운데 한 명이 아들 서 아무개 씨의 휴가 연장을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로 문의한 내용과 음성이 담긴 녹취파일이 아직 군에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탁인지, 민원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한 셈이다.
자연스레 수사는 속도가 붙고 있다. 9월 12~13일에는 서 씨와 추 장관의 전 보좌관에 대한 소환 조사도 진행됐다. 서 씨는 2017년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미2사단 소속 카투사로 복무하면서 총 23일에 걸쳐 1·2차 병가와 개인휴가를 연달아 사용했다. 국방부는 2017년 4월 12일과 6월 15일 작성된 면담 기록을 바탕으로 서 씨의 휴가 구두 승인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상황이다. 단, 군 내부 전산망에는 공식적인 휴가 명령 기록이 없어 검찰의 ‘다른 자료’들을 통한 판단이 필요하다.
앞서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측은 서 씨가 쓴 19일 동안의 병가와 관련한 근거 기록이 전산에 전혀 남아있지 않고, 군의관 소견서나 서 씨 측이 추후에 제출했다는 진단서 등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검찰은 주말 소환 조사한 추 장관의 전 보좌관으로부터는 “서 씨의 부탁으로 군부대에 전화를 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검찰에서 그는 “서 씨 부탁으로 문의 전화를 했을 뿐 청탁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국민적으로 논란이 된 사건은 확인할 수 있는 사실 관계 및 자료들을 모두 확보한 뒤 판단해야 잡음이 없다”며 “의혹이 아직 더 있지 않나, 아마 추가적으로 압수수색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추미애 입장은 ‘처벌 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
하지만 검찰이 확인해야 할 의혹은 더 있다. 당시 서 씨의 상관이었던 이철원 전 한국군지원단장(예비역 대령)은 휴가 부분 외에 △용산 군부대 청탁 △평창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청탁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 전 단장은 검찰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모두 진술하며 ‘청탁이 있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내에서조차 ‘서울동부지검에서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 어린 시선이 나온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주말 SNS에 올린 사과문과 대정부 질문에서 내놓은 답변에서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검찰 내 반발이 적지 않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을 하루 앞둔 9월 13일, 아들 군 휴가 특혜 논란과 관련해 SNS에 “송구스럽다”며 사과 취지의 글을 올리면서도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일각의 의심이다”라며 사실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 과제를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하겠다”며 직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검찰 내에서조차 ‘서울동부지검에서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어린 시선이 나온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주말 SNS에 올린 사과문과 대정부 질문에서 내놓은 답변이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검찰 내 반발이 적지 않다. 사진=박은숙 기자
서울동부지검 수사팀과 추미애 장관을 둘러싼 잡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5월에는 사건이 배당됐던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들과의 만찬이 있었다. 실제 이번 인사에서 전 동부지검장이었던 고기영 검사장은 법무부 차관으로 영전했고, 후임 동부지검장으로는 추미애 라인으로 분류되며 아들이 다녔던 병원 압수수색 계획에 제동을 걸었던 김관정 대검 형사부장이 임명됐다. 이번 수사 주체인 서울동부지검이 추미애 장관이 유리한 쪽으로 ‘수사 결론’을 내려놓고 수사를 진행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수사팀 증원과 소환조사, 압수수색은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확인했다는 명분으로도 더더욱 필요하다”며 “서울동부지검 수사 라인업이 워낙 ‘추미애 라인’으로 분류됐던 검사들이다 보니 그런 시선이 존재하는 것 아니겠냐. 결국 그걸 뛰어 넘으려면 객관적 자료와 진술 증거들을 모아 언론이 제시한 의혹들과 일반적인 군인들 사례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의주시 중인 대검 “수사 보고 챙겨라” 윤석열 지시까지
여태껏 잠자코 있던 윤석열 검찰총장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울동부지검으로부터 정기적인 보고 외에 별도로 수사 관련 현안에 관여하지 않았던 윤석열 총장은 최근 대검찰청 내에 “바르게 수사될 수 있도록 (서울동부지검의) 보고를 잘 챙겨 받아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씨 관련 의혹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점 △기존 수사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 지시로 풀이된다. 그동안 지켜보기만 하던 윤 총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윤 총장은 그동안 수사팀 증원 요청을 승인하는 등 서울동부지검 수사 흐름에 대해 모두 승인은 하면서도 별도의 관여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부지검은 검찰 수사 신뢰에 흠집이 잡힐 만한 행동을 이미 한 상황이다. 수사팀은 2017년 6월 추 장관의 보좌관이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왔다는 취지의 군 관계자 발언은 조서에서 제외했다가 논란이 됐다. 동의를 얻고 일단 기록하지 않은 내용이라지만 윤석열 총장이 ‘검찰 신뢰도 하락’을 문제로 개입할 여지가 생겼다는 게 법조계 중론.
앞선 변호사는 “수사팀이 8개월 동안 수사를 뭉갰고, 그 후 일부 발언은 조서에서 제외하는 등 과도한 눈치 보기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논란이 있었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수사 결과가 국민 정서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윤석열 총장의 대검찰청이 추미애 라인으로 분류되는 서울동부지검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 지휘를 할 수 있다. 그 상황에서 추미애 장관은 이에 관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