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TV나 컴퓨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 사용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피로를 달고 사는, 이른바 ‘디지털기기 시차증’도 유행하고 있다.
일본 도쿄에 사는 직장인 여성 A 씨(42)는 요즘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 그녀는 소위 ‘아침형 인간’이다. 원래라면 저녁 6시에 일을 마치고, 이후 시간에는 컴퓨터를 멀리해왔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위함이다. 그런데 코로나 여파로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일상이 뒤죽박죽이 됐다. 밤늦게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회의도 온라인 화상으로 진행하다보니 장시간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기 일쑤다.
생활 패턴이 바뀐 탓일까. A 씨는 “몸은 피곤한데, 웬일인지 침대에 누우면 눈이 말똥말똥해져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또 “수면이 얕아져 자는 도중에도 몇 번씩 깨게 된다”고 한다. 당연히 아침에 눈을 뜨기가 힘들다. 잠을 자도 피곤함이 가시질 않고, 전에 없던 어깨 통증까지 생겼다.
이처럼 코로나 대유행과 함께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사실 수면장애는 이전부터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였다. 새삼스러운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디지털기기의 사용 시간 증가다.
일본 매체 아에라는 “집콕 생활로 스마트폰, PC 등 각종 전자기기를 가까이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며 “디지털기기가 방출하는 블루라이트가 생체리듬을 교란시켜 수면장애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흔히 “디지털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미량이라 안전하다”고 알려졌다. 다만, 안과전문의 하야시다 야스타카 박사는 “지금과 같이 디지털기기 과잉사용은 인류가 처음 겪는 일”임을 지적한다. 그는 “디지털 의존도가 부쩍 높아짐에 따라 인체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특히 블루라이트가 수면을 방해해 피로감이 쌓일 수 있는데, 이를 ‘디지털기기 시차증’이라고 부른다.
블루라이트는 태양광에도 포함돼 있으며, 일명 ‘수면호르몬’이라 불리는 멜라토닌의 분비를 억제한다. 즉, 야간에 블루라이트를 쬐면 우리 몸은 햇빛을 받고 있다고 착각해 잠을 촉진하는 멜라토닌의 분비가 줄어드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잠들기 2~3시간 전에는 전자기기를 보지 말라”고 권유한다.
하야시다 박사 연구팀은 20대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기기 시차증 및 수면에 관한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58.8%가 디지털기기 시차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잠들기 어렵다”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한밤중에 깬다” 등의 수면장애 증상을 호소했다.
일본 조사 결과 20대 남녀의 58.8%가 디지털기기 시차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잠들기 어렵다”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등의 수면장애 증상을 호소했다.
또한 응답자의 약 90%는 “잠들기 전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고 답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길수록 수면장애를 겪을 확률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종합해보면 하루 8시간 이상 전자기기 화면을 보고 있는 사람, 혹은 90분 이상 연속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디지털기기 시차증 위험군에 속했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디지털기기 이용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디지털기기는 우리 생활의 일부가 돼 잠시라도 손에서 놓기가 어렵다. 이와 관련, 하야시다 박사는 “블루라이트를 차단하고 틈틈이 안구 운동을 하라”고 조언했다.
하루 8시간 이상 스마트폰이나 PC를 사용하는 사람은 블루라이트 차단 필름을 부착하거나 기기에 내장된 필터 기능을 적극 활용하도록 하자. 덧붙여 모니터든 스마트폰이든 집중해서 보면, 눈 깜박임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눈의 피로를 유발한다. 20분 정도 전자기기를 사용한 후에는 20초간 휴식 시간을 갖는다. 이때 시선은 먼 곳을 바라보면 좋다.
장시간 디지털 화면을 봐야할 때는 의식적으로 눈을 자주 깜박여주고, 눈이 피로하다면 가벼운 온찜질을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혈액의 흐름이 촉진돼 눈의 피로를 풀어줄 뿐 아니라 기분도 상쾌해진다.
눈 건강을 지키는 운동도 중요하다. 먼저 연필이나 펜을 들고 팔을 쭉 뻗는다. 그 상태로 시선을 펜에 고정한다. 그리고 천천히 펜을 얼굴 쪽으로 이동시킨다. 더 이상 초점을 맞출 수 없을 때까지 근접시켜 바라본다. 이 과정을 2~3회 반복한다. 펜이 없을 경우 엄지손가락을 펼쳐 눈 운동을 해도 괜찮다. 생각보다 간단한 운동이니 틈틈이 따라하도록 하자.
뇌과학자 시노하라 기쿠노리 교수에 의하면 “눈과 뇌는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장시간 모니터를 바라보면 눈이 뻑뻑하고 이물감이 들 때가 있는데, “실은 눈이 피곤하다는 것은 곧 뇌가 피곤한 사인”이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뇌의 피로도가 쌓이고 두통 및 어깨 통증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시노하라 교수는 “뇌 건강을 위해서라도 눈의 피로를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모니터의 네 모서리를 시계방향으로 하나씩 천천히 바라보며 주의를 분산시킨다. 그러면 주의집중력과 관련된 뇌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 또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가 뜨는 것만으로도 뇌를 쉬게 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디지털기기 시차증 체크리스트] 다음은 안과전문의 하야시다 야스타카 박사가 제시한 ‘디지털기기 시차증’ 체크리스트다. 10가지 항목을 읽고 몇 개가 해당되는지 확인해보자. □ 낮에도 멍하고 졸린 적이 많다. □ 평소 눈이 쉽게 피로하며, 안구 건조나 침침함, 통증 등을 자주 느낀다. □ 하루에 8시간 이상 PC, 스마트폰 등의 화면을 보고 있다. □ PC,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를 90분 이상 연속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 종이책 대신 e북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 자기 전에는 대개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본다. □ 아침에 일어나 햇빛을 쬐는 습관이 없다. □ 목과 어깨가 자주 아프고 뻐근하다. □ 통근, 통학 등 이동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보고 있거나 게임을 즐긴다 . □ 규칙적인 운동 습관이 없다. ※결과 : 6개 이상 해당될 경우 ‘디지털기기 시차증’에 빠진 상태다. 또한 4개 이상인 사람도 ‘전단계(예비군)’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