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제주도와 서울시 중랑구 등 ‘조두순이 우리 동네로 온다더라’는 괴소문이 나돌았던 지역에선 안산 행 소식에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반면 경기도 안산에선 불안과 분노가 교차하고 있다.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의 온라인 맘카페와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이들의 부동산카페에서 조두순의 출소 후 행보를 두고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선 불안과 분노가 교차하고 있다.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의 온라인 맘카페와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이들의 부동산카페에서 조두순의 출소 후 행보를 두고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위)와 MBC 실화탐험대(아래)에서 공개한 사진을 네티즌들이 세심하게 컬러로 복원한 것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2019년 5월 MBC ‘실화탐사대’에서 인터뷰를 할 당시에 조두순의 부인은 안산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조두순 부인이 제주도로 거처를 옮겼다는 소문이 돌았다. 제주도의 한 신도시로 조두순 부인이 이사를 했고 키즈카페를 열었다는 소문이었다.
이로 인해 제주도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두순이 만기 출소를 한 뒤 제주도로 온다는 소문 자체도 충격적이었지만 부인이 키즈카페를 한다는 소식이 불안감을 더 증폭시켰다. 그런가 하면 서울로 이사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서울 중랑구로 이사를 했다는 소문이 그 지역 온라인 맘카페에 올라오면서 그 지역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만기 출소가 채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두순이 결국 안산으로 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제주도 지역신문 ‘제주의소리’는 ‘조두순의 아내가 살고 있다는 괴소문이 떠돌았지만 조두순이 안산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나타냄과 동시에 괴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서울 중랑구의 맘카페에서도 안도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요신문 취재 과정에서 조두순이 중랑구로 온다는 소문의 진원지가 파악됐는데 이는 중랑구 소재의 민간 갱생 보호 시설인 한 교회의 목사가 인터뷰에서 “조두순이 출소한 뒤 갈 데가 없다고 하면 받아주겠다”고 말한 것이 와전된 것이었다.
2019년 조두순이 출소 이후 서울 중랑구로 온다는 소문이 나돌자 해당 지역 맘카페에 관련 글과 댓글들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사진=서울 중랑구의 한 맘카페 캡처
2019년 5월 MBC ‘실화탐사대’ 역시 조두순 아내를 만나기 위해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며 조두순 아내와 피해자 가족은 서로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난 10년 동안 500m 정도 떨어져 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실화탐사대’ 측이 찾아 나서기 얼마 전에 조두순 부인이 이사를 한 사실도 확인했다. 그런데 멀리 간 것은 아니고 피해자 가족의 집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이라고 밝혔다.
이 부분은 최근 안산시에서 밝힌 내용과 같다.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안산시 관계자가 “양쪽 집 주소를 개인 정보인 탓에 공개할 수 없지만 1km 정도 떨어져 있다”고 밝힌 것. 결국 피해자 집에서 500m 떨어진 곳에서 1km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했을 뿐인데 이를 두고 제주도와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도 괴소문이 만들어졌던 셈이다.
안산 시민들의 불안감은 기본적으로 조두순이 안산시로 온다는 사실 자체지만 더 큰 관심사는 안산 어디로 오느냐다. 현재 안산시의 맘카페와 부동산카페에는 조두순 관련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실화탐사대’에서 조두순 아내를 만나러 가는 장면에 등장하는 아파트를 두고 어느 동네의 무슨 단지인 거 같다는 추측성 글이 올라오고 자신이 그 아파트에 사는 데 아닌 것 같다는 답변이 올라오기도 한다.
최근 안산으로 간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안산 지역 부동산카페에서는 불안감과 함께 조두순이 안산 어느 지역으로 오느냐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사진=경기도 안산의 한 부동산 카페 캡처
안산 단원구의 한 신축 아파트에 거주 중인 40대 회사원은 “신축 아파트인데다 교통도 좋아 입주한 뒤 꾸준히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조두순이 단원구로 온다는 소식 때문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조용하고 살기 좋은 동네가 조두순 때문에 아이 키우기 좋지 않은 동네인 양 비치고 있다. 입주민들 사이에 우려를 넘어서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조두순이 출소해서 안산으로 갈지라도 상세주소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두순이 출소하면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성범죄자 신상 공개 사이트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거주지가 공개되지만 읍면동까지만 공개된다. 요즘에는 도로명과 건물번호까지 상세주소가 다 공개되는데 읍면동 단위에서 상세 주소까지 공개되게 된 것은 2013년 6월부터다. 조두순은 그보다 먼저 구금됐기 때문에 출소해도 읍면동까지만 공개되는 대상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밝힌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께서 소급적용이 가능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로 소급적용이 가능한 법이 통과되면 즉시 적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논란이 더해져가는 가운데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부친이 “11년 전 영구 격리하겠다던 약속을 지켜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피해자 부친은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김병욱 의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금까지 온 가족이 악몽 속에 몸부림치며 살아간다”며 “조두순은 법정에서 자기가 한 짓이 아니고 어린아이의 기억이 잘못된 것이다,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며 무고와 변명으로 일관했던 자로 제 딸에게 사과도 하지 않았고 반성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약속을 지금도 믿고 있다. 조두순 격리법안을 12월 13일 출소 전에 입법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병욱 의원은 아동 성폭력범에 대해 출소 후에도 사회와 격리돼 보호수용 시설의 관리·감독을 받게 하는 내용의 ‘보호수용법’(일명 ‘조두순 격리법’)을 발의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