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오는 23일 정기주총을 앞두고 그동안 명문화돼 있지 않던 행장추천위 관련 내용을 명문화해 삽입키로 했다는 것.
현재 국민은행이 주총을 통해 확정지을 예정인 행장추천위 관련 내용은 ‘행장추천위 구성을 사외이사, 주주 추천 인사 등으로 국한한다’는 게 주요 골자.
이 내용이 주목받는 이유는 과거와는 달리 지난해 12월 정부 지분 9.1%를 국민은행이 사들여 국민은행이 지분구조상 완전히 민영화됐다는 점이다.
김정태 행장은 통합 국민은행 출범 뒤 수차에 걸쳐 정부 지분의 완전 매각을 주장했고, 지난해 말 ‘소원 성취’를 했다. 이를 근거로 국민은행은 이번에 행장 추천과 관련된 정관 개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 지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행장 추천과 관련된 정관을 명문화함으로써 행장선임에 외부(특히 정부) 입김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한 것. 만약 이 같은 계획이 성공할 경우 향후 국민은행장 선임에 정부의 낙하산 인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김 행장이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경우 연임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과거 행장은 사외이사 3분의 2 이상의 추천을 받아 주총에 후보로 올라가는 절차를 거쳐 행장에 뽑혔다. 하지만 이번 정관 개정을 통해 신설되는 조항에 따르면 주주대표 3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행장추천위원회에서 행장을 선임하게 된다.
이 경우 정부의 입김이 스며들 여지가 희박해진다. 행추위에 선발되는 사외이사는 사외이사 전원 회의에서 추천되고, 주주대표는 지분 순으로 뽑게 된다. 따라서 과거와는 달리 정부의 뜻보다는 현재 경영을 맡고 있는 경영진이 유리한 구도인 셈이다.
물론 이번 정관 개정에 대해 국민은행에선 강력히 부정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과거 행장 추천에 은행법 22조(사외이사 3분의 2 이상의 추천을 받아 주총에서 결정)를 원용했지만 지난해 초 삭제됐고, 국민은행이 민영화된 만큼 새로이 관련 규정을 넣는 것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계 일각에선 그동안 정관에 없던 행장선임 관련 조항이 신설된 것은 김 행장의 연임 시도와 관련이 있다는 추측을 하고 있다.
특히 김 행장의 경영 실적에 대해 비판적인 옛 국민은행 노조쪽에선 이번 정관 개정을 두고 김 행장이 연임 시도를 꾀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은행에서 김정태 행장의 임기 연장을 위해 행장 추천위를 통한 임기 재연장의 여러 가지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김 행장이 연임을 위해 주총 직전 등기이사직을 사임하고 주총을 통해 재선임되는 절차를 검토한 흔적이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눈길을 모으는 것은 지난해 말 인수한 자사주의 행방. 노조는 “지난해 말 인수한 자사주 지분을 현 경영진이 제3의 우호세력에게 넘겨 경영권을 안정화시키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분 구조를 보면 우호세력이 9% 안팎의 지분을 인수할 경우 행장추천위에 참여하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지분비율로 본 국민은행의 1∼3대 주주는 모두 외국인 주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에선 행추위에 참여할 만한 주주대표로 ING베어링과 두 명의 외국인 주주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행추위 구성멤버가 외국인 주주 반, 사외이사 반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지난해 6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뒤 퇴진논란에까지 휩싸였던 김 행장이 최근 ‘6개월 비상경영’을 선언하면서 내부쇄신에 나선 것도 연임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 행장의 임기가 오는 10월까지라는 점에서 6개월 동안 비상경영을 전개, 국면전환을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인 것.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임기 전 사임을 통한 임기 재연장이 가능하지만, 임시주총 소집까지 5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10월 임기만료 때까지 임시주총을 소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