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아는 9월 23일 영화 ‘디바’(감독 조슬예·제작 영화사 OAL)를 개봉하고 추석연휴보다 일주일 먼저 관객에 작품을 선보인다. 이어 29일에는 하지원의 ‘담보’(감독 강대규·제작 JK필름)와 이정현의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감독 신정원·제작 브라더픽쳐스)이 나란히 개봉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당초 추석 명절을 겨냥했던 송중기 주연의 영화 ‘승리호’가 재빨리 개봉을 연기함에 따라 이번 연휴 극장가는 뜻밖에 여배우들의 격전지로 변화하는 양상이다.
신민아는 6년 만의 상업영화 주연작 ‘디바’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사진=영화 ‘디바’ 홍보스틸 컷
#‘낯선 얼굴’ 신민아…데뷔 이래 첫 파격 변신
주연 영화로 추석을 공략하는 배우 3인의 속내는 저마다 다르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관객을 향해 ‘극장에 와 달라’고 부탁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놓였지만 그럼에도 각각의 작품을 도약과 전환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열망은 크다. 이들의 3파전이 ‘물러설 수 없는 대결’로 평가받는 이유다.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신민아는 6년 만의 상업영화 주연작에서 파격 변신을 거듭했다. 2001년 영화 ‘화산고’를 통해 연기를 시작한지 햇수로 20년을 맞은 그가 그동안 한 번도 드러내지 않은 섬뜩한 얼굴로 스크린을 꽉 채운다. 연기자로서 변화를 향한 갈망, 이를 실현하려는 각오와 용기가 맞물려 영화 ‘디바’를 완성했다.
사실 신민아는 짧지 않은 연기 경력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작품 선택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디바’를 계기로 새로운 도약대에 오른 분위기다. 영화는 둘도 없는 친구인 이영(신민아 분)과 수진(이유영 분)이 함께 타고 가던 자동차가 빗길에 바다로 추락하는 사고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의 사건과 켜켜이 싸인 감정이 하나씩 드러나고, 마음 깊이 품었던 질투도 고개를 든다.
신민아는 극 중 세계 랭킹 1위인 다이빙 선수 역을 맡아 추락하지 않겠다는 욕망과 광기의 심리극을 표현한다. 감정과 상황을 부각시킬 의상이나 메이크업의 도움도 없이 수영복과 민낯으로 카메라 앞에 오롯이 나섰고, 30대 중반에 이른 배우의 노련한 여유로움까지 드러낸다. 고공낙하 다이빙과 수중 장면이 유난히 많았지만 직접 소화하는 도전도 감행했다. 신민아는 “이영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 단계까지 소화하고자 했다”며 “처음 두려움이 컸지만 점점 이영이란 인물과 다이빙에 빠져들었다”고 밝혔다.
아직 관객 평가가 남아있지만 신민아는 ‘디바’를 계기로 배우로서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타이틀롤 신민아를 향한 반응은 고무적이다. 스타를 넘어 배우로 한걸음 성장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디바’ 촬영을 마치고 출연한 JTBC 드라마 ‘보좌관’ 시리즈로 이미 변화를 알렸고, 올해 초 배우 김해숙과 호흡한 영화 ‘휴가’를 비롯해 차기작으로 대학병원 중환자실 근무 간호사의 치열한 생존기를 담은 드라마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를 결정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간다.
최근 4, 5년 동안 침체기를 보내왔던 하지원이 이번 ‘담보’를 통해 과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받는다. 사진=영화 ‘담보’ 홍보스틸 컷
#반등 노리는 하지원 vs 전방위 활약 이정현
하지원과 이정현의 변화 시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두 배우는 추석을 겨냥한 각각의 주연 영화를 통해 반드시 이뤄야 할 ‘목적’도 품고 있다.
하지원의 ‘담보’는 떼인 돈 받으러 갔다가 엉겁결에 어린 소녀를 담보로 맡게 된 까칠한 사채업자(성동일 분)가 소녀와 부녀관계로 맺어져 가족이 되는 이야기를 다룬 휴먼 코미디다. 2015년 ‘목숨 건 연애’를 끝으로 스크린 활약을 멈춘 하지원이 야심차게 내놓는 복귀작이다. 한때 1000만 관객에 성공한 영화 ‘해운대’를 비롯해 돌풍을 일으킨 드라마 ‘시크릿 가든’ 등에서 맹활약한 하지원이지만 최근 4, 5년 동안 침체기를 보내왔다. 때문에 이번 ‘담보’를 통해 과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로도 주목받는다.
하지원은 명절 분위기와 어우러지는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그는 “영화를 찍는 동안 눈물도 많이 흘렸고 그 과정이 나에게는 힐링이었다”며 “슬퍼서 흘린 눈물이 아닌, 따뜻함에서 오는 감동이다. 관객도 내가 느낀 감정 그대로 힐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몇 년 새 스타 배우 여러 명이 공동 주연을 맡는 멀티캐스팅 영화의 일원이던 이정현이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에서는 작품을 이끄는 주연의 책임을 맡는다. 사진=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홍보스틸 컷
3파전에 동참한 이정현 역시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다. 올해 여름 극장가에서 흥행에 성공한 ‘반도’를 비롯해 그 이전 출연한 ‘군함도’까지 스타 배우 여러 명이 공동 주연을 맡는 멀티캐스팅 영화의 일원으로 주로 영화에 참여한 이정현은 이번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에서 작품을 이끄는 주연의 책임을 맡는다. 활약이 어느 정도 인정받는지에 따라 향후 자신의 이름을 건 영화에서 활동할 가능성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 지구로 온 외계인에 맞서는 여고 동창생들의 이야기다. 이정현은 하루 21시간 동안 쉼 없이 활동하는 남편이 자신을 죽이려는 것을 알게 돼 반격에 나서는 아내 역으로 활약한다. ‘반도’ ‘군함도’는 물론 영화 ‘명량’에 이르기까지 주로 묵직한 주제를 가진 작품이나 어두운 세계를 그린 장르물에 참여했던 이정현이 처음 도전하는 SF 코믹액션이다. 코미디와 거리를 뒀던 이정현이 과연 웃음으로 관객과 소통할 수 있을지도 궁금증을 자극하는 대목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