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진 씨가 방송에 출연해 500명을 고소하는데 8억 원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 방송 캡처
이번에 고발된 이희진 씨와 이희문 씨 형제는 2016년 9월 무인가 금융투자사업을 하며 부정거래를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지난 3월 이희진 씨는 자본시장법 및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사기죄로 징역 3년 6개월의 확정 판결을 받아 복역을 마친 뒤 출소했다. 동생인 미래투자파트너스 대표 이희문 씨는 그보다 빠른 2018년 11월 출소했다.
박봉준 대표가 고발한 혐의는 크게 배임, 횡령과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횡령, 배임은 과거 이희진 씨의 변호사 비용과 관련이 있다. 이 씨는 과거 방송에 출연해 “악플러를 약 500명 고소했다. 고소하는 데 8억 정도 들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박봉준 대표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이희진 씨가 썼다는 고소 비용 가운데 일부를 동생인 이희문 씨 회사 미래투자파트너스에서 낸 것으로 확인된다. 500명을 고소했다는 이희진 씨 방송 발언이 맞다면 미래투자파트너스는 500명 가운데 약 200명을 고소하는 비용을 대납했다. 통장 거래 내역에 따르면 미래투자파트너스는 6732만 원을 이 씨 고소 비용으로 지출했다.
박 대표는 이희진 씨와 무관한 미래투자파트너스가 변호사 비용을 댔기 때문에 횡령이자 배임이라고 보고 고발을 진행했다. 신동희 법률사무소 한솔 변호사는 현재 주어진 상황만 놓고 보면 이희진 씨와 이희문 씨의 처벌 가능성을 높게 봤다.
신동희 변호사는 “법인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형사상 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법인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고, 이를 위반한 변호사비 지출은 횡령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다. 따라서 회사와 관계없는 개인을 위한 변호사 비용 지출은 더욱 횡령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래투자파트너스 자금으로 이희진 씨를 위한 변호사비용을 납부한 것이고, 이에 대해 이희진 씨와 이희문 씨의 공모가 있었다면 횡령행위에 대한 처벌이 가능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래투자파트너스가 법률고문료와 수임료를 지급한 내역에 이희진 씨 변호사 선임료가 포함돼 있다. 사진=박봉준 피해자 모임 대표 제공
박봉준 대표가 고발한 또 다른 혐의로는 강제집행면탈 혐의가 있다. 이 씨 형제는 벌금형이 선고된 상태에서 부가티를 매각했고 약 15억 원을 받았다. 박 대표는 부가티를 매각하고 돈을 받은 행위가 판결 내려진 벌금이나 피해자들의 민사 소송 청구를 피하고 현금을 챙기기 위한 조치라며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고발했다.
다만 신동희 변호사는 강제집행면탈 혐의 적용은 어렵다고 봤다. 그는 “강제집행면탈죄는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보호하기 위하여,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피할 목적으로 허위양도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이다. 다만 강제집행면탈죄로 처벌받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양도가 허위여야 한다”며 “진실한 양도라면 설사 채권자에게 손해를 입힐 의도로 양도해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게 판례”라고 말했다. 즉 이희문 씨가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부가티를 정리했다고 하더라도 계약서에 나온 점을 볼 때 거짓 양도로 볼 수 없어 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사 끝에 경찰도 횡령, 배임을 기소의견으로, 강제집행면탈은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 씨 형제가 다시 재판에 서야할지 이제 검찰의 마지막 판단이 남은 셈이다. 이희진 피해자 모임 박봉준 대표는 “피해자나 관련자들이 이희진, 이희문 형제에게 의혹을 제기하고 알리면 그들은 명예훼손죄, 모욕죄 등으로 고소·고발을 했다. 소송 경비조차 피해자들의 피땀 어린 돈이었다. 이희진 씨 개인의 소송 경비를 미래투자파트너스에서 지출한 만큼 분명한 횡령 혐의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일요신문은 이희진 씨 형제 측 입장을 듣기 위해 노력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