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6차 공판이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당시 피의자로 지목된 윤성여 씨의 검찰 진술 조서를 받은 검찰 수사관 A 씨가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나섰다.
A 씨는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믿었기 때문에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윤 씨가 범인이 아닐 거란 의심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윤 씨의 진술을 받는 데에 “1시간 30분가량 걸렸다”고 말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건 피의자 조사에 고작 1시간 30분이 걸렸다는 증언이었다. 경찰의 ‘조작 수사’에 이어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이어지는 대목다.
9월 22일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6차 공판이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당시 피의자로 지목된 윤성여 씨의 검찰 진술 조서를 받은 검찰 수사관 A 씨가 증인으로 나섰다. 사진은 윤성여 씨가 일요신문과 인터뷰할 당시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A 씨는 검사와 변호인 질문 대부분에 “모르겠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하면서도 “당시 윤 씨가 (검찰에 송치된 뒤) 경찰에서 자백한 내용과 동일하게 자백을 해서 윤 씨가 진범인지 의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A 씨는 당시 윤 씨의 검찰 진술 조서를 받는 데에 1시간 30분가량 소요됐다고 증언했는데, 윤 씨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윤 씨가 당시 펜이나 타자기로 조서를 받아 실질적으로 문답을 1시간 30분 만에 기록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 기록을 바탕으로 미리 조서를 써둔 것 아니냐?”고 묻자 A 씨는 “당시 수기로 조서를 작성했는데, 직접 묻고 답을 듣는 방식으로 진술 조서를 새로 썼다”고 부인했다. 앞서 공판에서 당시 화성경찰서 심 아무개 형사는 수사 기록을 바탕으로 미리 조서를 꾸며뒀다고 고백했다.
윤 씨가 피해자의 속옷을 무릎 위까지 내리고, 그 자신도 옷을 무릎 위까지 내린 뒤 피해자 배 위에 올라타 강간했다는 진술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A 씨는 “당시 국과수의 결과가 있었고 경찰에서 자백했기 때문에 그런 점을 의심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8차 사건은 이례적으로 두 차례 피의자 현장검증이 이뤄졌고, 경찰에서 검찰로 사건이 송치되기 전 당시 담당 검사였던 최 아무개 검사가 윤 씨를 두 차례나 불러 면담을 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A 씨는 “왜 현장검증이 두 번이나 이뤄졌는지 모르겠다”며 “검찰로 송치되기 전 검사가 피의자를 불러 면담하는 일은 이례적이지만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8차 사건을 담당했던 최 아무개 검사는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불출석 사유가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벌금 400만 원을 부과했다.
최 검사가 증인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경찰과 검찰이 함께 8차 사건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8차 사건을 담당해 특진까지 했던 형사들은 일요신문과 만남에서 “우리는 검찰이 시키는 대로 했고, 최종적으로 검찰에 송치돼 사건이 마무리됐는데, 왜 우리 경찰만 보고 그러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 기일인 10월 14일 최 검사에게 다시 증인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