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수산대학에 설치된 ‘자연광형 정밀 환경조절시스템’
[전주=일요신문] 한국농수산대학이 외자구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구매조건을 위반한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아 입찰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본보 9월 7일자 전국 호남면) 추가 입찰에서 해당 계약을 실적으로 인정하고 특혜성 기술능력평가로 비리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농수산대학이 지난 4월 20일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발주한 ’인공환경조정실 8set’에 대한 외자 구매입찰의 ‘기술능력평가’에서 2018년 1차 입찰에서 구매조건을 위반한 계약 실적을 이행실적으로 인정하고 해당 장비에 대한 호환성을 기술능력평가항목에 반영해 특혜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해당업체인 E사는 농수산대학이 조달청에 요청해 2018년 4월 17일 발주한 외자구매 입찰 ‘자연광형 정밀 환경조절시스템 8set’ 1차분에서 100% 외자구매 조건으로 응찰했으나 일부 주장비와 부속장비를 국내산으로 납품해 원산지를 속인 것으로 드러나 교체작업이 진행 중이다.
당시 입찰공고문 ‘입찰 및 구매조건’에는 주장비와 부속장비가 공급되는 해당 국가의 통화로 견적하도록 돼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입찰을 무효로 하도록 돼 있지만 농수산대학은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농수산대학은 14일 이내에 사용검사를 실시하고 사실 및 조치에 대한 의견을 검사조서에 기재해 소속 중앙관서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해야 하는데도 이행하지 않았고 부정당업체 제재는커녕 교체작업을 진행하도록 해 계약이 완료하지 않았는데도 3차 입찰 기술능력평가에서 이를 이행실적으로 인정했다.
이행실적 평가 점수는 90점 만점의 기술능력평가 가운데 5점이며 E사는 1차 계약실적을 이행실적으로 인정받아 5점 만점을 얻었다.
문제는 30점이 배점된 ‘기술 우수성 및 호환성 평가’ 항목에서 20점 만점의 ‘작업공정의 효율성 및 기존장비와의 호환성’ 평가가 1, 2차 입찰 낙찰업체에게 유리하도록 돼 있고 낙찰업체인 E사는 1차 입찰에서 ‘입찰 및 구매 계약’을 위반하고 계약도 완료하지 않았는데도 이를 실적으로 인정받고 호환성 평가에서까지 20점 만점을 받았다. 같은 평가항목의 ‘시스템 사양의 우수성 및 적합성’도 정성적 평가 성격이 강해 객관성 논란이 일고 있다.
평가위원들이 일률적으로 점수 차이를 둔 평가 결과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기술평가임에도 평가위원 7명 가운데 5명이 일률적으로 10점 내외의 차이를 주고 있어 평가위원들의 담합 가능성도 제기됐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개된 가격·기술평가결과도 제안서 평가결과와 달라 점수 산정 과정에서의 또 다른 특혜 의혹을 사고 있다. 조달청에 공개된 기술능력평가점수와 농수산대학의 실제 기술능력평가점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농수산대학의 제안서 평가에서 가격평가를 제외한 90점 만점의 기술능력평가점수는 E사가 86.5점 탈락업체인 T사가 77.1점으로 돼 있으나 조달청이 나라장터에 공개한 기술능력평가 점수는 77.95점과 69.39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당초 농수산대학의 평가점수라면 두 업체 모두 가격점수를 합한 종합점수가 85점 이상이어서 협상적격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도 조달청 발표한 기술능력평가 점수는 T사가 79.39점으로 아예 협상 적격자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돼 있다.
T사는 “1차분 계약 실적은 입찰 및 구매조건을 위반한 것으로 실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이어서 사실상 허위 실적이고 평가 과정과 점수 산정도 엉터리”라며 “허위실적을 제출한 해당업체의 협상 적격자 자격을 박탈하고 차상위 업체와 협상을 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수산대학은 “(해당 실적과 관련해) 조사결과 허위 서류라고 볼 수 있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게약에 관한 사항은 조달청 소관 사항으로 우리 대학은 관련 규정에 의거 조달청 회신 결과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달청은 탈락업체에 보낸 공문에서 “부정당업체 제재는 처분 이후 일정기간 동안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것으로 2020년 공고(3차 입찰)의 입찰은 제재 대상이 아니다”면서도 “기술능력 평가는 수요기관인 한국농수산대학에서 진행했다”고 답변했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