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는 유럽 최고 유망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카이 하베르츠를 이번 이적시장에서 손에 넣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8000만 유로, 약 1100억 원)를 기록했다. 사진=첼시 페이스북
#온도차 보이는 선두권
지난 시즌 화제 중 하나는 리버풀의 리그 우승이었다. 잉글랜드의 명문 중 하나인 리버풀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유독 리그 우승과 거리가 멀었지만 지난 시즌 불과 3패만 기록하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한을 풀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리버풀의 우승 수성에 불안함이 역력하다. 가장 활발한 이적이 이뤄지는 프리미어리그지만 리버풀만큼은 조용했기 때문이다. 일부 선수들의 방출이 있었을 뿐 즉시 전력감의 영입이 없었다. 놓치는 듯했던 티아고 알칸타라의 영입에 근접했다는 소식이 위안을 안겨주고 있다.
리버풀은 지난 2~3시즌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프리미어리그 우승 등의 성과를 만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선수단의 변화는 크게 없었다. 일부는 이전과 같은 기량을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고착화된 선수단에 새로운 선수가 합류하며 긴장감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리버풀은 개막전에서 2부리그서 승격한 리즈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3골이나 내주며 4-3 신승으로 불안하게 시즌을 출발했다.
반면 첼시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광폭행보를 보인 구단이다. 많은 돈이 오가는 프리미어리그 내에서도 가장 큰돈을 지출했다. 공격, 미드필드, 수비 전 지역에서 중심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선수들을 영입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이적료 ‘톱3’를 기록한 카이 하베르츠(미드필더, 8000만 유로), 티모 베르너(공격수, 5300만 유로), 벤 칠웰(수비수, 5020만 유로) 영입에 우리 돈 약 2500억 원을 투자했다.
이 외에도 젊고 활동적인 측면 공격수 하킴 지예흐, 베테랑 수비수 티아고 실바까지 선수단에 추가했다. 선수단의 대대적 변화로 내심 우승까지 노릴 수 있는 전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지난 시즌 4위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에 턱걸이한 첼시지만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험 적은 어린 선수들로 선수단을 구성했고 감독도 지도자 경력이 길지 않은 프랭크 램파드였다. 램파드는 한 시즌을 치르는 과정에서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목표를 달성했다. 2년차에 접어들며 더욱 성숙한 지도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2, 3위에 나란히 올랐던 맨체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온도차를 보인다. 유럽 내 대표적 부자 구단인 맨시티 역시 나단 아케, 페란 토레스 등을 영입하며 부지런히 새 시즌을 준비했다. 추가 영입의 가능성도 있다. 반면 맨유는 판 더 비크 외에는 이렇다 할 보강이 없다. ‘빅 네임’ 영입과 관련해 소문이 무성했지만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는 듯한 상황이다.
손흥민은 팀의 부진 속에 개막전에서 공격 기회를 잡기조차 힘들었다. 반면 하메스 로드리게스(오른쪽)는 데뷔전임에도 번뜩이는 장면을 연출했다. 사진=연합뉴스
#북런던 라이벌 위치 바뀌나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 홋스퍼와 아스널은 영국 내에서 손꼽히는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런던 북부지역에 인접해 ‘북런던 더비’를 펼치는 두 팀은 지난 시즌 토트넘(6위)이 아스널(8위)보다 2계단 위에 위치하며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번 시즌 둘의 위치가 역전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지난 시즌 후반기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소방수로 투입된 아스널이 팀 전력을 끌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임 이후 팀을 정비한 아르테타는 시즌 말미 FA컵에서 우승했다. 2020-2021시즌 시작을 알리는 커뮤니티 실드 우승 트로피도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맨시티, 첼시, 리버풀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승리를 따내는 모습을 보였다.
이적시장에서도 첼시, 맨시티만큼 거액을 쓰지는 못했지만 가브리엘 마갈레스, 윌리안 등 적재적소에 맞는 자원들을 영입했다. 그 결과는 개막전 승리로 이어졌다. 아스널은 풀럼을 상대로 3-0 완승을 거뒀다. 영입생 마갈레스가 데뷔골을 넣었고 윌리안은 3골에 모두 관여했다.
