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키움얼터너티브펀드는 고위험 상품임에도 퇴직연금 상품 등으로 판매돼 투자자 보호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와 관련된 절차는 이르면 10월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최근 해외 재간접 펀드에서 연달아 환매 중단이 발생한 가운데, 투자자들이 유독 키움투자자산운용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사진=연합뉴스
키움얼터너티브펀드 다른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로, 앞서 한시적으로 환매 연기가 선언된 영국 H2O자산운용의 일부 펀드를 편입한 탓에 연쇄적으로 환매가 중단됐다. 환매 재개 여부는 H2O자산운용의 사이드포켓팅(부실 자산을 포트폴리오 내 다른 자산과 분리) 작업이 종료되는 4주 뒤 확인할 수 있다.
#브이아이는 ‘사모’ 판단했는데, 키움은 왜 ‘공모’ 택했나
키움얼터너티브펀드에 앞서 환매가 중단된 브이아이자산운용의 ‘브이아이H2O멀티본드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은 위험등급 2등급인 사모펀드다. 사모펀드인 탓에 H2O멀티본드 외에 어떤 자산이 어떻게 편입돼 있는지 확인이 어렵다. 다만 업계에서는 해당 펀드 내 H2O멀티본드의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브이아이자산운용은 상품의 변동성을 고려해 전문투자자와 일정요건을 갖춘 일반투자자만 투자할 수 있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로 운용하고, 법인을 대상으로만 판매했다. 브이아이자산운용 관계자는 “해당 상품의 위험등급은 2등급으로 높은 편이고, 수익자에게 위험 고지의무를 다했다”며 “공모펀드로 출시할 수도 있었지만 상품이 변동성이 있다 보니 보수적으로 접근해 공모펀드로 판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키움운용의 키움얼터너티브펀드는 공모펀드로 개인투자자에 다량 판매됐다. 주요 판매사는 KB국민은행(판매비중 37.1%)과 삼성증권(28.1%), IBK기업은행(9.8%), 우리은행(2.2%) 등이다. 공모펀드는 50인 이상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모집되는 펀드로,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고 사모펀드에 비해 금융당국의 엄격한 규제가 적용돼 상대적으로 위험도와 이에 비례하는 수익성이 낮다. 그러나 키움얼터너티브펀드는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공모펀드임에도 수익성이 높은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차별화해 인기를 끌었다.
#일반투자자들, 위험등급 ‘2등급’ 이해했을까
키움얼터너티브펀드와 관련 투자자들 사이에는 ‘안정적인 성과’와 ‘낮은 변동성’을 추구한다고 설명한 것과 달리 ‘초고위험’ 상품에 투자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투자자는 “정작 상품 설명에는 ‘다양한 전략, 다양한 상품에 투자한다’고 안내한 점이 문제”라면서 “환매가 재개되면 펀드런이 예상되는데, 추후 원금이 손실될 경우 키움운용이 투자자 책임을 내세우며 빠져나갈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 투자자의 주장처럼 키움운용은 해당 펀드 투자설명서에서 “이 투자신탁은 다양한 절대수익 전략을 구사하는 공모펀드(UCITs·공모펀드 및 이에 준하는 펀드) 등에 분산 투자하여 시장 변동성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성과와 낮은 변동성을 추구합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설명에 일반투자자들은 해당 펀드의 투자위험등급이 ‘2등급(높은 위험)으로 기록돼 있음에도 불구, 펀드의 설정 시기와 수익률 변동성에 따라 실제 등급보다 위험을 낮게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키움얼터너티브펀드의 자산규모는 3600억 원대로, ‘H2O멀티본드’와 ‘H2O알레그로’를 담고 있다. 키움운용의 H2O펀드 비중은 한때 40%에 육박했다. 올해 초 비중이 20% 아래로 내려갔지만 2분기 들어서 다시 27% 수준까지 올랐다. 해외에서 H2O펀드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지만 키운운용은 오히려 비중을 확대했다.
펀드의 위험등급은 투자자산과 수익률 변동성을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최초 설정 이후 운용된 기간에 따라 기준이 변경된다. 최초 설정 3년 미만인 펀드는 투자자산에 따라 위험등급이 결정되고, 최초 설정 3년이 경과한 펀드는 수익률 변동성에 따라 위험등급이 결정된다.
