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6일 일요신문사 회의실에서 진행된 최종 심사에는 이현세 만화가, 오태엽 서울미디어코믹스 대표, 황현수 카카오페이지 부사장, 김형남 재담미디어 기획이사 등이 참석해 당선작을 가려냈다. 최종심에 앞서 8월 13일 진행된 예심에는 서찬휘·이재민 만화평론가, 정영훈 서울미디어코믹스 부국장이 참석했다.
지난 9월 16일 ‘미생 탈출 웹툰왕’ 공모전의 최종 심사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오태엽 서울미디어코믹스 대표, 황현수 카카오페이지 부사장, 김형남 재담미디어 이사, 이현세 만화가. 사진=이종현 기자
수상작 선발은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의 고유의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지난 4월 27일부터 8월 9일까지 제출된 응모작 중 1차 심사를 통해 선정된 10개 작품이 결선에 올랐다. 결선에 오른 참가자들은 약 3주일의 기간 동안 응모한 작화에 이어지는 작화를 추가로 제출했다. 심사는 그림과 스토리의 독창성, 완성도, 재미를 기준으로 삼아 평가했다.
최종 심사 결과, 김초휘 작가의 ‘그 눈에 빛이 담길 때’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우수상에는 황예름 작가의 ‘두 번째 문리버’가 선정됐다. 가작에는 펨손 작가의 ‘기억반지’, 정고운 작가의 ‘아른아른’, 녹밤 작가의 ‘열린 지옥문 닫힘’이 각각 선정됐다. 장려상에는 최성현 작가의 ‘개 신령님과의 49일’, 이은희 작가의 ‘마왕님의 육성 시뮬레이션’, 이나라 작가의 ‘신나리오TV’, 이지윤 작가의 ‘아빠는 사십춘기’, 손정택 작가의 ‘토의 간’이 선정됐다. 대상 3000만 원, 우수상 1500만 원, 가작 각 500만 원, 장려상 각 200만 원 등 총 7000만 원이 작가들에게 상금으로 지급된다.
‘미생 탈출 웹툰왕’에서 대상을 받은 김초휘 작가와 수상작 ‘그 눈에 빛이 담길 때’.
#대상 ‘그 눈에 빛이 담길 때’ 김초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산다.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기도,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대상의 영예를 안은 ‘그 눈에 빛이 담길 때’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든 이들이 위로받으며 자존감과 용기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의미가 있고, 좋은 이야기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것이 수상작을 선정할 때 중요한 기준”이라며 “이 작품을 선정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싶은 마음이 크게 들었고 다음 화가 매우 궁금했다”고 평가했다.
김초휘 작가는 “우리는 편견과 오해 속에서 산다. 오롯이 나를 믿어주는 내 편이 곁에 있어도 그 사람을 전부 믿기는 쉽지 않다. 나도 상처를 많이 받으며 살아왔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반드시 좋은 사람이 곁에 온다는 걸 작품에 녹여내고 싶었다”며 “어렸을 때부터 만화가를 꿈꿨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았다. ‘네가 원하는 걸 하라’고 말씀해 주신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 덕분에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 항상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미생 탈출 웹툰왕’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황예름 작가와 수상작 ‘두 번째 문리버’.
#우수상 ‘두 번째 문리버’ 황예름
정상을 꿈꾸는 이들은 많지만,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두 번째 문리버’는 피겨스케이팅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방황하던 주인공을 따라가며 꿈과 도전,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심사위원들은 “소재, 그림, 서사 등 종합적으로 봤을 때 완성도가 높았다. 특히 작화력이 뛰어났다”며 “만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황예름 작가는 “그동안 생업에 치여 그림도 제대로 그리지 못했고 작가가 되겠다는 꿈도 반쯤 포기하며 살 수밖에 없었는데, 평창동계올림픽 이후로 페어라는 종목에 푹 빠져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두 번째 문리버’라는 작품을 구상하고 있었다”며 “기존의 스포츠 장르처럼 치열한 경쟁과 승리에 대해 다루지는 못하겠지만, 부족함을 받아들이며 하루하루 성장해 나갈 두 주인공의 활약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왼쪽부터 펨손, 정고운, 녹밤 작가. 이들의 작품은 ‘미생 탈출 웹툰왕’에서 가작에 선정됐다.
#가작 ‘기억반지’ 펨손, ‘아른아른’ 정고운, ‘열린 지옥문 닫힘‘ 녹밤
가작 ‘기억반지’의 펨손 작가는 “누구나 사연과 추억이 있고 숨겨진 진실이 있다. 반지에 그걸 담고 싶었다. 한 여인의 집착적인 사랑 때문에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모두가 고통받는 삶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기억반지’의 메시지는 용서”라며 “10년의 노력 끝에 수상하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아른아른‘의 정고운 작가는 “디즈니의 ‘인어공주’를 오랜만에 보던 중 막연하게 생각해냈다”며 “처음 시도하는 로맨스 장르인 데다 극화체도 아니고 크게 자극적인 것 없는 캐릭터 화풍의 작품이라 큰 기대가 없었는데, 수상의 영광을 안아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열린 지옥문 닫힘’의 녹밤 작가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기란 참 힘들다. 내 작품이 설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마주하다 보면 끊임없이 나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며 “요즘이 그런 시기였는데, 이런 시기에 일요신문 공모전의 수상 소식은 나를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잡아주는 그 어떤 것과도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도약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 이 공모전이 나에게 준 기회는 너무나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심사총평] ‘따뜻함’ 인상 깊었던 2020년 ‘롱 리브 더 킹’을 탄생시킨 일요신문의 10번째 공모전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일요신문의 정체성 위에서 좋은 만화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금년에는 시장과 독자들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미생 탈출 웹툰왕’이라는 이름으로 본격 웹툰 공모전을 표방하였습니다. 올해 공모전은 신문연재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웹툰 플랫폼 ‘빅툰’을 통해 상업적으로도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작품을 찾기 위해 심사위원 전원의 심도 깊은 논의가 있었음을 말씀드리며, 이 과정을 거쳐 최종 선발된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대상 수상작인 ‘그 눈에 빛이 담길 때’는 불편한 첫인상을 가진 주인공과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마음이 외로운 여주인공 사이에서 펼쳐지는 따뜻함이 인상 깊었습니다. “모든 이들이 이 작품을 통해 위로 받음으로써, 자존감과 용기, 그리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기획 의도처럼 어려운 시기에 우리 모두에게 따뜻함을 선사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우수상 수상작인 ‘두 번째 문리버’는 소재의 강점과 함께 단단한 서사 구조를 기반으로 다양한 미디어 확장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가작 수상작인 ‘아른아른’은 따뜻한 감성의 전달이 매력적이었으며, 그에 걸맞은 작화의 안정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기억반지’는 초반 이야기 전개의 투박함이 아쉬웠으나, 작가 특유의 힘 있는 전개가 장점으로 평가됐습니다. ‘열린 지옥문 닫힘’은 작화적인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가 있었으나, 그에 걸맞지 않는 이야기 전개 및 연출 능력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그 밖의 장려상 수상작품들 역시 나름의 장점이 분명하였지만, 그에 비해 아쉬운 점 역시 선명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미생 탈출 웹툰왕’에 응모해주신 작가님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수상하신 10분의 작가님께 축하의 말씀 전합니다. 선정된 작품들의 아쉬운 부분은 향후 작품이 공개될 플랫폼 담당자들과의 논의를 통해서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재정비해 독자 여러분들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글=김형남 심사위원, 정리=허일권 기자 |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