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언택트(비대면)’ 수혜주로 주목받으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실시간 화상으로 연결된 한성숙 네이버 대표의 디지털 뉴딜 관련 발언을 듣는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쇼핑 시장에서 성장세 경쟁
네이버의 부동산 정보서비스에 대한 이번 공정위 제재는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의 문제 제기로 시작됐다. 2017년 네이버와 제휴를 맺고 있던 부동산114와 카카오의 제휴 시도가 기존 네이버와 부동산114 간의 계약 조항에 따라 무산됐기 때문. 네이버는 앞서 2015년 자신들과 제휴 중인 부동산정보제공업체(CP)를 대상으로 카카오가 제휴를 시도하자 ‘확인매물정보 제3자 제공금지 조항’을 넣어 재계약을 맺은 것이 공정위 제재로 이어졌다.
쇼핑 분야에서도 양사는 치열하게 맞붙을 전망이다. 네이버쇼핑은 최근 ‘장보기’ 서비스를 통해 신선식품 배송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확장했다. 네이버쇼핑의 성장세는 매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 2분기 1조 902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네이버쇼핑이 포함된 ‘비즈니스플랫폼’ 부문(7772억 원)이 전체 매출의 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네이버의 비즈니스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6%, 전분기 대비 3.7% 성장했다(관련기사 네이버 신선식품 배달 도전장 받은 쿠팡 ‘신의 한 수’ 뭘까).
쇼핑 서비스에서 카카오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 카카오는 올해 2분기 952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는 ‘톡비즈’ 부문 매출은 2482억 원, 포털 ‘다음’을 기반으로 하는 ‘포털비즈’ 매출은 1175억 원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특히 톡비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9%, 전분기 대비 11% 성장했다. 카카오는 카카오 비즈보드(광고) 매출 확대와 커머스(쇼핑) 사업 매출의 성장으로 톡비즈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양사 모두 가장 뜨거운 ‘금융’, 과정은 달랐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시작점부터 다르다. 네이버는 국내 포털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다 2011년 라인을 일본에 출시하며 사업이 이분화됐다. 반면 카카오는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합병하며 카카오톡과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사업이 성장했다.
때문에 사업부문과 비중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2018년 10월 IBK투자증권의 리포트에 따르면 2018년 네이버의 사업부별 매출 비중 추정치는 네이버광고가 55.3%로 절반을 차지했고, 라인광고와 라인콘텐츠가 각각 17.2%, 11.9%다. 그 아래로 네이버IT플랫폼과 라인O2O, 라인기타, 네이버콘텐츠가 순서대로 2~6%의 비중을 차지했다.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콘텐츠가 50.5%, 다음광고와 카카오 O2O가 각각 18.3%, 16.8%를 차지했다. 카카오 광고는 9.9%를 차지했고, 카카오 기타가 4.7%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의 차이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양사가 급격히 사업을 확장 중인 금융업 부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처음에는 간편결제 등으로 시장의 문을 두드렸겠지만 결국은 여신을 비롯한 은행업과 보험업 등 모든 금융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2014년 카카오톡 결제기능을 통해 일찌감치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2017년 카카오뱅크를 출범해 은행업에 뛰어들었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해 금융시장에 진출하며 기존 금융권과 정면 대결을 펼친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2019년 출범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 최근까지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452억 6000만 원을 기록, 전년 동기(95억 8400만 원) 대비 470% 급증했다.
동시에 카카오는 카카오페이를 통한 금융업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증권사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하고 지난 2월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했다. 카카오페이증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 9월 7일 기준, 정식 서비스 시작 6개월 만에 누적계좌 개설자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8월 31일 리포트를 통해 “이미 본궤도에 올라선 카카오뱅크와 확장을 준비하고 있는 카카오페이증권 사이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앞으로 카카오 기반 테크핀 서비스 이용자들의 충성도는 계속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페이는 보험업 진출을 위해 디지털 손해보험사 예비인가도 준비 중이다. 앞서 삼성화재와의 합작 계획이 무산된 이후 디지털 손보사 독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간편대출을 시작으로 간편보험과 대출비교, 자산관리 등 이미 여러 금융서비스를 출시한 만큼 현재는 각 서비스별 고도화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자회사를 통한 사업확장 측면에서는 카카오페이증권과 카카오페이 플랫폼을 연결해 기존 금융권과 다른 서비스를 넓혀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2015년 네이버페이를 시작으로 2019년 11월 금융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한 네이버는 지난 6월 미래에셋대우와의 협업을 통해 ‘네이버통장’을 내놓고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직접 금융사를 설립하는 대신 협업을 택해 우회 진출한 셈이다. 네이버통장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임에도 ‘통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은행권의 강력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더욱이 네이버는 금융당국의 ‘디지털 금융 종합혁신방안’ 발표 직후인 지난 7월 28일 네이버파이낸셜 출범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상공인 관련 대출‧보험 상품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며 논란에 휩싸였다. 네이버는 지난 4월부터 미래에셋캐피탈과 협업해 네이버쇼핑에 등록해 사업하는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매출채권 선정산 서비스 ‘퀵에스크로’를 운영해온 바 있다. 퀵에스크로 역시 엄밀히 말해 매출채권 담보대출이었으나, 추후 대출 상품을 확대하고 본격적으로 대출사업에 진출할 계획을 밝힌 셈이다.