투자자산에 따라 위험등급이 설정될 때는 △레버리지‧주식형은 1~2등급 △주식‧주식혼합은 3등급 △채권‧채권혼합은 4등급 △채권형은 5등급 △MMF는 6등급으로 분류된다. 실제 수익률 변동성을 기준으로 위험등급 구간을 나눌 경우 △1등급(매우 높은 위험)은 25% 초과 △2등급(높은 위험)은 25% 이하 △3등급(다소 높은 위험) 15% 이하 △4등급(보통 위험) 10% 이하 △5등급(낮은 위험) 5% 이하 △6등급(매우 낮은 위험) 0.5% 이하다.
2018년 10월 최초 설정된 키움의 펀드는 3년 미만이므로 투자대상에 따라 위험등급이 결정됐다. 투자자산이 레버리지를 활용해 2등급으로 결정됐지만, 그간 실제 수익률 변동성은 6.43%를 기록했다. 수익률 변동성을 기준으로 위험등급을 결정할 경우 4등급(보통위험) 기준인 5% 초과 10% 이하에 속한다. 설정 3년이 경과한 2021년 10월 이후 실제 수익률 변동성에 따라 등급분류 기준을 변경할 경우 위험등급이 낮아질 가능성이 컸던 셈이다.
고위험 상품인 키움 얼터너티브 펀드의 퇴직연금 상품에 논란이 불거졌다. 키움자산운용의 펀드 홍보 자료. 사진=키움투자자산운용 네이버 포스트
#퇴직연금 논란 중심은 ‘레버리지’ 활용
키움운용에 따르면 키움얼터너티브펀드에서 사이트포켓팅 예정 자산(216억~315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 3254억~3353억 원(비중 91.2~94%)은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환매 중단 결정이 고객 보호가 아니라 펀드런을 막기 위한 임시 조치”라며 “해당 펀드가 퇴직연금 상품으로 500억 원 이상 판매돼 최악의 경우 퇴직자산이 손실이 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경우 문제가 된 8개 펀드를 담지 않았음에도 H2O자산운용 펀드를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자의 환매 요청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키움얼터너티브펀드의 퇴직연금 상품에 논란이 불거졌다. 퇴직연금은 핵심 노후자금인 만큼 안정성이 가장 중시되어야 하지만, 키움얼터너티브펀드는 안정성보다 수익성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이다. 키움얼터너티브펀드를 출시한 이후 개인연금(C-P, S-P)과 퇴직연금(C-P2, C-P2e, S-P2) 상품을 설정해 판매했다. S-P와 S-P2는 지난 3월 신설됐다.
금융당국은 2018년 8월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퇴직연금 자산운용 규제를 완화했다. 기존 퇴직연금 자산의 70%까지만 투자를 허용했던 TDF(Target Date Fund)에 대해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경우 금감원장이 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퇴직연금 자산의 100%까지 투자를 허용한 것. 그러나 투자 부적격 등급 채권과 비상장주식, ELS, 레버리지‧인덱스 상장지수집합투자기구 등의 상품에 대해서는 투자금지를 명시했다.
키움얼터너티브펀드는 레버리지를 활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펀드의 기초 자산이 되는 H2O자산운용의 펀드는 고도의 레버리지를 활용해 수익률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퇴직연금 상품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H2O알레그로펀드는 가격변동성이 커질수록 레버리지를 활용해 과감하게 투자하는 고위험의 글로벌매크로 전략을 구사해 최대 5배의 레버리지(대출)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펀드에 편입돼 있는 H2O알레그로펀드와 H2O멀티본즈펀드의 경우 지난해 6월 유동성 문제가 제기돼 펀드런 사태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에 당시 두 펀드를 편입하려던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즉시 운용 전략을 수정하고 편입 계획을 철회했다.
이와 관련, 키움운용 관계자는 “키움얼터너티브펀드의 투자위험 등급은 2등급으로, 높은 위험을 가진 펀드라고 이미 고지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어 “퇴직연금 감독 규정에 따르면 집합투자증권에 투자할 수 있다고 돼있고, 키움얼터너티브펀드의 투자대상은 유럽의 공모펀드 집합투자증권”이라며 “키움얼터너티브펀드 자체가 UCITs 펀드와 ETF만 투자하고 파생상품 거래 자체를 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투자자의 투자금을 언제,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르면 10월 중으로 투자자 총회를 거쳐 환매를 통한 투자금 반환 등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예정이다. 키움얼터너티브펀드와 같은 공모펀드는 환매 연기 발생 6주 이내에 집합투자자총회를 열고 환매 관련 사항을 논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H2O펀드의 사이드포케팅 작업이 내년 상반기까기 이어질 경우, 투자금 반환은 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