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 출범식에 참석한 이재명 지사. 사진=경기도 제공
[일요신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부작용과 예산 낭비를 지적한 지역화폐. 하지만 이 지역화폐를 직접 다루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의견은 달랐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경상원)이 9월 9일부터 15일까지 소비지원금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압도적 다수가 추석 경기 살리기 소비지원금(한정판 지역화폐) 지급이 옳다고 답했다.
추석 경기 살리기 소비지원금은 경기도가 추석을 앞둔 골목상권 부활을 위해 준비한 한정판 지역화폐다. 기본 인센티브(충전 금액의 10%)에 추가 소비지원금(소비금액 20만 원에 한정, 15%에 해당하는 3만 원 추가 지급)을 더해준다. 예컨대 지역화폐 20만 원을 충전하면 5만 원을 더 받게 되는 셈이다.
경상원은 이 지급 결정에 대해 설문을 진행했고 총 4635명 중 3906명(84.3%)이 옳은 결정이라고 답했다. 압도적 찬성이다. 설문은 특히 3959명의 자영업자가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가 오롯이 담겼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해서는 ‘생계에 도움 됐다’는 의견이 87.6%(4064명),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의견이 89.9%(4167명)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지역화폐를 직접 마주하는 이들의 이 같은 반응은 그 효과를 체감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상원은 “SNS, 홈페이지, 홈페이지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 다수 자영업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상인 A 씨는 “올 초 정부 재난지원금과 경기도 기본재난소득이 지급된 후 매출이 늘었다가 지금은 많이 줄었다. 이번에 진행하는 자영업자 지원도 고맙지만 재난지원금을 다시 지급해서 손님들이 시장을 많이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도 조세연 연구를 반박하는 논평을 냈다. 연합회는 9월 17일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의 중소상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금의 역외유출을 방지해 지역 내 골목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제도다. 소비자 역시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살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소비자 후생과 지역 선순환 경제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정책으로 손꼽히고 있다”며 소비자 후생을 거스른다는 조세연 보고서에 정면으로 맞섰다.
아울러 “이런 장점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욱 두드러졌다. 팬데믹으로 인한 소비 침체는 사회적 약자들인 골목상권, 즉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에게 치명상을 입혔고, 지역화폐 형태로 보편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은 일시적이나마 상처를 낫게 했다. 이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은 지역화폐가 가진 힘을 체감했다. 대자본을 등에 업은 유통 대기업의 시장 침탈로 갈수록 암담해지는 시장 상황에 지역화폐는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고 논평했다.
경기도는 올해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2조 9990억 원,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2조 375억 원, 경기 지역화폐 2조 1738억 원으로 총 7조 2148억 원의 지역화폐를 발행했다. 하지만 조세연 보고서는 이 시기의 전국사업체 전수조사는 분석하지 않았다.
보고서가 분석한 데이터는 2010~2018년간의 자료로 이 중 가장 지역화폐 발행이 많았던 2018년에도 전국 기준 지역화폐 발행액은 3714억 원밖에 안 됐다. 지역화폐 발행은 2019년을 기점으로 크게 늘어나 2019년에 3조 2000억 원, 2020년에는 9조 원에 달했으니 최근 2년의 데이터를 제외하고 결과를 내놓았다는 것은 결국 보고서가 충분한 데이터를 담지 못했다는 의미로 간주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역화폐의 연도별 발행액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발행액이 적었던 예전엔 그만큼 골목시장에서의 체감액과 소비는 물론 소비자를 유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발행 규모에 따른 비교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화폐로 인해 대기업 유통업체에서 골목상권으로 소비가 이동한 것을 볼 때 어디에 정책을 맞춰야 하는지 확인시켜 준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