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의 상업영화 주연 복귀작 ‘디바’에서 신민아는 국내 최고 다이빙 선수 최이영 역을 맡아 변신을 보여줬다.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영이는 굉장히 예민하고 복잡한 감정을 가진 아이죠. 사실 ‘디바’의 이야기는 영화 장르상 꼬여 있기도 하고 좀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막상 보면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 느껴 본 보편적인 감정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실 거예요. 저도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이영에게 공감이 갔고, 연기를 할 때도 오롯이 이영이의 감정을 공감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이영이의 어떤 상황이라든지, 내가 이영이였더라도 이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마음이 제게 더 깊숙이 다가왔던 거죠.”
17일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신민아는 자신의 캐릭터 최이영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했다. 국내 최고의 다이빙 선수라는 왕좌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내려온 적 없는 최이영은 어릴 때부터 절친한 친구이자 다이빙 선배 수진(이유영 분)과 우정과 경쟁심이 뒤섞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정은 대등한 관계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고 꿈꾸는 이들에게 “우열로 쌓아올려지는 우정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셈이다.
특히 이 비뚤어진 우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최이영이 점진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이 앞선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극찬을 받기도 했다. 이는 이제까지 신민아가 보여준 적 없었던 폭력적인 감정을, 피나 욕설 없이 단지 배우의 눈빛과 입꼬리에 일어나는 경련만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장면이기도 했다.
극중 신민아가 맡은 최이영은 절친한 친구 수진(이유영 분)과 우정을 다지면서도 경쟁구도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디바’는 출연진과 제작진이 대부분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조슬예 감독은 ‘디바’가 그의 데뷔작이기도 하고, 제작을 맡은 영화사 OAL(올)의 대표 역시 여성이다. 여성이 주가 되는 제작 현장은 다른 곳과 조금 다른 분위기지 않을까. 지금 시대에는 너무 식상한 이 질문에도 신민아는 사뭇 진지하게 답변을 이어나갔다.
“그게 사실 의도적이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이 영화를 재밌게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된 능력 있는 사람을 찾다 보니까 여성들이 모인 거죠(웃음). 그렇게 해서 결과적으론 여성분들이 많이 참여하는 영화가 됐는데, 그만큼 영화계 안에서도 능력 있는 많은 여성분들이 참여하고 있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가 아무래도 이 작품에서 수영복도 입어야 하고, 육체적으로도 피곤한 작품일 수가 있는데 주변 분들이 다 친한 언니동생이라고 생각하면서 힘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런 면에서 굉장히 편했죠(웃음).”
결국 수영복 이야기가 나왔다. 작품이 다이빙을 주제로 하는 만큼 신민아는 선수용 수영복을 입고, 머리를 올백으로 질끈 묶은 채 맨 얼굴로만 85분의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이런 류의 영화에 출연하는 여성배우들에게는 꾸미지 못해 아쉬웠던 점, 수영복 등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어야 해서 민망한 점 등의 질문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이미 시사회 전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도 같은 질문에 충분히 답변해 식상할 법도 한데, 이 자리에서도 신민아는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엔 부담이 크긴 했어요. 너무 적나라하지 않나, 그냥 서 있는 것도 아니고 다이빙을 하는데 물속에서 혹시 옷이 돌아가진 않을까… 그랬는데 감독님께서 절대 그런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가 몸매를 부각시키거나 너무 여성스럽거나 하는 그런 시선은 절대 잡지 않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영화 자체도 사실 그런 부분이 중요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제 마음이 편해질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고민 없이 잘 찍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에서 보시면 제가 등이 나오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걸 보니까 제 등이 정말 수영 선수 같은 거예요(웃음). 그걸 보고 놀라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그런 모습들이 이영이란 캐릭터에 힘을 실어준 것 같았어요. ‘넌 수영 선수야!’ 하면서(웃음). 등만 봐도 이영이가 선수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수영복이 저에겐 전투복 같은 느낌이지 않았나 싶어요.”
서늘한 욕망과 광기에 휩싸이는 ‘최이영’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신민아의 로맨스 연기에 익숙한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사진=영화 ‘디바’ 스틸컷
“배우도 역할이 주어졌을 때 내가 그걸 해내야 하고, 이후에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평가를 받아야 하는 직업이죠. 조금이라도 무너진다면 끝없이 내려앉을 것 같은 환경을 알기 때문에 저 역시 멘탈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다이빙도 보면 자신의 실력과 대회 당시 컨디션, 멘탈에 따라 순위를 매긴다는 게 선수들에겐 굉장히 스트레스겠죠. 저희도 촬영에 필요한 그 동작을 위해 4개월간 연습했지만 선수 분들은 이걸 목표로 잡아서 평생을 한다는 것에 존경심마저 들더라고요. 모든 것은 참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저도 저 자신을 더 잘 들여다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의 말대로 본인 스스로 직접 돌아봐도, 반대로 타인의 시선을 빌려 바라봐도 신민아는 여전히 기대가 모이는 배우다. 이번 ‘디바’를 통해 미스터리 스릴러 캐릭터로도 단단한 입지를 만들어낸 그의 또 다른 변신이 대중을 설레게 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런 기대를 결코 저버릴 생각이 없다는 듯, 신민아는 “어떤 배우로 남고 싶냐”는 질문에 단 한 마디로 대답했다. “‘아직 보여드릴 게 많은 배우’.”
“여배우들이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은 한계가 있었어요. 오랜 시간 연기했는데 저에게도 기회가 많이 안 왔던 것 같아요. 사실 ‘디바’ 같은 작품을 기획 단계부터 투자한다는 것도 쉽지 않죠, 상업영화에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 자체가 굉장히 드무니까. 그만큼 이 영화를 만들고 개봉을 준비한다는 게 아주 기뻤어요. 다양한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면 여배우들이 보여드릴 것도 굉장히 다양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디바’가 잘 됐으면 좋겠고, 많은 분이 여성 영화에도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여성을 더 다양하게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으로 만나서, 또 ‘새로운 얼굴이네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