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선물’ 투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제 원자재 지수와 증시가 요동을 치며 주목을 받았다. 유가는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까지 추락했고 엄청난 손해를 본 투자자가 나왔지만 반대로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던 투자자는 엄청난 이익을 보기도 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도 대거 진입하고 있다.
최근 해외선물 붐이 일면서 대여계좌 업체 총판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만큼 ‘해외선물’을 주로 다루는 유튜버들도 ‘붐’이 일고 있는 추세다. 유튜브에서 해외선물을 검색하면 ‘천만원에서 일억 가보자! 4천 달성!’, ‘해선, 금융, 소통, 나스닥’ 등의 투자 방송 소개 문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투자 방송을 하는 유튜버들이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대여계좌’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몇몇 유튜버를 제외하고 98% 이상은 사설 거래소의 대여계좌를 쓰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정식 증권사가 아닌 사설 선물옵션 업체를 홍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튜브에서 ‘해외선물’로 채널을 검색해보면 그 숫자를 파악하기도 힘들다. 지금도 빠르게 채널들은 늘어나고 있다. 해외선물 관련 채널은 1000개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0여 개의 채널 가운데 시청자가 한 자릿수인 채널도 많다. 그럼에도 이들이 채널 운영을 계속하고 있는 건 죽장(죽창) 때문이다.
해외선물 채널이 돈을 버는 방법은 일반적인 유튜브 조회수 수입 등이 아니다. 이들은 대부분 사설 선물거래소의 총판(모집책) 역할을 한다. 방송을 하는 목적은 시청자를 사설거래소로 끌어들여 대여계좌를 쓰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끌어들인 시청자가 회원가입을 하면서 추천인에 특정 유튜버 이름을 써주면 그 회원에게서 난 수익이 유튜버에게 흘러간다. 여기서 죽장과 롤링이 등장한다. 죽장은 죽창이라고도 불리는데 시청자가 잃은 돈 일부를 방송하는 총판이 받는 구조다. 대략 잃은 돈의 50%를 유튜버가 가져간다.
대여계좌 업체는 정식 증권사 이름을 달고 있지만 증권사 대표 번호가 아닌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을 유도하고 있다.
롤링은 잃은 돈의 일부가 아닌 회원들이 쓴 수수료의 일부를 받는 방식이다. 회원들이 매매하며 쓴 수수료의 70% 정도가 유튜버에게 간다. 하지만 최근 해외선물 업계에서 롤링 방식을 선택하는 비율은 거의 없다. 대부분 이익이 훨씬 큰 죽장 방식을 쓴다.
대여계좌 업계를 잘 아는 A 씨는 “해외선물에서는 한 번 거래에 30%를 잃는 경우는 흔하다. 예를 들어 1억 원 정도를 보유한 회원이 3000만 원을 잃어도 수수료로 보면 몇 만 원 수준이다. 죽장 방식이라면 3000만 원의 50%인 1500만 원을 받을 수 있지만 롤링 방식이면 몇 만 원에 그친다. 이걸 몇 번 경험해보면 전부 죽장 방식으로 가더라”라고 말했다.
대여계좌 업체를 운영했던 방송인 김나영 전남편 최 아무개 씨의 재판 판결문에서도 죽장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최 씨는 재판부에 가상거래 수수료 합계가 약 110억 원이라고 자백했는데 이 가운데 증권전문가라고 칭한 총판에게 고객 유치 소개비로 지급한 돈이 약 67억 원이었다. 벌어들인 수입의 대략 50% 정도를 총판에게 지급한 것이다.
이렇게 총판으로 활동하는 유튜버들의 수입은 상상을 초월한다. 앞서의 A 씨는 “5만 명 이상 넘어가는 유튜버라고 보면 보수적으로 봐도 한 달에 3억 원 정도 번다고 예상된다”며 “1억 원 ‘호구’ 한 명만 물어도 5000만 원을 벌 수 있으니, 시청자 3명이 보고 있어도 ‘한 명만 걸려라’라는 마음으로 방송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총판들은 정식 증권사 마크를 달고 방송하고 있기 때문에 증권사인 줄 알고 전화를 걸었다가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 대여계좌 업체는 돈을 벌었다고 해도 출금을 시켜주지 않는 ‘먹튀’도 많다. 피해를 봤다는 B 씨는 “정식 증권사 마크에 속아 입금했다가 이익을 조금 보고 출금하려고 했지만 출금이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사설 선물거래소 홍보는 단속도 심하지 않고 엄청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유튜브 채널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프리카는 대여계좌 광고가 영구 정지 사유라서 방송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아프리카에서 소통방송을 하던 BJ들이 유튜브로 넘어와 전혀 다른 장르인 해외선물을 하면서 대여계좌 홍보를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해외선물 총판을 하면 죽장 방식이 아닌 월 최소 수익금에 수당까지 지급하겠다고 유혹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BJ 정진우는 해외선물 총판으로 활동하면 월 2000만 원에 수당까지 주겠다고 제안하는 메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 업계에는 인기 있는 유튜버의 경우 월 1억 원의 수당을 약속하기도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