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의원이 8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이스타항공은 이상직 의원이 2007년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부터 경영난을 겪었고, 이로 인해 올해 초 대규모 정리해고 및 임금체불로 도마에 올랐다. 여기에 이 의원과 그 일가의 각종 불법 의혹들이 언론과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이 의원이 자녀들에게 회사 지분을 편법으로 물려준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이 의원은 지난 6월 29일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점이 있다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각종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자녀들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이스타홀딩스 지분 전량을 이스타항공에 헌납한다고 밝혔다. 9월 11일엔 “악의적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재산은 회사원으로 직장생활을 하던 20여 년 전 내 집 장만 차원에서 마련해서 지금까지 거주해온 32평 아파트가 사실상 전부”라고 해명했다.
‘32평 아파트’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9월 15일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이런 악덕 기업주에게 금배지 달아준 집권 여당이 이렇게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겁니까”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과 정의당은 이스타항공 사태를 국정감사에서 다룬다는 방침이다.
이스타항공 전직 임원도 “이 의원의 32평 아파트가 전두환의 ‘29만 원 전 재산’ 발언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하면서 “지금까지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난 내용만 보더라도 이 의원 재산이 아파트 한 채라는 말은 믿기 힘들다. 최소한의 책임조차 지지 않고 사태를 회피하려는 이 의원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꼬집었다.
여권은 곤혹스러워하는 모양새다. 공격의 화살이 이 의원을 넘어 민주당으로까지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이슈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초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를 잇는다. 신중한 모드로 일관했던 당과 정부에서 조금씩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역시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추미애 장관에 대해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엄호에 나서고 있는 상황과도 대조적이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9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 국회의원이 이스타항공 창업주였던 만큼 더 책임 있는 자세로 이 사태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같은 날 국회에 출석, “이스타항공의 지배구조와 인수합병(M&A)을 결정하고 난 이후의 (이 의원) 처신 등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대비 온택트 의원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9월 14일엔 이낙연 대표가 직접 나섰다. 이 대표는 이 의원을 향해 “창업주,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갖고 국민과 직원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했다. 민주당은 당 윤리감찰단(단장 최기상 의원)에서 이 의원 문제를 회부했다. 이 대표는 최근 새롭게 꾸린 감찰단에 대해 “민주당판 공수처”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친문 진영 일각에선 이 대표 행보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이상직 의원 본인이 직접 여러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 성급하게 ‘손절’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유다. 야당이 이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친분을 언급하는 등 정치적 흠집 잡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친문계 판단으로 보인다. 한 친문 의원은 이렇게 털어놨다.
“법적으로는 아직 문제될 게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정 당사자들 주장이 야당과 언론을 거치며 확대됐다. 추미애 장관 아들 건도 비슷한 상황 아니냐. 도의적 책임의 경우 이 의원이 진다고 여러 번 말했으니 향후 이스타항공 매각 절차 등을 기다리면 될 일이다. 당에서 먼저 이 의원 징계 등을 추진하는 것은 야당에 휘둘리는 일이다. 이낙연 대표가 다소 성급했다고 생각한다.”
한 친문계 인사도 “국민의힘이 왜 저렇게 이상직 건을 물고 늘어지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이 의원과 문 대통령이 가깝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사건을 청와대로까지 키우기 위한 술수”라고 했다. 또 다른 친문 의원은 “조국, 추미애를 봐라. 당에서 똘똘 뭉쳐 지키지 않으면 소중한 정치인들이 야당 공세에 남아나지 않는다. 무서우니까 야당이 쳐내려는 것이다. 결국은 ‘팩트’ 싸움이다. 이상직은 팽시킬 게 아닌 지켜야 할 대상”이라고 했다.
이낙연 대표 측은 이러한 친문 일각 기류에 대해 “여론과 동떨어진 인식”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 민주당 중진급 의원은 “지금 야당만 이상직 의원을 공격하는 게 아니다. 우리 지지층인 노동계, 그리고 이스타항공 본사가 위치한 호남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국 추미애 때완 다르다는 얘기”라면서 “(이 대표는) 더 이상 모른 체할 경우 수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NY(이낙연)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이상직 의원이 일부 친문 인사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며 구명을 요청한 것으로 들었다. 이 대표가 이상직 의원 문제를 감찰단에 포함시키려 하자 여기저기서 이를 막으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 때문에 이 대표가 곤혹스러워했다”면서 “이는 친문계의 고질적인 패권주의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이상직 의원을 놓고 이낙연 대표와 친문계 간 불협화음이 불거질 수도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 대표로선 차기 도전을 위해 친문 인사들의 지원사격이 절실하지만 현재 당 내부에선 이상직 의원 건을 포함한 각종 악재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대표에겐 딜레마인 셈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