함께 공개한 보험 서비스 출시 계획도 논란을 빚었다. 업계에서 네이버가 자동차보험 비교견적 서비스 출시를 계획하면서 접촉한 일부 보험사들에게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나온 탓이다. 앞서 지난 6월 네이버가 GA자회사 ‘NF보험서비스’를 설립한 것이 보험업 진출 풍문에 불씨를 지폈다. 그러나 네이버파이낸셜은 “자동차보험 견적 비교검색 서비스는 현재 기술적 협의를 하는 단계”라며 “보험사들과 광고료나 수수료를 협의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또 “NF보험서비스는 소상공인 의무보험 교육을 위해 설립된 회사”라며 자동차보험 견적 비교검색 서비스와 선을 그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최근 공통적으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데이터 활용이다.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오피스 입구. 사진=일요신문DB
#언택트 양대산맥 다음 행보는?
ICT업계를 넘어 재계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을 때는 이미 향후 10년을 내다본 다음 단계까지 계획을 세웠다고 볼 수 있다”며 “아무리 정보가 빠른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네이버와 카카오처럼 빠르게 변화를 예측하고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언택트 시대를 선도하는 양사의 움직임을 읽으면 추후 산업의 트렌드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사가 최근 공통적으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데이터 활용 사업이다. 네이버는 지난 9월 4일 세종시에 지을 두 번째 데이터 센터 ‘각 세종’의 설립 계획을 밝혔다.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의 박원기 대표는“‘각 세종’은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저장소의 본질은 지키되, 빅데이터의 활용으로 클라우드와 AI(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등의 첨단기술을 실현하는 시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2014년 디지털 문화유산을 소중히 보관하고 후대에 전한다는 경영철학에 따라 빠르게 증가하는 사용자 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각 춘천’을 완공했다. 카카오 또한 지난 9일 4000억 원을 투자하는 자체 데이터센터 준공 계획을 밝혔다.
양사는 데이터센터 설립에 이어 데이터 공유에도 나서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7월 29일 카카오가 보유한 다양한 플랫폼의 빅데이터를 이용자가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서비스인 ‘카카오 데이터 트렌드’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포털 ‘다음’의 통합 검색어 정보를 시작으로 콘텐츠, 비즈니스 플랫폼의 빅데이터도 추가해 나갈 예정이다. 카카오는 현재 검색어 데이터만 제공하지만 향후 콘텐츠와 비즈니스 등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추가로 업데이트해 카카오 데이터 트렌드를 한국을 대표하는 빅데이터 조회 플랫폼으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아예 데이터 판매에도 나섰다. 네이버는 지난 9월 17일 금융 데이터 거래소에 자사의 쇼핑 및 사업 관련 데이터를 등록했다고 밝혔다. 금융 데이터 거래소는 금융권 데이터에 대해 공급자와 수요자간 거래와 데이터 분석 등을 지원한다. 이번에 네이버가 등록한 데이터는 ‘분야별 온라인 쇼핑 트렌드’ 데이터와 ‘지역 비즈니스 검색어’ 데이터다. 네이버는 그간 네이버의 쇼핑 통계 기술을 활용해 매출 증대 등 성과를 이룬 기업이 많은 만큼 이번에 공개한 데이터가 활발하게 이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더불어 네이버는 국내 AI 연구 및 혁신 기술 개발을 위해 스타트업과 대학 연구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네이버 클라우드 데이터 샌드박스’의 연내 공개를 예고했다. 네이버 클라우드 데이터 샌드박스란 네이버가 보유한 자사 데이터와 공공 데이터, 제휴를 통해 확보한 외부 기업의 데이터를 보안성 높은 클라우드 공간에 한데 모으는 데이터 플랫폼이다. 이를 활용해 신사업 개발과 공익연구를 위한 공공성 데이터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금융데이터 거래소와 데이터 샌드박스를 통해 공개되는 네이버의 방대한 데이터가 중소사업자(SME)의 성장과 산업계·학계에 기여함으로써 디지털 뉴딜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데이터 생태계 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