반면 토트넘은 우울한 1라운드를 치렀다. 지난 시즌 12위를 기록했던 에버턴에 0-1로 패배했다. 하메스 로드리게스, 알랑 등 특급 신입들이 가세한 에버턴을 공략하지 못했다. 손흥민은 이렇다 할 슈팅 기회도 잡기 어려웠다. 세계 최고로 꼽히던 조세 무리뉴 감독이 더 이상 과거의 특별함을 보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유로파리그 2차 예선 참가로 시즌 초반 매우 빡빡한 일정을 보내야 한다는 점 또한 토트넘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다만 추가적인 영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호재다. 레알 마드리드 소속 가레스 베일과 세르히오 레길론이 나란히 토트넘 입단에 가까워졌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이들은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면 곧 토트넘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베일은 2013년 약 1억 유로라는 거액을 안기며 토트넘을 떠난 바 있다. 비록 나이는 먹었지만 건강만 유지된다면 토트넘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레길론은 이번 이적 시장에서 여러 빅클럽의 관심을 받은 측면 수비 자원이다. 결국 보강이 시급한 토트넘의 품에 안길 것으로 보인다.
‘광인’으로 불리는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은 리버풀을 상대로도 특유의 공격축구를 고집했다. 사진=연합뉴스
#에버턴과 리즈에 쏠린 관심
프리미어리그 개막 1라운드에서 가장 큰 이슈를 만들어낸 팀 중 하나는 에버턴이다. 챔피언스리그 3회, 그리고 독일,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각각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린 명장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지도력이 재조명됐다. 지난 시즌 12위에 머물렀던 에버턴은 토트넘을 상대로 개막전에서 승리하며 ‘대어’를 낚았다.
에버턴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영입된 하메스 로드리게스, 알랑, 압둘라예 두쿠레를 모두 기용했고 이들은 약속한 듯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하메스는 최근 수년간 충분한 출전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고 잉글랜드에서 뛰는 첫 경기였음에도 ‘월드컵 득점왕(2014 브라질월드컵)’다운 원숙한 기량을 뽐냈다.
에버턴의 영입생들은 더 높은 위상을 가진 클럽에서 뛰어도 어색하지 않은 선수들이다. 실제 많은 빅클럽들과 이적 루머를 뿌리기도 했다. 이들의 이적 뒤에는 안첼로티 감독이 있었다. 안첼로티는 과거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나폴리 등에서 하메스, 알랑 등을 지도했던 경험이 있다. 이들은 안첼로티의 지도 아래 ‘월드클래스’ 선수로 성장했다. 특급 영입생들과 함께 안첼로티가 에버턴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시즌 개막에 앞서 많은 관심을 받은 팀은 리즈 유나이티드다. 과거 화려한 시절을 보낸 리즈 유나이티드는 2004년 강등된 이후 무려 17시즌 만에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왔다. 국내에서 ‘화려했던 과거’를 의미하는 신조어 ‘리즈시절’의 바로 그 팀이다. 리즈는 시즌 첫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는 축구를 선보이며 3-4 석패를 당했다. 비록 패배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강팀 리버풀에 3골을 기록하는 공격력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리버풀을 상대로도 움츠러들지 않는 경기 내용의 뒤에는 축구에 미친 ‘광인’으로 불리는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이 있었다. 비엘사는 30여 년의 지도자 생활 내내 일관성 있는 모습을 유지해왔다. 끊임없이 공격을 요구하는 모습으로 팬들을 매료시킨다.
하지만 팬들의 흥분을 이끌어내는 공격이 좋은 성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개막전에서도 드러났듯, 3골을 넣었지만 더 많은 골을 내주며 승점을 따내지 못했다. 17년 만의 승격 이후 1부리그 잔류가 필수인 리즈로선 공격과 수비의 균형 조절이 이번 시즌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